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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가림일뿐”… 취업 의식한 학과 통폐합 여전
“눈가림일뿐”… 취업 의식한 학과 통폐합 여전
  • 윤지은 기자
  • 승인 2014.12.3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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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스케치_ 인문·예체능계열 취업률 지표 제외했다지만 …

대학에서 학과통폐합이 오르내릴 때마다 인문·예체능계 학과가 두려움에 떨었다. 대학 구조개혁에서 취업률이 주된 지표로 평가되기에 벌어진 결과다.

취업에 취약한 인문·예체능계 학과들이 통폐합되면서 문제가 불거지자 교육부는 대학 평가의 취업률 지표에서 이들 학과를 제외하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 자체적인 구조개혁에서는 여전히 취업률로 학과통폐합이 이뤄지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단적인 예로 중앙대는 2015년도에 학부 구조개편안을 확정해 정원 감축과 학과통폐합을 시행하겠다고 지난 11월 발표했다. 각 학부의 취업률과 진학률 등 대외 경쟁력과 연구업적 내부역량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중앙대 내부에서는 취업에 불리한 인문·예체능계가 학과통폐합의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송수영 중앙대 교수협의회장은 “학과통폐합에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가령 인문학을 통폐합 한다면 인문학의 비전을 고려해 어떤 부분을 살릴 건지 파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10년이 지나면 新기술이 나온다. 인문학이 탄탄한 사람일수록 새로운 일을 배울 때에도 유리하다”라고 지적했다.

동의대는 지난 4월 예술디자인대학과 체육과학대학을 예술·체육대학으로,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는 국어국문·문예창작학과로 통합ㆍ변경했다. 독어독문학과는 폐과했다. 취업률 지표가 여전히 대학 내부에선 학과통폐합의 중요 지표로 활용되고 있음을 방증한 사례다.

박순준 동의대 교수평의회장(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인문·예술계 학생들이 상경계열이나 공대 등 취업이 유리한 학과로 빠져나가므로 재학생 충원률이나 취업률평가에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교육부에서 취업률 지표를 제외시켰다고 해도 형식적인 눈가림일 뿐, 전체적으로 봤을 땐 별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학과의 비전이나 발전방향 등 큰 그림을 논의하지 않고 통폐합을 유도하니 답답하다. 우리 학과를 지키기 위해서 다른 학과가 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인문·예체능계 학과의 퇴출 압박이 감소할 것”이란 예상과 함께 자성의 목소리도 제기했다. 취업률 평가에서 제외됐다는 현실에 안주하는 자세는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취업의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수들은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취업에 대한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영 인하대 교수회 의장은 “폐과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정부 지원용 구조개혁은 지양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구조개혁을 시행하는 건 옳지 않다. 교육목표를 고려해 졸업 후 학생들이 살아가는 데 길을 터줄 수 있는 방향으로 구조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윤지은 기자 jie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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