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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잘 쓰면 약! 보톡스 대용으로도 쓰여
독도 잘 쓰면 약! 보톡스 대용으로도 쓰여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4.10.14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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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_115. 복어

▲ 복 중에 천하일품으로 치는 황복. 사진출처=국립수산과학원
복국 맛이 나는 절후가 왔다. 음식도 철에 따라 궁합이 있어 가을철 하면 단연코 복국과 추어탕을 빼놓을 수 없지. 생뚱스럽게도 체중을 줄이겠다고 아등바등하는 필자가 이렇게 음식이야기를 쓸라치면 오장육부가 뒤틀리고 군침 소비가 퍽이나 는다. 의사가 대사증후군이니 살을 빼란다. “배고픔을 즐긴다”, “음식은 밥상머리에서만 먹는다”,“ 군것질은 죽어도 않는다”는 둥 이(齒)를 바드득 갈면서라도 지켜야 하기에 그렇다. 암튼 7~8㎏ 몸무게를 던 탓에 삼혈(혈압, 혈당, 혈중콜레스테롤)이 거의 제 자리를 잡아서 천만다행이다. 헛배의 군살은 아무 짝에도 소용없는 것이매….

어쨌거나 술꾼들은 속풀이를 하려고 마냥 복집을 찾는다. 그런데 복어는 다른 고기에 비해서 껍질이 두껍고 질겨 박제로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일식집에 들면 여기 저기 구석에서 가시가 송송 난 풍선 같은 복쟁이가 우리를 반기지 않던가. 아무튼 콩나물에 풋미나리를 듬뿍 넣고, 무를 듬성듬성 썰어 넣어 한참 푹끓인 다음, 마늘을 한 그득 푼 아릿한 복국 한 사발이면 속 쓰림이 감쪽같이 살아진다. 후룩후룩 희뿌연 복어 국물이 그립다. 또 군침이 돈다.

복어란 참복과의 물고기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몸은 똥똥하고 비늘이 없으며, 등지느러미가 작고 이가 날카로우며, 적에게 공격을 받으면 공기를 들이마셔 앞배를 불룩하게 내미는 것이 특색이다. 우리나라에 나는 복만도 황복, 까치복, 자주복, 가시복 등 25종이나 되는데, 복 중에서 아주 잘 생긴 놈은 뭐니 해도 노란 지느러미에다 몸바탕에 까치 닮은 희고 검은 색의 띠가 고르게 나있는 멋쟁이 까치복이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고기 맛도 절품이며, 주로 해장국으로 먹는 것이 그놈이다. 그런데 그 명품인 까치복을 저리 가라는 황복이 있다.

복어(buffer)는 주로 바다나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반 짠물(汽水, brackish water)에 살지만, 그 중에서 유일하게 민물(강)에도 올라오는 황복이 있다. 복중에서 천하일품으로 치는 황복은 옛날 사람들이‘강돈(河豚)’라 불렀으니 살이 푸짐하고 맛도 좋았다는 뜻이리라. 하나, 물 맛 좋은 샘이 먼저 마르고 곧은 나무 제일 먼저 잘려나가니, 맛 나는 황복은 이래저래 위험천만으로 지구에서 살아질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복어 이 갈듯 한다는 말이 있다. 원한에 맺혀 이를 부득부득 가는 사람을 놓고 하는 말이다. 실제로 소리를 내는 어류(sonic fish)들이 있으니, 다른 큰 물고기에게 기겁해 갈피를 못 잡고 우르르 쫓기거나 상대방을 겁줄 때, 또는 자기 있는 곳을 알릴 적에 소리를 낸다. 조기 무리는 이따금씩 구-구-구- 하는 소리를 내는 습성이 있어서 여름철의 개구리떼 소리 비슷한 소리를 읊조린다고 한다. 이런 물고기들은 모두 부레(swim bladder) 양쪽에 달려있는 특수근육으로 안쪽에 있는 막을 떨리게 해서 소리를 낸다는데, 쥐치나 복어 같은 것들은 입술을 사리물고 이빨을 빠드득빠드득 갈아 소리를 낸다.

그리고 실속 없이 잘난 척 허세만 부리는 사람을 비아냥거릴 때“복어 헛배만 불렀다”고 한다. 어디 복어가 배탈이 나 공기(가스) 찬 헛배란 말인가? 복어는 위험에 맞닥뜨리면 공기로 배를 빵빵하게 불리기에 하는 말이다. 복어는 제보다 더 큰 물고기를 만나거나하면 입으로 공기를 한껏 빨아들여 내장에 붙어있는 공기를 채워 넣는‘부풀어나는 주머니(膨脹囊)’를 세게 늘려 제 몸뚱이의 4배까지 팽창시킨다고 한다. 이렇게 가뜩 넉살부려 상대를 압도하려 드는 것이다.

그렇다. 아이들이 싸움질을 할 때나 수탉끼리 한 판 붙을 때도 어깻죽지를 치켜 올리거나 들썩거려 위압을 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개나 말도 상대의 기를 죽이기 위해 갈기를 바짝 세우거나 예리한 이빨을 드러내고 앙칼진 소리를 질러 상대를 주눅 들게 한다. 아무튼 복어는 배가 큰 것이 특징이고, 서양 사람들도 보는 눈이 우리와 다르지 않아서 복어를 배가‘불룩한 물고기’라고‘swellfish’, ‘blowfish’라 부르니 ‘배불뚝이’란 말이다.

또“난장 복어 치듯 한다”는 말이 있다. 시골 장날은 아무래도 여러 사람들이 뒤죽박죽, 뒤숭숭 섞여 모여 떠들썩하니 말 그대로‘난장판’이고, 그 난장 바닥엔 복어가 나뒹굴었으니, 아마도 그 옛날엔 피를 뽑고 먹는 법을 몰라 복어를 하찮게 버려버리는 자질구레한 잡어 정도로 취급했을 터다.

껍데기의 예리한 가시나 이빨은 물론이고, 몸집을 훨씬 크게 보이게 하는 허장성세 말고도, 또 복어는 알이나 피, 내장에 든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라는 독성물질로 몸을 보호한다. 복 한 마리에 들어있는 양으로 쥐 몇 천 마리를 죽일 수 있다 하니 가공할 물질로 조금만 먹어도 혀끝이 얼얼해지고, 사지는 물론이고 전신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며, 호흡 곤란까지 일으키면서 심하면 생명을 잃고 만다. 복이 사람을 잡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복국에는 이 독 물질이 조금 섞여 있어야 진짜 제맛이 난다고 하고, 그것이 중독성이 있어서 복 마니아(mania)들이 복집을 꾸준히 들락거리게 한다.

그런데 복어 독으로 치료제를 만든다고 한다. 이 독은 근육을 이완시키는 작용이 있어서 주름 제거제로 쓰이는‘보톡스(botulinum toxin therapy)’대용으로 쓸 수 있고, 말기 암 환자 진통제, 야뇨증 치료제, 국소마취제로 쓸 수가 있다고 한다. 독도 잘 쓰면 약이 된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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