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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의 힘
교수의 힘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4.12.10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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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로 읽는 신간__ 『공학자의 눈으로 본 독일 대학과 문화』 목학수 지음|산지니|248쪽|16,000원

 

독일에서 교육은 국가의 기본 의무다. 국민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균등히 줘야 한다는 대명제 아래 대학생들은 대학에 등록금을 내지 않는다. 독일 대학들은 국공립이며, 대학 교수의 신분은 공무원에 해당한다. 교수들의 수입은 기본 액수에 별도로 연구보조금과 각종 세미나, 강연, 원고료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독일 대학의 교수는 사회에서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독일에서 대학 교수는 왕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던 때가 있었다.
필자가 1981년 12월 독일로 유학을 갔을 때의 일이다. 급하게 유학을 가느라 한국에서 독일에 장기간 체류할 비자를 받지 않고, 아헨 대학교 교수가 보내준 텔렉스 한 장만을 들고 독일에 입국한 상태였다. 텔렉스(Telex)란 전신 타자기(Teletypewriter)와 교환수(Exchange)의 합성어로, 전보와 팩스를 묶은 기능이 있는 통신 수단이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 지금도 그렇지만 1년 이상 독일에 체류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독일 비자를 받고 독일에 입국해야 했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채 독일 교수가 보내준 텔렉스만 믿고 독일로 입국했던 것이다.


이런 상태로 독일에 도착했으니 독일 비자를 받기 위해 시청에 있는 외국인 담당 부서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시청 직원이 교수가 보내준 텔렉스를 자세히 보고 나서, “교수가 보증하는 학생이니 독일 비자 신청을 받아주겠다”라고 했다. 이 말을 듣고 필자는 대학 교수가 사회에서 인정해주는 존재라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독일이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게 해준 집단이 교수 집단이란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철학 분야의 발전, 법학 및 제도 분야의 발전, 물리 분야의 발전, 화학 분야의 발전, 인쇄기술의 발전, 원자력 분야의 발전, 자동차 분야의 발전, 잠수함 분야의 발전, 고속철도 분야의 발전, 의료용 기기 분야의 발전, 신약 분야의 발전, 건축 디자인의 발전, 무기 개발의 발전, 대체 에너지 분야의 발전 등 정말 많은 분야의 발전을 대학 교수들이 이끌어왔던 것이다.


한 국가나 사회에서 인정을 받는 집단이 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대학 교수들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교육과 연구를 하고, 연구의 결과를 사회에 제공함으로서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한 정도가 매우 높다고 인정받는 것이 독일이라는 나라다. 대학의 교수가 보내준 텔렉스 한 장으로 조직이 다른 시청의 직원이 외국인 학생의 체류 비자를 받을 수 있게 해준 나라, 독일은 진정 대학의 교수를 인정해주는 나라였다.


우리나라의 신문 지상에 종종 올라오는 ‘교수는 철밥통’이라는 기사를 볼 때마다, 그 옛날 독일에서 경험했던 일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교수가 대접받고, 우리나라를 지탱할 수 있게 해준 힘이 교수들의 노력에 의해서 이뤄졌다고 인정해주는 시기가 반드시 오리라 생각한다. 그때까지 우리 교수들은 조금 더 노력을 해서 우리나라가 정말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교수들의 연구 결과가 우리나라를 굳건하게 만들어준 힘의 근원이었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 수 있게 해야겠다.

■ 부산대 산업공학과 교수로 있는 저자는 미국 대학을 둘러보고, 한국과 미국 대학을 비교한 『미국대학의 힘』을 쓴 바 있다. 이번 책은 그가 유학을 떠났던 1981년부터 독일과 독일의 대학에 대한 시각을 정리해낸 것으로, 독일 대학의 힘을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읽어내고 있다. 목 교수는 대학과 연구소, 문화와 예술, 자동차 문화 등을 응시하면서 “독일을 지탱하고 있는 힘은 대학에 소속된 많은 연구소에서 교육된 훌륭한 연구원들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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