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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사회·경제적 배경 낮지만 교육여건 수도권과 큰 차이 없어
학생들 사회·경제적 배경 낮지만 교육여건 수도권과 큰 차이 없어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5.01.27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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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지방대 ‘신입생·교육여건’ 비교했더니

지방대 교육실태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 인식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지방대에 진학하는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은 수도권 대학에 비해 낮지만 학생 충원, 연구, 산학협력 등을 제외하고는 교육여건에서 수도권 대학과 별 차이가 없거나 일부 지표는 오히려 낫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일부 부실·비리 대학이 문제되긴 하지만 지방대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락한 데에는 지방대에 불리한 평가지표 탓도 있다는 지적이 괜한 불만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 지방대 신입생 특징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잇달아 발간한 연구 보고서 『지방대학의 교육 실태와 시사점』과 『지방대학의 교육 실태 및 성과 분석』을 보면, 지방대 신입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은 수도권 대학에 비해 확실히 낮다. 지방대 신입생의 아버지 학력은 4년제 대학 이상인 경우가 28%였으나 수도권 대학 신입생은 44%로 나타나 16%포인트 차이가 났다. 지방대 중에서는 국립대 학생(30%)이 사립대 학생(27%)보다 아버지의 최종 학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수도권 대학 신입생(450만원)이 지방대 신입생(392만)보다 58만원 높았다. 역시 지방대 중에서는 사립대 학생(382만원)이 국립대 학생들(412만원)보다 낮았으며 특히 중소규모 사립대 학생들(332만원) 가정의 월평균 소득이 가장 낮았다. 학생이 한 부모 가정이나 조손 가정, 다문화 가정, 기초생활수급자인 경우는 모두 지방대(5%)가 수도권 대학(3%)보다 비율이 높았다.

대입 준비 과정에서 지방대 학생들은 부모로부터 교육지원을 적게 받았다. 부모가 자녀에게 사용하는 월평균 교육비는 지방대 학생(51만원)이 수도권 대학 학생(77만원)보다 26만원 적었고, 월평균 사교육비도 지방대(26만원)와 수도권 대학 학생(48만원) 사이에 22만원 차이가 났다.

지방대 신입생들은 수도권 대학 신입생에 비해 자신이 희망하는 대학이나 학과에 입학한 비율도 낮았다. 수도권 대학 학생 가운데 1순위로 희망하는 대학에 진학한 경우는 32%인 반면 지방대 신입생은 24%로 나타났다. 1순위로 희망하는 학과에 진학하는 경우도 지방대 신입생은 53%, 수도권 대학 신입생은 58%였다.

지방대 진학생은 수도권 대학 진학생에 비해 대학·학과를 선택할 때 취업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는 특징을 보였다. 지방대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한 이유는 ‘원하는 전공 혹은 업무 관련 분야’(35.7%), ‘수능 성적’(34.2%)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수도권 대학 학생과 비교해 보면 ‘저렴한 학비’(11.4%)나 ‘졸업 후 취업’(3.7%)을 선택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학과(전공) 선택 이유는 ‘학문적 흥미 및 적성 고려’(49.1%), ‘직업 및 취업 전망’(25.4%)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수도권 대학 학생은 ‘직업 및 취업 전망’ 때문에 학과를 선택한 비율이 21.1%였다.

중도 탈락률은 지방대(5.5%)가 수도권 대학(3.9%)보다 높았지만 졸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지방대(8.1학기)가 수도권 대학(8.3학기)보다 짧았다. 지방대 학생이 수도권 대학 학생에 비해 복수전공이나 부전공, 연계전공 등을 이수하는 비율이 낮고 휴학한 경우도 적기 때문으로 보인다.

■ 수도권-지방 교육여건 비교해 보면= 반면 교육 여건에서는 지방대가 수도권 대학보다 더 낫거나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대학정보공시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교수 확보 면에서는 지방대학의 교육여건이 수도권 대학보다 양호하다. 전임교원 확보율이 지방대는 95.3%인 데 반해 수도권 대학은 81.1%여서 지방대가 14.2% 포인트 높았다.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 역시 지방대(26.9명)가 수도권 대학(32.0명)보다 나았다. 시간강사 비율도 지방대(34%)보다 수도권 대학(40%)이 높았다. 직원 1인당 학생 수는 지방대(39.7명)가 수도권대학(36.1명)보다 약간 많았다.

교육비나 교육시설도 지방대의 여건이 다소 좋았다.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지방대학이 1천220만원으로 수도권 대학(1천213만원)과 비슷했다. 재학생 1인당 장학금은 지방대(105만원)가 수도권 대학(96만원)보다 더 많았다. 교사시설 확보율도 지방대(146.1%)가 수도권 대학(142.7%)보다 나았다. 학생 1인당 재정지원사업 수혜금액은 지방대(306만원)보다 수도권 대학(311만원)이 많았다.

연구나 산학협력 측면에서는 지방대가 수도권 대학보다 뒤떨어졌다. 전임교원 1인당 논문 수와 교원 1인당 연구비 모두 지방대학(0.84편, 3천863만원)이 수도권 대학(0.95편, 4천877만원)보다 낮았다. 그러나 지방 국립대의 경우 전임교원 1인당 논문 수(1.12편)와 교원 1인당 연구비(9천206만원) 모두 수도권 대학보다 많았다.

산학협력의 경우 성과 측면에서는 지방대가 수도권 대학에 비해 뒤떨어졌지만 과정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적극적이었다. 특허출원 건수, 특허 등록 건수 등은 지방대학이 수도권 대학에 크게 못 미쳤으며, 기술이전계약 실적 역시 수도권 대학에 비해 적었다. 지방 국립대는 수도권 대학보다 산학협력 실적이 더 많았다.

과정 측면에서 보면 조금 달라진다. 재학생 대비 현장실습 이수 학생 비율은 지방대학(3.7%)이 수도권 대학(3.2%)보다 높았다. 창업 지원 인원과 창업 지원 금액도 지방대(1.93명, 2천453만원)가 수도권 대학(1.21명, 1천771만원)보다 많았다. 창업 지원에 따른 성과도 지방대(1.93개)의 학생 창업 기업 수가 수도권 대학(0.74개)보다 많았고, 창업 기업 매출액도 지방대(3천15만원)가 수도권 대학(1천552만원)보다 많았다.

2011년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에서 나타난 학생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지방대가 수도권 대학보다 낮았다. 교육지원 시설, 전공 커리큘럼 및 내용, 전공 교수진의 능력, 수업방식의 질 측면에서 수도권 대학 학생이 지방대 학생보다 만족도가 높았다. 그러나 학생 복지 시설, 진로 관련 상담 및 지원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고, 학생 지원에 대한 만족도는 오히려 지방대가 수도권 대학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지방 국립대는 전공 커리큘럼 및 내용, 전공 교수진의 능력, 수업 방식의 질 등 수업 관련 만족도를 제외한 다른 만족도에서 모두 수도권 대학보다 높았다.

■ 취업의 질은 지방대가 떨어져= 취업 준비를 보면 어학연수 비율은 지방대 학생(20.6%)이 수도권 대학 학생(28.4%)보다 낮았고, 토익 점수도 수도권 대학 학생(805.6점)이 지방대 학생(725.4점)보다 높았다. 반면 자격증 취득 비율은 지방대(71.4%)가 수도권 대학(63.3%)보다 높았다. 자격증을 4개 이상 소지한 학생 비율도 지방대(13.5%)가 수도권대학(9.7%)보다 많았다. 인턴제 경험은 지방대(13.5%)가 수도권대학(22.3%)보다 낮았다.

졸업 후 취업률은 지방대 78%로 수도권 79%와 큰 차이가 없었다. 정규직 비율도 양쪽 모두 79%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종사자 1천명 이상 대규모 업체에 취업하는 비율은 수도권 대학(44.9%)이 15.2% 포인트 높았고, 월 평균 소득은 지방대 졸업생(평균 198만원)이 수도권 대학(230만원)보다 32만원 적었다. 대학 졸업 전에 취업한 경우도 지방대(28%)보다 수도권 대학 학생(33%)이 많았다.

박성호 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사회경제적 배경의 격차에 따른 교육 경험의 제한, 지역산업 인프라 부족에 따른 취업 기업 제한 등으로 부정적 인식이 있으나 지방대는 교육 과정과 취업 프로그램 등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교육여건에서도 수도권 대학과 큰 차이가 없거나 일부 지표에서는 더 좋게 나타난다”며 “지방대 교육실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졸업생의 취업 지원을 위해 학교는 물론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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