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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소성 강해 해마다 같은 자리에 산란
귀소성 강해 해마다 같은 자리에 산란
  • 교수신문
  • 승인 2014.12.2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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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20. 갈매기

▲ 괭이갈매기는 우리나라 갈매기 14종 가운데 유일한 토박이텃새다. 사진출처=위키백과
바다 하면 언뜻 바닷새 갈매기가 떠오른다. 그런데 갈매기는 철새라는 의미에서 일정한 거주지가 없는 동물로도 인식됐다. 그러나“까막까치도 집이 있다”하듯“갈매기도 제집이 있다”란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거처가 있다는 뜻이다. 또 리처드 바크(Richard Bach)의『갈매기의 꿈』에“가장 높이 나는 새가 제일 멀리 본다(The gull sees farthest who flies highest)”는 말이 나온다. 물론 낮게 나는 새는 매우 자세히 보겠지.

한데 부산 사직야구장에도「부산갈매기」가 난다. “지금은 그 어디서 내 생각/잊었는가, 꽃처럼 어여쁜/ 그 이름도 고왔던 순이 순이야 /(……)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너는 벌써 나를 잊었나.”또 옛날 노래「海鳥曲」이 있다. “갈매기 바다 위에 날지 말아요./연분홍(물항라) 저고리에 눈물 젖는데/ 저 멀리 수평선에 흰 돛대 하나/ 오늘도 아~ 가신님은 아니 오시네.”언제 노래방에 가면 한 곡조 뽑아 봐야지.

우리나라에 나는 도요목, 갈매깃과의 새에는 오늘의 주인공 괭이갈매기를 비롯해 북극도둑갈매기, 갈매기, 재갈매기, 줄무늬노랑발갈매기, 흰갈매기, 붉은 부리갈매기, 제비갈매기, 붉은부리큰제비갈매기 등 14종이 있다 한다. 그런데 이 중에서‘붉은부리큰제비갈매기’의 이름이 유달리 길게 무려 10자나 되면서 또박또박 붙여 쓰고 있다. 붉은, 부리, 큰, 제비, 갈매기로 떼어 썼으면 싶은데 말이지. 언젠가도 말했지만 우리말 이름은 아무리 길어도 붙여 쓰기로 약속한 탓이다. 정해진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

그리고 갈매기를 한자로는 鷗, 白鷗, 海鷗라 하며, 우리말로는 갈며기, 갈머기, 갈막이, 해고양이라고 불렀다. 우리나라의 갈매기 가운데 6종은 겨울철새, 1종은 여름철새, 나머지는 잠시 통과하는 나그네새이거나 길 잃은 새이고, 괭이갈매기 1종만이 토박이텃새다. 갈매기들은 체장 45㎝ 내외인 중형 조류로, 전체적으로 봐 머리와 몸집 아래는 흰색, 등과 날개 위쪽은 청회색이다. 본란에서 청어(비웃)를 논하면서,“ 햇빛에 노출되는 등은 어둔 색, 그늘진 배는 밝은 색이됨은 주변 환경과 색의 조화를 이루므로 몸을 방어, 보호하는 일종의 가림(은폐)이다. 이런 현상을 防禦被陰(counter shading)이라 하는데, 이를 처음 연구, 발표한 화가의 이름을 따 테이어 법칙이라 한다”고 했다.

갈매기는 전 세계에 약 86종이 있으며, 모조리 됨됨이가 비슷비슷해서 머리에 검은 반점이 있고, 부리와 다리는 가늘고, 눈은 큰 편으로 검다. 해안, 항만, 하구뿐만 아니라 심지어 내륙의 민물하천에도 나타난다. 해안 앞바다 바위섬에서 번식하고 어류와 해산 연체동물, 갑각류들을 먹는다.

괭이갈매기(Larus crassirostris) 이야기다. 이들은 동아시아(한국, 일본, 중국, 타이완, 사할린) 특산종으로 몸길이는 약 47㎝이고, 편 날개길이는 120㎝로, 우리나라 갈매기 14종 중 유일한 텃새로 해안가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깃은 암컷과 수컷 모두 등과 날개 위는 어두운 회색(잿빛)이고, 그 밖의 깃털은 흰색이며, 고리 끝에 검은색 띠가 있어서‘black-tailed gull’이라 불린다. 다리와 부리는 황록색이고, 부리 끝에 검은 띠의 무늬가 있으며, 부리 제일 끝자리는 붉은 색의 얼룩점이 있다.

버려진 고기를 먹기 위해 포구나 고깃배에 떼 지어 모여들며, 유람선을 넘실넘실, 쫄쫄 따라다니면서 던져주는 새우깡을 약삭빠르게 백발백중 척척 채서 꼴까닥 삼키는 꼴이 적이 놀랍다. 또 조개를 잡으면 공중에서 떨어뜨려 야문 껍데기를 깨 먹을 정도로 머리가 좋고 영리한 새다.‘ 꽈아오, 꽈아오’,‘ 꽉 꽉’내지르는 그 울음소리가 고양이(괭이) 소리를 닮았다 해(cat-like call)‘ 괭이갈매기’란 이름이 붙은 것이다.

괭이갈매기는 오밀조밀 집단으로 번식하며, 번식기간은 4월 하순에서 6월 중순까지인데, 이때는 수천, 수만 마리가 떼를 지운다. 일부일처로 일평생 단짝부부가 함께 지내고, 산란기에는 암컷이 몸을 쪼그리고선 수컷에게 먹이를 받아먹는 특이한 구애행동도 한다.

인적이 드문 무인도나 섬의 바위가 많은 암초지대, 풀밭의 움푹 파인 곳에다 둥지를 짓고, 알자리에는 마른 풀이나 잡초, 깃털을 깐다. 흐린 녹갈색 바탕에 흑갈색의 얼룩무늬가 있는 알을 보통 2~4개 낳는데, 귀소성이 매우 강해 해마다 거르지 않고 같은 장소에다 산란한다. 포란기간은 24~25일이고, 암수가 번갈아 품는다. 번식지에 적이 가까이 나타나는 날에는 이내 낌새를 채고는 내처 눈알을 부라리며 일제히 날아올라 날카로운 소리를 꽥꽥 지르거나 느닷없이 똥물을 마구 날리면서 벼락같이 달려들기에 침입자는 식겁먹고 줄행랑을 친다.

이들은 물고기 떼가 있는 곳에는 귀신같이 알고 모여들어, 예로부터 어부들이 어장을 찾는 데 도움을 줬기에 어민들의 사랑을 톡톡히 받았다. 먹이는 물고기, 게, 해초, 음식찌꺼기, 동물시체 등이고, 짠 것을 먹기에 두 눈 위에 염분 분비샘이 있어 콧구멍을 통해 고농도의 염분을 몸 밖으로 내보내 염분대사조절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동해안의 독도, 남해안의 통영 앞바다, 안흥 앞바다의 난도 등지에서 집단으로 번식하기에 보호구역으로 지정, 보호한다. 이 혹독하게 추운 날에도 바닷가의 갈매기들은 씽씽, 훨훨 날고 있으리라.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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