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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 잃은 활동, 새로운 비전 필요하다”
“활기 잃은 활동, 새로운 비전 필요하다”
  • 교수신문
  • 승인 2014.10.0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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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과학문화 교육단체의 역할

국내 50여 민간과학문화교육단체들의 연합회인 (사)한국과학문화교육단체연합(회장 진정일)가 지난달 17일 과학기술회관에서 ‘민간 과학문화 활성화를 위한 입법 추진 활동’을 주제로 연차토론회를 열었다. 민간과학문화교육에 관한 최근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제도적인 과학문화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 보기 위해서다. 다음은 토론회의 4가지 소주제 중 3번째 ‘민간 과학문화 교육단체의 역할과 비전’에 관한 권기균 (사)과학관과문화 대표의 PPT발제문을 권 대표가 재정리한 글이다.

최근 들어 민간의 과학문화 활동이 활기를 잃고 있다. 과학을 경제 성장의 도구로 보고 단기 성과에 집착하면서 그 부작용으로 오히려 과학기술이 위축되고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민간에 대한 과학문화 육성 정책의 기본 취지가 크게 퇴색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그래서 2000년 12월 대통령자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보고된 ‘과학문화 활성화 방안’(작성자 이용수)을 기준으로 그동안의 변화와 오늘의 상황을 비교하며 살펴봄으로써 민간 과학문화교육단체들의 올바른 역할과 비전을 찾아보고자 한다.


“첫째, 국가발전전략의 핵심으로 과학기술발전을 위한 일반대중의 과학문화 이해는 중요하다. 둘째, 과학NGO는 과학문화를 대중들에게 전달할 가장 구체적 실질적 주체이다. 셋째,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이들 과학NGO의 구심적인 역할을 맡으며 스스로 자기 사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 하다.” 앞 보고서의 과학문화 민간단체에 관한 핵심 내용들이다. 또 보고서는 과학문화의 주체들인 대중, 과학NGO, 정부, 과학관이나 박물관, 과학문화재단(지금의 한국과학창의재단), 기업, 언론 등에 관한 11개항의 ‘요약’과 ‘6개 제안’을 제시했다.


그동안 과학관과 박물관은 많이 늘어났다. 과학관협회의 회원 과학관도 110여 곳이나 된다. 박물관도 미술관을 포함하면 950여 개나 된다. 국립 과천과학관, 광주과학관, 대구과학관 등 제법 규모가 큰 과학관도 많이 생겼다. 전시도 Hands-On 전시물을 지향한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리서치 기반의 과학관이 아니라, 전시 중심의 과학관이 대부분이라는 점에 있다. 또 단품 전시물은 늘고 있지만 스토리텔링이 없다. 게다가 아직도 자원과 에너지, 환경, 바이오에 관한 종합 연구와 정보, 리소스를 담당할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없다.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여전히 OECD국가 중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없는 유일한 나라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당시와 비교하면, 과학NGO도 수적으로 많이 증가했고, 이들 단체의 연합체인 한국과학문화교육단체연합도 출범한지 5년차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의 과학문화 활동은 활기를 잃고 있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할 것인가.
보고서에서는 당시에도 ‘과학기술대중화’에 국내 기업들의 참여가 거의 없다고 했다. 지금 기업들은 과학문화 활동의 파트너로 정부나 산하 기관, 특히 창의재단과의 협력을 상대적으로 선호한다. 그러나 과학NGO와의 협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15년 전 상황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또 과학NGO의 구심 역할을 하는 과학문화재단이 ‘자기 사업을 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여전히 스스로 사업의 주체가 되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단기적으로는 행사의 규모가 커지고 짜임새가 있어 보이나, 기업들과 민간단체의 연결고리를 창의재단이 차지함으로써 민간과학문화단체 활동의 활성화에 차단막이 생기는 이중성의 문제점도 있다. 특히 창의재단이 스스로 만들었던 ‘창의리소스센터’를 없애고, 웹사이트도 or.kr에서 re.kr로 바꾼 것은 민간과학문화의 측면에서 정체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들이 있다. 따라서 창의재단의 정체성과 역할 재정립은 과학NGO에 대한 전략적 지원 강화라는 측면에서 다시 한 번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심각한 것은 재원, 특히 과학기술진흥기금의 고갈이다. 이 기금은 2006년에는 5천120억 원까지 늘기도 했으나 2014년에는 817억 원으로 줄었다. 주된 원인은 일반회계사업에 기금이 과도하게 지출돼온 결과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변화’이다. 레이 커즈와일이 그의 책 『특이점이 온다(Singularity is Near)』에서 언급했듯이 앞으로는 유전학·나노·로봇(Genetics-Nano-Robot)의 G-N-R이 세상을 바꿔갈 것이다. 우선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서 100세 시대를 열고 있다. 커즈와일은 앞으로 생산은 대량생산 대신에 3D 프린팅이 대체할 것으로 전망한다.


변화의 가장 큰 동력은 유튜브의 등장, 아이폰의 진화, 번역기의 등장, 사물인터넷의 확산, 더욱 쉬워지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진화 등으로 대변되는 ICT의 혁명적 변화다. 이로 인해 매스미디어는 셀미디어(Cell Media)로 바뀌고 있고, 위키피디아와 윅셔너리, 위키버시티로 대변되는 집단지식의 시대가 됐다. 매 6개월마다 17% 이상의 새로운 단어들이 새로 태어나는 ‘지식의 폭발’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다. 교육은 ‘Education 3.0 시대’가 됐다. 티칭에서 러닝으로 교사의 역할도 바뀌고, 일상이 돼버린 ‘혁신적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과학적 소양’과 평생학습의 중요성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바라는 인재상도 ‘넘버원이 아니라 온리원’으로 ‘우수한 인재에서 창의적 인재’로 바뀌었다. 학교마다 창의체험 시간이 생겼고, 융합이 강조되고 있다. 교육의 방식도 집단지식과 창의성(Creativity)의 발현이라는 프로세스를 밟아가는 중이다.
결국 민간 과학문화교육단체의 역할과 비전도 거대한 변화의 물결 맞게 설정돼야 한다. 그 변화의 방향은 G-N-R의 시대와 ICT의 혁명이 몰고 온 ‘에듀케이션 3.0시대’와 ‘집단지식의 시대’가 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정부와 창의재단의 역할 재정립과 재원의 확보, 법적 제도적 장치들도 논의돼야 할 것이다.


 


권기균 (사)과학관과문화 대표
필자는 한양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한국과학커뮤니케이터협회 이사, (사)한국과학문화교육단체연합 이사로 있으며, 지은 책에는 『세상을 바꾼 과학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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