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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발전, 원자력 공존과 신재생 공감에 달렸다
한반도 발전, 원자력 공존과 신재생 공감에 달렸다
  •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
  • 승인 2014.11.2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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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 한국 종합진단, 지속가능발전 탐색(20) 에너지


최근 우리 사회는 경제, 사회, 환경 등 사회 전반에 걸쳐서 구조적 리모델링을 요구하는 전환기에 들어섰다. 근대화 50년 경제 성장은 긍정적 측면 못지않게 그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으며, 해결하지 못했던 난제들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더욱이 이것들이 전방위적으로 구조화돼 가고 있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발전에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이 시점에 ‘전환기 한국 종합진단, 지속가능발전 탐색’을 주제로 기획연재를 마련, 한국사회의 지속가능발전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유엔 등 국내외 관련기관의 지식과 경험을 참조해 과학기술, 교육, 정치, 재정, 경제, 경영, 문화, 역사문화, 보건, 안전, 고령화, 여성, 중소기업, 농촌, 국토환경, 주거, 생태, 수자원, 기후변화, 원자력, 도시건축, 디자인, 통일 등 23개의 주제를 선정했다. 집필진은 관련 분야의 대표적 학자와 국책연구원 원장 등으로 구성했다. 이 연재를 통해 구석구석(facts)을 파헤쳐보고 우리에게 필요한 과제(needs)를 통합적(integral)으로 해결하고, 나아가 환경권을 보호하면서 삶의 질(well-being)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한국형 지속가능발전 모델 개발에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
원자력과 신재생은 에너지란 점에서는 같지만 법제도뿐 아니라 개발과 이용 등이 사뭇 달라 접점을 찾기 어렵다. 신재생이란 좁게는 태양이나 풍력 등을 일컫지만 넓게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모든 에너지원으로 볼 수도 있다. 새롭고 깨끗하고 오래갈 수 있다면 원자력도 이 범주에 속할 수 있다. 미래 기술개발을 전제로 무진장한 연료의 토륨원전과 핵융합로가 여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화석연료 절감을 위해 대두된 두 가지 대안을 논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원자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가별로 정책이 사뭇 달리 펼쳐지고 있지만 국내현실을 돌이켜 볼 때 지속적 이용이 불가피하다. 자원이 전무한 국내에서 원자력은 전력수요를 충족하는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이며, 온실기체 감축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원전은 석탄이나 가스에 비해 정산단가가 절반도 안 되고, 연료비 비중이 적어 가격변동이 작다.


태양과 풍력이 원전의 대안으로서 제시됐으나 평지의 태부족, 설비의 고비용, 자원의 잠재량을 볼 때 단기간 내 대폭증가는 어렵고, 국내여건을 충족해주기에는 요원해 보인다. 따라서 지금으로선 신재생이 원자력의 틈새를 메우는 마감재라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국내현실에서 안정적 공급, 탄소량 감축, 경제성 확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상당기간 일정수준 원자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불량부품, 위조서류, 금품수수 등 비리가 불거져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원전 불안으로 번지고, 원자력의 수용성이 통째로 깎이는 자중지란을 자초했다. 따라서 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쇄신책이 정부를 중심으로 추진 중이지만 복마전의 오명을 씻기엔 역부족이다. 최근 삼척의 주민투표결과는 적법여부를 떠나 대한국민과 한국원전이 얼마나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욱이 요즘엔 원자력이 우리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을지도 의문시되고 있다. 원자력이 일부국가를 제외하곤 세계적으로 더는 쓰기 힘든 에너지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원전을 팔려 해도, 사들일 나라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 이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데다 미국, 일본 등과의 경쟁에서 합종연횡 이점도, 자금조달 강점도 없다는 게 더 큰 고민이다. 최근 요르단으로부터 160억 원 규모 부지평가 용역을 수주하고, 네덜란드와 250억 원 규모 연구로 개선사업을 체결했는데, 일각에서는 다시금 원자로 수출길이 뚫렸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한국 상용원전 수출전선의 날씨는 여전히 흐리거나 비가 오고 있다. 자칫하면 장마에 접어들 수도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해외원전 운영상황을 살펴보면 판이하게 갈라져 있다. 원전가동 31개국 중 반원전 여론이 강한 국가는 가동원전의 단계적 폐쇄정책으로 선회했고, 미국, 프랑스, 러시아, 영국, 중국 등은 기존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원전을 확대하려는 나라는 폴란드 등 6개국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공회전하며 국민여론의 추이를 살피고 있다. 하지만 국내현실은 선택할 수 있는 에너지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가스 같은 기적도 없다. 호주의 황야 같은 희망도 없다. 그러니 우리는 불가피하게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에너지원 간 최적의 묘안을 모색해야 한다. 바로 원자력의 지속적 이용과 신재생의 보완적 역할로 연립방정식을 풀어가야 할 것이다.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최적의 묘안 모색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이 둘을 적절하게 배합해 녹색성장과 창조경제에 기여하고, 국제기후변화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며, 국내 에너지 공급안정을 선도하고, 청결하고 안전하게 백두대간을 보전해 한반도의 에너지 자립을 주도해야 한다. 따라서 지속가능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과 신재생의 개발과 이용·보급에 국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원전의 연료는 우라늄이다. 석탄이나 석유처럼 땅 속에 묻혀있는 이 광물은 특징이 있다. 석탄이나 석유에 비해 훨씬 적은 양으로, 훨씬 더 많은 열을 낸다. 또 산소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고 중성자만 있으면 반응이 지속된다. 석탄, 석유와 달리 우라늄은 손톱 하나 크기면 발전이 가능하다. 물론 이를 위해선 기술공존과 국민공감이 필요하다.


한 사람이 평균 1kW를 쓰며 100년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우라늄은 고작 4gm이다. 무게는 골프 공, 크기는 포도알 하나만 하고, 여기서 나오는 재는 330ml 작은 깡통 하나에 담을 수 있다. 게다가 여기엔 플루토늄 불쏘시개와 우라늄 땔감이 들어있어 태울 수 있는 아궁이, 즉 고속원자로가 언젠가 나오면 재활용할 수도 있다. 물론 결국엔 쓰고 난 연료를 어딘가 외딴 곳에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원전사고나 사회갈등 비용까지 산정할 순 없지만, 국내원전 단가는 100W 전구 10개를 1시간 동안 켜는 데 40원이니 매우 싸다. 물론 미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는 100원 수준이다. 우리의 경이로운 원전이 일궈낸 풍요에 대해선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우리에게 한시도 없어선 안 될 전기가 여기서 나온다. 전기는 이제 산소만큼이나 우리에게 절대적 존재이다. 미래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원자력 또한 단점을 가졌다. 발전 중 나오는 방사선은 우리에게 매우 위험한 빛이다. 물론 부단한 노력으로 안전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긴 했지만, 일본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이어지는 한 원전에 대한 두려움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너무 두려워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두려워하지 않아서도 안될 것이다.
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는 탈핵 운동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은 한반도 미래세대 녹색성장 지속가능 발전원으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주춤했지만 원자력은 세계 발전량의 10분의 1, 국내 발전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우리로서는 국민 공감대 형성과 국가 경쟁력 향상을 바탕으로 안전강화와 수출전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할 시점에 와있다.


라인강을 가로지르는 독일 본의 케네디 대교에는 태양광판이 수를 놓고 있다. 거대한 바람개비 또한 어느 곳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2022년까지 원전을 모두 폐쇄하고 화석연료를 줄이고 신재생을 높이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것이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생산의 급증에 따라 전기를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태양이 내리쬐는 평지와 강풍이 불어대는 북해를 가진 유럽의 축복이다.

통일형 에너지 녹색전환의 필요성
그러나 국토 대부분이 산지인 한반도에는 통일형 에너지 녹색전환이 필요하다. 녹색전환의 목표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원자력과 신재생 공급으로 온실기체를 줄이고 남북통일을 이루는 데 있다. 녹색전환은 단순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脫탄소 한반도 창조경제의 기반을 마련하는 원대한 국가사업이어야 한다. 물론 에너지 효율제고와 사용절약도 따라야 한다.
그런데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전기료가 오르는 게 큰 문제다. 녹색전환의 성공을 위해선 소비자의 부담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신재생 신규 송전망 구축도 과제다. 생산지에서 소비지로 전기를 흘려보내기 위해선 막대한 건설비용과 함께 경관훼손 등의 문제가 얽혀 있다.


녹색전환이 성공할 경우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창조경제를 이뤄내는 국제 모범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원자력과 신재생 복합단지를 조성하고 태양광판과 풍력발전을 병설해 녹색사회 구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호혜적 전략도 구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설비는 비상전원으로 쓸 수도 있다.
원자력과 신재생은 공공선을 위한 합집합이 돼야 한다. 우리에겐 석유도 없고, 석탄도 없고, 평지도 없고, 대안도 없다. 녹색의 한반도,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오늘을 지속하고 내일을 약속하려면 원자력의 변신과 신재생의 화신이 필요하다. 원자력의 공존을 신재생의 공감으로 승화시키는 것만이 최선 없는 차선이자 차선 없는 최선이다.

■ 필자는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태평양원자력협회 차기회장이며, 미국 원자력학회 한국 지회장으로 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선임연구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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