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21:45 (금)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을 짜자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을 짜자
  • 이원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 승인 2014.10.20 1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언] 이원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 이원근 사무총장

박근혜 정부의 그랜드 비전은 통일 대박이다. 통일을 대박으로 만들고 앞 당기기 위해 창조경제를 통한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등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국정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새로운 사고와 발상을 할 수 있는 창의인재 육성을 위한 창조교육이 뒷 받침돼야 한다. 그렇지만 창조경제로의 경제 패러다임 전환 못지않게 우리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함에도 현재 창조교육을 위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 정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 교육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할 만한 개혁은 1995년 5월 31일 발표된 소위 김영삼 정부의 5·31 개혁안이다. 5·31 개혁안은 지식정보사회를 맞아 열린교육사회와 평생학습사회를 표방하면서 학습자 중심 교육, 다양화와 특성화, 자율과 책무, 정보화를 교육개혁의 방향으로 잡아 우리 교육의 기본 틀을 바꾸는 안들을 제시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학교운영위원회, 학교장 및 교사 초빙제, 새로운 학교생활기록부 제도, 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 수준별 교육과정, 검인정 위주의 교과서 제도, 학점은행제, 전문대학원 제도, 교육법에서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 및 고등교육법으로의 전면 개편, 교육재정 GNP 5% 확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 수많은 제도와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구 등 행·재정적 지원 방안들이 제시됐다.

이 개혁안은 김영삼 정부 출범 후 3년째에 제시돼 자칫 사장될 수도 있었으나 정권을 떠나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안이었기에 그 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도 계속 추진됐으며 오늘날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실 김영삼 대통령은 물론이고 역대 대통령들이 교육을 중시하고 심지어 교육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교육에 관한 명확한 비전과 개혁의지를 가진 대통령은 없었던 것 같다. 국정을 운영함에 있어서 시급하고도 우선 처리해야 할 과제들이 물밀듯이 밀려드는 상황에서 교육은 문제투성이인 것 같으면서도 정권을 좌우할 급박한 과제는 아니기도 하거니와 워낙에 복잡하기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 수가 없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 사교육비 문제가 중요 현안으로 부각됐고 마치 그 문제가 교육문제의 핵심인양 인식돼 거기에 매진하면서 기타 문제는 그저 시끄럽지만 않으면 국정을 잘 수행해 나가는 것으로 오인되곤 했다.

미래세대를 세계 제일의 창의인재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교육내용과 방법 등 창조교육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일사분란하고 시끄럽지 않은 교육은 결코 창조교육이 될 수 없다.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이 표출돼 다양한 모습의 교육들이 시도되고 경쟁하게 해야 한다.

역사 교과서 문제뿐만 아니라 교과서 질 개선을 위한 교과서 체계의 전면적 재검토, 시도교육감 선출 문제보다 더욱 중요한 초중고 교육내용과 평가시스템의 지역단위별 실시 등 실질적인 지방교육자치 확대 문제, 목적형 인력양성 시스템이면서도 임용률이 20%내외에 불과한 교원양성대학 문제, 자사고뿐 아니라 사립대학 등 사학의 자율성과 관리감독 문제, 팽창기 시대 관리감독 위주의 대학정책에서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맞는 자율성, 다양성 위주의 새로운 대학정책으로의 전환 문제, 세계 수준의 대학 육성 정책 등 전혀 새로운 환경과 다가오는 통일시대를 대비한 창조교육체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일본의 경우에도 대학의 글로벌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이고자 슈퍼 글로벌 프로젝트를 기획해 이미 지난 9월말 세계 수준의 교육연구 역량을 목적으로 하는 13개 대학과 일본사회의 글로벌화를 견인할 24개 대학을 선정하는 등 자율성을 바탕으로 대학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들을 모색하고 있다.

마침 내년 5·31 교육개혁 20주년을 앞두고 최근 교육계를 중심으로 제2의 5·31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 문제는 누구나 다 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누구나 잘 모른다. 교육전문가들조차 백가쟁명이지만 사실은 어떤 정책이 진정 미래를 잘 대비하는 정책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의 의견이 아니라 중지를 모아야 하며, 조합식 개선안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공무원이 아니라 민간 전문가 중심의 대통령위원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 보면 사실 교육에서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수 정권 때 중·고교 평준화를 실시했고, 진보정권 때 9등급 내신제를 채택했다. 대통령위원회가 중심이 돼 창조교육을 위한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이 제시된다면 정권에 관계없이 추진될 것이다. 단편적인 현안 문제에서 벗어나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하루 빨리 모색되기를 기대한다.


이원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