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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가까이 대기업 취업 … 4년제 포기하고 입학하기도
90% 가까이 대기업 취업 … 4년제 포기하고 입학하기도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12.22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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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학 전성시대 열리나 ❷일반대학 졸업생이 전문대를 찾는 이유는?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전문대학은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학벌이 아닌 능력 중심의 사회를 구현하겠다’며 ‘전문대학을 고등직업교육의 중심기관으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문대학 육성방안을 발표하면서 기대는 정점에 달했다. 하지만 한편에서 전문대학은 구조조정의 여파를 누구보다 앞서 맞고 있다. 일반대학이 전문대학 인기학과를 모방하면서 위협을 받기도 한다.
이에 <교수신문>은 전문대학의 역할과 성과를 되짚어 보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전문대학이 명실상부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길을 다시 한 번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있는 거제시는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과 함께 국내 조선해양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 특성을 살려 거제대학은 오래 전부터 조선해양플랜트 분야의 특성화를 추진해 왔다. 특히 1990년 거제대학이 개교할 때부터 개설된 기계공학과는 4년제 대학이 부럽지 않은 곳이다. 매년 신입생의 5~10%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거제대학 기계공학과에 진학한 학생들이다. 입학성적도 웬만한 4년제 대학보다 좋다. 입학정원 80명의 3년제 전문대학이지만 교육의 질과 취업에서 4년제 대학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거제대학은 조선해양플랜트 분야로 특성화된 대학이다. 그 중에서도 핵심인 기계공학과는 4년제 대학이 부럽지 않은 곳이다.
거제대학 기계공학과는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을 통틀어 전국의 기계공학과 가운데 가장 취업이 잘 되는 학과다. 2012년 84.5%, 2013년 93.5%, 2014년 95.3%로 3년 연속 취업률 1위를 차지했다. 올해도 2015년 2월 졸업예정자 62명 가운데 58명이 이미 취업이 확정됐다. 취업의 질도 높아 올해는 대우조선해양에만 36명이 취업했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5명, STX 2명, LG 2명, 현대 1명 등 대기업 취업률이 70%를 넘었다.

지역밀착형 특성화만으로 이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졸업생의 70% 이상이 설계 분야로 진출하는 현실을 반영해 설계 과목을 체계적으로 운영한다. 4년제 대학을 포함해 거의 모든 대학이 필수과목을 줄이는 추세 속에서도 필수과목을 강화했다. 조선해양플랜트 분야에 필요한 특수선, 해양플랜트, 신재생에너지 과목을 포함해 현장에 필요한 과목을 현장 출신의 교수가 가르치고 있다. 손호재 기계공학과 학과장은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 의한 공학기술교육인증제도를 운영해 교육품질 보장과 국제적 등가성을 확보하고, 교육과정 또한 조선해양플랜트 특성화에 맞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당진에 있는 신성대학도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이라는 경계를 뛰어 넘어 전국적 명성을 떨치고 있는 곳이다. 그 중심에는 2007년 개설된 제철산업과가 있다. 내년 2월 졸업하는 123명 가운데 83명이 철강 관련 대기업 취업을 확정했다. 현대제철이 32명으로 가장 많다. 포스코와 고려아연에도 각각 17명, 11명이 취업했다. 지난해에는 대기업 취업률이 90%를 넘었다. 졸업 예정자 가운데 15명은 현재 면접 등의 절차를 밟고 있어 올해도 대기업 취업률이 90%에 육박할 것으로 학교 측은 전망하고 있다.

신성대학 제철산업과는 졸업생의 90% 가까이가 대기업에 취업한다. 이 학과 학생들은 전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고3 못지않게 공부를 많이 한다.
신성대학 제철산업과의 높은 취업률 비결은 수요에 맞춘 공급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신입사원을 필요로 하는 기업체가 직접 교육과정에 참여하도록 해맞춤교육을 한 게 주효했다. 졸업생이 가장 많이 취업하는 현대제철은 산학협약을 맺은 뒤 학과 개설 전부터 학과 명칭과 정원, 교육과정 등에 직접 참여했다. 현대제철 임직원은 이 학과 겸임교수를 맡아 제선과 제강, 압연 등 실무 위주의 현장감 있는 강의를 한다. 김재근 제철산업과 학과장은 “현장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을 지향했으며 업체 경험이 풍부한 강사진을 확보, 현장 실습과 같은 커리큘럼을 운영해 현장 적응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며 “이런 노력이 높은 대기업 취업률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전원 기숙사에서 합숙생활을 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강의와 특강, 자율학습을 하면서 고3 수험생 못지않게 공부한다. 이렇게 공부하다 보니 제철산업과 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전공 관련 자격증을 5개 이상 취득하는 게 보통이다. 김병묵 신성대학 총장은 “학생들이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해외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생활에 필요한 인성도 가르치고 있다”며 “최근 청년 실업이 심각한 사회 문제인데, 제철산업과는 무풍지대”라고 말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미생」으로 다시 주목받는 대학이 있다. 문화산업 특성화 대학인 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콘텐츠스쿨이다. 네이버에 단 12화를 연재하는 것만으로 독자들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긴 웹툰 「시타를 위하여」의 작가 하가(본명 이상미)가 바로 청강만화콘텐츠스쿨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네이버에 「죽은 마법사의 도시」를 연재하는 김칸비(본명 김민태)씨도 이 학과 출신이다. 네이버와 다음, 레진 코믹스, 네이트 등에서 웹툰을 연재하고 있는 동문 작가들이 30여 명에 달한다. 네이버 웹툰은 청강 출신이 점령하다시피 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콘텐츠스쿨 졸업생들은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 웹진을 점령하고 있다. 현장과 밀착된 수업이 강점이다.
웹툰만 강한 게 아니다. 청강만화콘텐츠스쿨은 출판에서 웹툰, 일러스트레이션, 캐릭터 소설 같이 만화를 중심에 두고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 가능한 ‘만화콘텐츠’ 인재를 양성하는 특화 전공이다. 특히 현장과 밀착된 수업이 강점이다. 신영우, 한혜연 교수는 활발하게 활동 중인 현업 만화가이고, 이종규 교수는 스토리 작가, 박인하 교수는 스토리 작가이자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만화콘텐츠 제작을 위한 디지털 장비, 만화책을 직접 출력하고 제본해 만들 수 있는 인쇄 제작실, 고가의 액정태블릿을 갖춘 컴퓨터 작업실, 개인별 라이트박스와 컴퓨터가 설치돼 있는 만화 작업실 등 만화콘텐츠 제작에 특화된 교육환경을 지원한다.

이런 명성이 쌓이면서 4년제 대학의 만화·애니메이션 관련 학과에 중복 합격하고도 청강만화콘텐츠스쿨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서울시내 유명 사립대 대신 청강만화콘텐츠스쿨을 선택한 학생도 꽤 있다. 「전설의 주먹」, 「신사의 집」 등으로 유명한 웹툰 스토리 작가인 이종규 교수는 “모든 수업이 실전처럼 진행된다. 특히 편집자, 스토리 작가, 웹툰 작가, 기획자 등 다양한 분야의 교수들이 활동하고, 그 교수들에게 현장과 같은 피드백을 받는다. 아무래도 조금 더 현장과 가까운 수업이 이뤄지고 있어 좋은 성과들을 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승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군장대학 총장)은 최근 열린 전문대학 교육포럼에서 “三流, 즉 취업, 특성화, 전문성의 세 가지 흐름이야말로 전문대학만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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