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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됐던 광주 전남 작가 발굴이 제 연구의 핵심이죠”
“소외됐던 광주 전남 작가 발굴이 제 연구의 핵심이죠”
  • 윤지은 기자
  • 승인 2014.10.27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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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작가 발굴에 앞장 선 이동순 조선대 교수

“광주전남의 작가들 중 문학사에서 충분히 조명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외된 작가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을 문학사에 다시 호명하고 싶단 생각에 한 사람 한 사람 찾아 나서게 됐습니다.”

▲ 이동순 조선대 교수
이동순 조선대 교수(47세, 현대시·사진)는 지난달『광주전남의 숨은 작가들』(케포이북스 刊)을 출간했다. 박흡, 김태오, 목일신, 정태병 등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작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삶을 묶어 책으로 낸 것이다.

지역작가 발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광주전남의 숨은 작가들』출간 전에도『박흡문학전집』,『 목일신전집』등 전남 출신의 작가들을 발굴해 문학적 생애를 정리한 전집을 펴내 왔다. 이번에 출간한 책 역시 지역작가에 대한 연구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박흡, 목일신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작가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건 우연히 본 단 한 줄의 문장 때문이었다. 이 교수는 전남대에서「조태일시연구」로 박사 논문을 쓰던 시절, 조태일 시인이 발표했던 원문과 자료를 수집했었다.

“그 당시 ‘박흡 시인은 김현승 시인과 라이벌이었다’는 문장을 보고 박흡이 어떤 인물이고, 어떤 시를 썼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알고 보니 박흡 시인은 현대시사에서 한 획을 그은 박봉우, 박성룡, 주명영, 윤삼하의 문예부 지도교사였습니다.”

이후 박흡의 문학 흔적을 찾아 정리한『박흡문학전집』을 출간했다. 그 작업 중 만난 작가가 동화작가 목일신이었다. 목일신은 동요「자전거」의 작가이지만 작품집이 없어 문학사적으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었다. 목일신의 생애를 추적하고 작품을 수집해 전집으로 엮었고, 그 일련의 작업들이 김일로, 김악 등의 지역작가 발굴까지 확대된 것이다.

이 교수가 작품뿐만 아니라 작가의 생애까지 집중한 것은 이유가 있다. “작가의 문학적 생애, 작가의 전기는 작품의 배경과 작품탄생의 배경을 헤아릴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소외된 작가일수록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문학연구에서 가장 선행돼야 하는 일입니다.”

이 교수는 소외된 작가의 발굴과 조명은 지역 문화와 문학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목일신 작가의 전집을 발간하고 나서 목일신의 고향인 전남 고흥군에서는 ‘목일신 창작동요제와 동시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로 한국문학사가 풍성해지고 그 지평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실 이 교수는 전남지역과 인연이 깊다. 그의 고향은 가사문학의 산실로 통하는 전남 담양이다. 특히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관동별곡』의 송강 정철이 머무르며 작품을 썼던 곳이었다. “식영정이나 소쇄원, 환벽당과 취가정, 독수정은 초등학교 시절 놀이터와 다름없었습니다.” 어릴 적 받았던 문화적 영향이 연구 주제로까지 확장된 셈이다.

이 교수는 앞으로도『광주전남의 숨은 작가들』에 소개된 작가들의 작품을 망라해 전집으로 묶는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오는 12월 광주전남 최초의 동화작가 정태병의 전집과 동화집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동요「강아지」의작가 김태오 전집을 준비하고 있다. 언젠가 빛을 바라볼 날을 기다리고 있는 광주전남의 작가들을 새로 발굴하고 조명하는 일도 그가 놓고 싶지 않은 소명이다.

윤지은 기자 jie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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