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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재단의 위태로운 학문후속세대 정책
한국연구재단의 위태로운 학문후속세대 정책
  • 최익현 편집국장
  • 승인 2015.02.09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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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최익현 편집국장

지난 1월 한국연구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새로운 학문후속세대 정책을 공지했다. 학술·인문사회사업 개인연구군의 학문후속세대(박사후 국내연수, 학술연구교수, 시간강사 지원), 신진연구자 지원, 중견연구자 지원 등 사업요강을 알렸다.

예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연구자의 생애주기에 따라 신청자격과 업적요건을 조정했다는 것이다. ‘연구자 생애주기에 따른 안정적 연구 환경조성을 통한 국가 연구력 강화’를 기대한 것이다. 특히 신진연구자 지원자격을 확대해 문호를 개방했다. 2014년과 달리 2015년 공지된 사업 내용을 보면, 조교수 임용 후 5년 이내의 대학교원에 한정했던 신진연구자 지원 자격은 조교수 임용 5년 미만인 자 혹은 박사학위 취득 후 5년 이상 10년 미만인 연구자로 확대됐음을 알 수 있다. 중견연구자 지원 자격은 신진연구자를 제외한 모든 연구자에서 조교수 임용 5년 이상인 자 혹은 박사학위 취득 후 10년 이상인 연구자로 가다듬었다.

여기까지 보면, 일단 시간강사에게 문호를 개방한 것으로 읽힌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실제 많은 학문후속세대 연구자, 시간강사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신진과 중견연구자 지원 사업의 연구비항목 중 ‘전문연구원 인건비’ 항목이 사라진 것이다. 2014년에는 중견연구자 지원 사업에 非교원(시간강사 혹은 독립연구자)이 신청할 경우 월 170만원의 인건비를 신청할 수 있었지만, 2015년 공지된 사업요강에는 이것이 삭제돼 있다. 신진과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을 통해 非교원이 실제로 매달 받을 수 있는 금액은‘학술활동 수당’40만원이 전부다.

‘정액연구’ 부분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월 40만원의 학술활동 수당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 영수증 내역을 보고해야 하는 것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실질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이 40만원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非교원은 신진·중견연구자 지원 사업에 신청하지 않게 될 것이며, 따라서 자연스럽게 신진연구자와 중견연구자 지원 사업은 조교수 이상의 대학교원용 사업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예측하면 지나친 억측일까. 조교수들이야 지금 업적평가 강화 분위기 속에서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연구재단 과제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처지니,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非교원 제외’라는 어떤 셈법일 수밖에 없다.

연구재단은 어째서 이런 정책을 들고 나온 것일까. 연구재단이 고안한 연구자 생애주기별 지원체계에서 학문적 역량과 성과가 아무리 우수하다 해도 비교원은 영원히 학문후속세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실질적인 지원이 없기 때문에 신진연구자나 중견연구자 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없고, 결국에는 시간강사 지원 사업이나 저술 지원 사업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개인 연구는 대학에 자리 잡은 전임교원만 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어쨌든 연구재단은 우선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 대상을 앞장서서 희생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연봉 1천800백~3천만 원의 무늬만 조교수)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의 연구 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 그래서 학문후속세대 연구자들은 목을 빼고 연구재단을 바라봤던 것이다. 그런데 연구재단은 이 기대와 믿음을 저버렸다.

“연구재단이 고안한 연구자 생애주기 모델은 시간강사와 독립연구자를 철저히 소외시킬 것이다”라고 말한 한 시간강사의 지적에 대해 연구재단측은 “교육부 지침이 내려와서 문제의 소지가 있음에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라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궁색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설명이나 해명이 아니라 문제를 파악해서 이를 해결하는 적극적 의지다. 더 이상 학문후속세대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최익현 편집국장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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