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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에 ‘치킨 게임’ 압박하는 교육부
국립대에 ‘치킨 게임’ 압박하는 교육부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11.24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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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패소에도 공주대에 총장후보 재선출 재차 요구

교육부가 행정소송에서 져서 항소심이 진행인데도 공주대에 총장 후보자를 다시 선정하라는 공문을 지난 6일 재차 보내면서 교수들이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가 ‘치킨 게임’을 압박하면서 대학을 혼란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공주대 교수회(회장 정민걸)는 지난 21일 “사법부도 부적격 사유를 밝히지 않고 교육부가 총장임명 제청을 거부한 것은 위법으로 판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장 후보자를 새로 선정해 재추천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사법부 판결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교육부의 사과와 시정을 요구했다.

교육부가 공주대에 총장후보자를 새로 선정하라고 요구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7월과는 의미가 다르다. 교육부가 뚜렷한 이유 없이 총장임명 제청을 거부하자 1순위 후보자였던 김 아무개 교수는 ‘임용제청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9월 30일 김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교육부는 10월 16일 항소했다.

공주대 교수회는 “1심 판결에 따라 기존의 1, 2순위 후보자는 잠정적으로 적법한 임용후보자 상태”라며 “사법부 최종심에서 교육부가 패소하면 재선정된 후보자는 원천 무효가 돼 교육부의 재추천 요구는 공주대를 더 큰 혼란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뚜렷한 사유 없이 교육부가 총장임명 제청을 거부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체대는 4번이나 임명제청을 거부했다. 한국방송통신대가 추천한 류 아무개 교수도 마찬가지다. 류 교수 역시 지난달 ‘총장 임용제청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정민걸 공주대 교수회장은 “이는 단지 공주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부가 로또식 총장 공모제를 강제로 도입해 모든 국립대가 겪고 있거나 앞으로 겪게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쟁점1: 총장임명 제청은 내부 의사결정과정?

1심 판결에서 지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데도 교육부가 공주대에 재추천을 거듭 요구한 이유는 총장후보자 추천을 행정기관 간의 내부 의사결정과정으로 보기 때문이다. 1심에서 교육부의 주된 논리도 이것이었다. 이 주장대로라면 행정소송 대상도 아니고, 김 교수와 류 교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자격도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와 후보자 개인 간의 소송일 뿐이다. 총장임용제청 거부는 행정기관 간의 내부 의사결정과정이어서 우리는 끝까지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1심 재판부는 “대통령에게 임용제청할 총장임용후보자를 정하기 위한 행정기관 상호 간의 내부적인 의사결정과정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공주대와의 관계에서는 대학자치권(총장임용후보자 추천권)을 제한하는 한편 원고(김 교수)와의 관계에서는 공직 취임권을 제한하는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헌법 제25조의 공무담임권은 합리적 이유 없이 공직 취임의 기회가 박탈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행정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쟁점2: 교육부는 져도 거부 사유만 알려주면 된다?

임용제청을 거부한 사유를 알려주지 않은 절차상 하자를 다투는 소송이라고 보는 것도 교육부가 총장임용후보자 재추천을 재차 요구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교육부 관계자는 “본인에게 거부 사유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절차상 문제를 다투는 소송이라 재판에서 최종 패소해도 이유만 알려주면 된다. 그대로 다시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관이 직원 인사를 하면서 일일이 설명하지 않듯 대통령 인사권에 해당하는 재량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소송에서 교육부가 최종 패소했을 때 기존 후보자를 그대로 추천해야 하느냐, 임명제청을 거부할 수 있느냐는 여전히 남겨진 쟁점이다. 교육부는 ‘재량’으로 보기 때문에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후보자 재추천을 요구했다. 실제로 교육부는 임명제청 거부 사유를 알려달라는 방송대의 요구에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사관리’는 비공개 대상이라는 점을 들어 이유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법 전문가인 임재홍 방송대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기속재량행위다. 옛날 같으면 조직 내부 문제라 원고 자격이 없다고 봤지만 90년대 이후에는 그런 식으로 보지 않는다. 교육영역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대법원의 판결 흐름을 보면 행정청이 거부할 만한 사유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하면 행정기관 내부의 문제라고 본다(재량행위). 반면 뚜렷한 사유가 없는데도 (임명 제청을) 거부했다고 판단하면 기속행위로 봐서 위법 판결을 내린다.”

법원이 보기에 후보자가 총장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총장 자격이 있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임명제청 거부 사유만 알려준다고 끝날 일이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임 교수는 “행정소송에서 교육부가 져서 기속행위로 결정나면 다시 임명 제청을 해야 하는데, 이때 다른 사유를 들어서 임명 제청을 거부할 수 있는지, 그대로 임명 제청을 해야 하는지를 놓고 또 다퉈야 한다”라고 말했다.  

쟁점3: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할 수 있나?

법원이 기속행위라고 최종 판단해도 의문은 있다. 국립대 총장은 대학의 추천을 받아 교육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때 대통령이 반드시 임명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임 교수의 설명이다. “최종적으로는 대통령의 임명권을 실질적인 인사권으로 볼 것이냐 대학자치에 해당하느냐의 문제를 다퉈야 한다. 대학자치를 인정하는 외국의 판결 흐름은 형식적 인사권으로 본다. 구성원들이 후보자를 결정했고 법적 결격 사유가 없다면 임명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임 교수는 “이번 행정소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모두 세 번의 재판을 다퉈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학교는 지치고 구성원 간에 갈등이 표출되면서 재선출하고 끝내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교육부가 서로 간의 배짱 싸움으로 몰고 가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공주대는 6개월째 총장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조속히 총장임용후보자를 재추천해 대학의 안정적 운영과 발전을 도모하는 데 적극 협조해 주기 바란다.” 교육부도 바로 이 지점을 건드렸다. 공주대 교수회는 “총장 부재에 따른 행정공백은 교육부가 부적격 사유를 밝히지 않은 데서 시작됐고, 사법부도 위법으로 판단하고 있어 새로운 후보자를 선정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행정 공백의 책임은 교육부에 있는데도 재추천을 강요하는 것은 책임전가”라고 비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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