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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위험의 확산 등에 대처하는 새로운 사회학 르네상스 모색
SNS·위험의 확산 등에 대처하는 새로운 사회학 르네상스 모색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4.12.29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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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후기 사회학대회 ‘불안의 시대, 사회학 희망을 찾다’

▲ 윤정로 한국사회학회 회장
불안과 위험으로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끝자락에서 21세기 한국사회의 희망을 모색하는 사회학공동체의 학술 향연이 열렸다. 한국사회학회(회장 윤정로·KAIST 교수·사진)는 지난 20일(토) 중앙대 서울 흑석캠퍼스에서 ‘불안의 시대, 사회학 희망을 찾다’라는 대주제로 ‘2014 한국사회학회 후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총 40여 개의 분과 세션을 통해 모두 140여 편의 논문이 발표된 이번 후기사회학대회에서, 연구자들은 일본군 위안부·통일·복지·고령화·사회통합 등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현안들을 다양한 시선으로 탐색하는 한편, 전체 세션을 통해 21세기 사회학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했다. 또, 사회학자들과 현직 법조인들이 사회학과 법학의 대화를 시도하는 흥미로운 세션과, 고등학생들이 학회 사상 처음으로 학회 무대에서 자신들의 수상 논문을 발표하는 세션도 마련했다.

사회학 부흥의 두 가지 조건
전기 사회학대회에 이어 이번 후기 사회학대회에서도 ‘사회학 교육’이 화두가 됐다. 4년제 종합대학에서 독립학과로서 사회학과의 지위가 전 같지 않은 현실을 반영한, 사회학계 내부의 긴급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 세션인 ‘사회학의 시대, 다시 열리다-사회학 교육의 새로운 탐색’에서는 21세기, IT산업, 갈등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불평등, 실업이 심화되고 있는 글로벌 시대의 변화된 환경 하에서 사회학이 어떠한 교육적 해법을 새롭게 찾아나가야 하는지 진단했다. 특히 지난 2월~5월 전국 대학 사회학과 학부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 희망교육분야 1위로 꼽혔던 ‘갈등조정과 협상능력 교육’을 사회학과의 커리큘럼으로 안착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했다.


이 세션에서는 성경륭 한림대 교수가 「21세기 사회와 사회학교육」을, 황윤익(다음카카오 추천검색팀 탐구생활TF)이 「IT 산업과 사회학교육표」을, 강영진 성균관대 갈등해결센터장(서울시 갈등조정위원회 운영위원장)이 「갈등해결역량 강화와 사회학 교육」을 각각 발표했다. 성경륭 교수는 발표문을 통해 사회학이 위기에 직면한 지금이 오히려 ‘사회학 부흥’의 전조라고 지적하면서, 사회학 부흥의 두 가지 조건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IT산업과 정보화 사회로의 진입과 SNS 확대 등에서 ‘소셜 시대의 전개’를 읽어내는 한편, 세월호 등 재난의 일상화, 재난과 위험의 확대, 인구 위험·불평등 위험·환경생태적 위험 등 ‘리스크의 확산과 증폭’에서 위험사회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 새로운 현상에 대한 연구와 교육이 사회학의 르네상스를 열 수 있다고 점쳤다. 성 교수는 이것을 ‘사회이론학’에서 출발해 ‘사회실학’·‘사회실천학’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공식화했다. 그가 제시한 사회학은 일종의 ‘성찰적 사회학’이기도 하다.
이러한 미래지향적 사회학교육에 대한 구상은 이날 오전 개최된 ‘전국사회학과장협의회’ 집담회의 연속선상에 놓인 것으로, 향후 대학 구조조정과 21세기 사회변화에 맞서 한국사회학의 진로를 새롭게 도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식민지 청산 위해 제2 한일협정 협의해야”
2014 후기사회학대회에서 또 하나 눈에 띈 논의는 ‘국제세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현황과 해법’이었다. 동북아시아의 긴장 파고를 높여온 문제이기도 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적 시각에서 진단한 이번 논의는 한국사회학회와 한성대 전쟁과평화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자리였다. 재일 여성사학자인 송연옥 아오야마가쿠인(靑山學院)대학 교수가 「21세기 일본에 있어서의 위안부 문제 연구의 현황과 과제」를, 윤명숙 충남대 국가전략연구소 전임연구원이 「일본군위안소제도와 조선인 군위안부에 대한 이해 및 한국사회의 과제」를, 안자코 유카 일본 리츠메이칸대 교수기 「한일간의 역사갈등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현황과 과제-」를 각각 발표했다. 여기에 양현아(서울대)·조시현(건국대)·김귀옥(한성대)·박정미(한양대)·윤미향(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박선영(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인권·안전센터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해 논의를 거들었다.


송연옥 교수는 일본내 위안부 논의를 두고 “식민지주의와 침략 전쟁의 틀에서 이 문제를 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위안부 문제를 볼 때 담론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역사적인 실태가 따르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20세기의 식민지통치에 있어서 性이나 身?라는 문제를 보지 않고서는 꼬인 문제를 풀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명숙 연구원은 “지금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가장 걸림돌이 됐던 것은 1965년 한일협정이었다. 식민지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하고 체결이 이뤄졌었기 때문이다. 이제 이 역사교훈을 반영해서 제대로 한일간 역사청산, 식민지 청산을 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한일협정을 협의해야 한다. 50주년이 되는 2015년이 그 시발점이 돼도 좋겠다”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집담회: 사회학으로 본 북한과 통일’에서는 남북관계와 통일문제를 정치사회학적 입장에서 진단했다. 또 한국사회의 현실 문제와 대안 모색을 시도하는 논문 발표들도 관심을 끌었다. 복지와 평등1·2세션에서는 한국의 복지지출 수준, 빈곤, 자살 문제 등을 통해 한국의 ‘복지 자본주의와 사회적 평등’의 문제를 다차원적으로 조망했으며, 정치·민주화1·2세션에서는 동아시아 질서, 비정규직 및 선거참여 문제 등을 논의했다. 코스모폴리타니즘에 기반한 한국사회통합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논의와 함께 포용적 제도와 크리에이티브 인더스트리, 포스트 휴먼시대의 신체론 등의 논문이 발표된 ‘집담회: 다중격차시대의 융합적 사회통합’도 주목할 만했다.

제3회 고등학생 논문대회 수상작도 발표
한국사회학회의 지속 사업으로 진행한 ‘제3회 고등학생 에세이 및 사회학 논문대회’의 수상작 발표 세션도 신선했다. 이번 발표 논문은 상반기에 진행된 제3회 전국 고등학생 에세이 및 논문대회에 응모한 총 121편의 논문 중 심사를 거쳐 엄선한 금상 및 은상 수상작 총 8편으로, 입상 당사자인 고등학생들이 직접 발표에 나섰다.


한편, 이번 후기학술대회에서는 제15회 한국사회학회 논문상과 저서상 시상식도 함께 열렸다. 이번 논문상 수상작은 「북한이탈주민의 월경과 북·중 경계지역: ‘감각’되는 ‘장소’와 북한이탈여성의 ‘젠더’화된 장소 감각」(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 교수, <한국사회학> 제47집 제1호 게재, 2013)으로, 북한이탈주민의 월경을 문화적으로 접근해 그들의 이동과 북·중 경계지역의 다층적 관계성을 심도 있게 분석했다는 평을 받았다. 저서상 수상작인 『막스 베버 사회학: 연구 논문집』(전성우 한양대 교수, 나남출판, 2013)은 막스 베버의 광범위한 연구 분야를 30여 년간 ‘내재적 재구성’의 방법으로 탐구해온 저자의 성과가 집약된 업적물로, 한국사회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받았다.


윤정로 한국사회학회장은 “이번 후기학술대회는 불안과 위험의 시대에 한국 사회학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희망을 찾아나갈 것인가를 고민해보는 차원에서 기획한 전기학술대회의 후속 버전”이라며 “한국사회학회의 이번 학술대회가 우리 사회에 새로운 비전과 해법을 제시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에는 비전을 제시하고, 사회학계 내부에는 새로운 정체성을 모색한 이번 논의가 어떻게 구체화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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