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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으로서의 인문학 넘어 구체적 가능성 모색
위안으로서의 인문학 넘어 구체적 가능성 모색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4.11.24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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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 HK인문치료사업단, 제2회 한국·대만 인문치료 국제학술대회 개최

‘인문치료’가 단순한 ‘힐링’, 나아가 위로와 위안으로서의 인문학을 뛰어넘어 ‘실천적’ 차원으로 확장, 심화되는 것을 겨냥하고 있음은 이날 발표 논문 곳곳에서 거듭 확인됐다.


강원대 인문과학연구소 HK인문치료사업단(소장 김남연)이 대만철학상담학회와 공동으로 지난 22일 강원대에서 ‘제2회 한국·대만 인문치료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한국·대만 인문치료 국제학술대회는 강원대 HK인문치료사업단이 지난 2007년 HK 연구를 위한 학제적 어젠다로 제창했던 ‘인문치료’에 관한 연구를 국제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기획된 학술대회다. 강원대 HK인문치료사업단과 대만철학상담학회는 2012년부터 향후 4년 동안 매년 2회씩 인문치료의 핵심 주제들을 놓고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그 결과를 정리해 해외 유명 출판사에서 영문으로 저서를 발행할 계획이다.
제1회 대회는 2014년 2월 22일 대만 보인대에서 ‘인문치료의 정신(The Spirit of Humanities Therapy)’을 주제로 개최됐으며 모두 11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이번 강원대에서 열린 제2회 대회의 주제는 ‘이야기하는 인간(Homo Narrans)’으로, 한국학자 5명과 중국학자 5명이 참가해 10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한국연구재단과 강원대가 후원했다.


‘인문치료’가 단순한 ‘힐링’, 나아가 위로와 위안으로서의 인문학을 뛰어넘어 ‘실천적’ 차원으로 확장, 심화되는 것을 겨냥하고 있음은 이날 발표 논문 곳곳에서 거듭 확인됐다. 먼저, 대만철학상담학회 회장인 버나드 리(Bernard LI) 보인대 교수(철학)는 발표문 「C.I.S.A 프로그램의 응용과 실천」을 통해 좀 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버나드 리 교수는 현대의 저명한 철학상담 이론가인 루 매리노프, 피터 라베, 저드 아헨바흐 교수가 제시한 철학상담 방법을 살펴본 뒤, 자신의 (의식, 통찰, 영적 움직임, 상승을 다룬) C.I.S.A 방법을 제시하는 한편 C.I.S.A의 네 가지 단계를 실천하는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다. 버나드 리 교수는 C.I.S.A를 적용하는 주요 태도로서 인간적 고려, 통합적 관점, 보편적 영혼, 능동적 태도를 강조했다.


「철학상담으로서의 시간 속 내러티브」를 발표한 크리스탈 황(Cristal Huang) 수초우대 교수(철학)의 논의는 폴 리쾨르의 ‘시간 속 내러티브’ 개념을 빌려와, 이야기 과정이라는 내러티브를 통해 지금-내적 이해의 과정을 확보하는 것의 의미를 진단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우리는 내러티브 때문에 인간됨이라는 동일성으로 나아간다. 이야기를 통해 인간은 동시대의 시간과 공간 속에 처하게 되며, 인간은 항상 내러티브와 공존한다. 바로 이러한 인간과 내러티브 ‘공존’에서 철학상담의 지평이 확대될 수 있다는 논리다.
잉펜 수(Ying-Fen Su) 푸젠 가톨릭대 연구교수(철학)도 ‘내러티브’를 응시했지만, 서구 사상가가 아닌 중국 전통 사상가에서 문제를 찾고자 했다. 그는 발표문 「언어, 내러티브, 신체―『장자』에서 나타난 ‘고독’의 상징적 표현」에서 ‘『장자』에서 말하기의 특별한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말하기-은유-몸-자기의식이라는 몸의 순환에 주목해 이 자기의식의 관점이 실천으로 옮겨가는 다양한 경로를 검토했다.

 
「자아의 의미 추구」를 발표한 안젤라 후이 메이 리(Angela Hui-Mei Lee) 대만철학상담학회 선임연구원(철학)은 이러한 논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철학상담’을 ‘철학적 실천’의 영역으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철학상담은 철학 이론과 방법을 적용해 내담자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것이다. 크리스탈 황 교수처럼, 안젤라 연구원도 리쾨르의 ‘네러티브적 동일성’에 주목, 이것이 철학상담의 방법으로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대만 학자들이 구체적 프로그램, 내러티브, 자아, 리쾨르 등에 주목했다면 한국측 학자들은 어땠을까. 이영의 강원대 HK교수(철학)는 「체화된 마음의 관점에서 본 내러티브적 자아, 행위, 마음」을 통해 자아의 내러티브적 본성을 분석했다. 한국-대만 학자들의 ‘인문치료’, ‘철학상담’의 공통분모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논의를 확장해 브루너, 맥킨타이어, 리쾨르의 내러티브 이론까지 두루 짚으면서, “이 이론들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내러티브의 체화성과 외부 세계로의 확장성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독문학을 전공한 이민용 강원대 HK교수는 이론으로서의 내러티브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치료의 정신분석적 근거’를 확보하는 데까지 밀고 나갔다. 발표문 「불안 신경증, 그리고 내러티브 치료의 정신분석적 근거」에서 이 교수는 브로이어와 프로이트의 공동 연구인 『히스테리 연구』를 중심으로, 특히 안나 O.에 대한 치료 사례를 내러티브 치료의 관점에서 살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초창기부터 내러티브 치료의 핵심적인 두 측면인 정서적 측면과 인지적 측면의 치유적 근거가 놓여 있었다는 것을 확인한 것.


앞의 발표자들이 ‘내러티브’를 공략했다면, 유강하 강원대 HK연구교수(중문학)와 김선희 강원대 교수(철학과)는 ‘이야기’의 인문치료적 가능성에 주목했다. 유 교수의 발표문 「이야기하는 인간되기: 중국 고전 문학과 글쓰기」는 중국 고전문학을 깊이 공부하고 보다 유의미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이기도 한데, 그는 고전을 통해 삶의 의미를 짚어내고, 이를 자신의 글쓰기로 체화하는 것을 제시했다. 성찰이 부족한 시대, 고전문학을 배우는 것은 무용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치유적이고 깊은 의미를 갖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철학실천에서의 이야기하는 인간의 치료적 의미」를 발표한 김 교수는 철학 교양강좌인 ‘힐링철학’을 논의 무대에 올려 공유 폭을 확대하고자 했다. 김 교수에 의하면, 이 ‘힐링철학’은 첫째, 철학적 지혜를 통해 21세기 청춘의 고민 검색어인 ‘나, 가족, 친구, 연인, 사회, 세계, 미래’와 ‘나’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스트레스, 불통, 허무, 분노, 우울, 대인관계와 같은 아픔들에 대한 자기 진단과 치유를 도모할 수 있다. 둘째, 어느 시대보다 아픈 지금, 누구보다 아픈 청춘과 철학의 만남인 힐링철학을 위해 ‘나는 누구인가?’,‘나는 왜 사는가?’와 같은 물음을 서양철학의 개념과 주제들을 통해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게 한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철학하기와 힐링하기의 접목을 위한 철학적 산파술로써 ‘필로-프락시스’의 실천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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