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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노리는 ‘에너지 드링크’의 위험한 유혹
청소년 노리는 ‘에너지 드링크’의 위험한 유혹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4.10.06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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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75. 고카페인

▲ 고카페인 에너지 드링크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문제가 나타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 출처= 위키백과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급증하고 있는 에너지 음료 섭취가 여러 부작용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9월 26일 <라이브사이언스닷컴>은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가 청소년들의 심장 질환을 유발하다(How Caffeinated Energy Drink Triggered Teen′s Heart Problem)」를 보도하며 관련 연구를 소개했다.
2012년 5월 강원도를 찾은 한 중학교 학생들이 숙소에서 에너지 음료를 마셨다. 그러던 중 한꺼번에 11캔의 음료를 마신 한 학생이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을 호소한 후 정신을 잃고 쓰러진 사건이 발생했다. 에너지 음료의 부작용을 경험한 사람들은 ‘내 심장이 가슴 밖에서 뛰고 있다’ 또는 ‘내 목에서 심장이 뛰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에너지 음료는 잠을 쫓고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는 이유로 여전히 젊은층 사이에 인기가 높다.

카페인, 과다 섭취하면 부작용 발생
「대학생들의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 소비실태 및 부작용 분석」(이지은 외 2명, 약학회지, 제57권 제2호, 2013.4. 이하 관련내용 참조)에 의하면 카페인이 첨가된 에너지 음료는 현재 14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10년 3월 ‘핫식스’를 시작으로 ‘번인텐스’(2011년 5월 출시), ‘레드불’(2011년 8월 출시) 등이 등장했다. 이들의 월별 매출은 2010년 이후 2년 사이에 100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에너지 음료에 들어있는 성분들이다.


에너지 음료에는 카페인, 과라나 추출물, 타우린, 비타민B 복합체, 글루쿠로놀락톤(glucuronolactone), 설탕 등의 성분이 포함돼 있다. 약리적 활성을 나타내는 카페인은 커피, 차, 청량음료 등의 식품과 의약품에 주로 들어 있다. 카페인은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를 자극하므로 적당량 섭취 시 각성 효과와 집중력 향상, 피로 경감의 효과를 얻는다. 그러나 과잉 섭취하면 뇌 각성(불면증, 행동불안, 정서장애 유발), 심장 박동 수 증가(가슴 두근거림, 혈압상승), 철분 흡수 방해(빈혈 유발), 칼슘 흡수 방해(성장 저해)를 일으킨다.
한 고발 프로그램(KBS 소비자고발,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아이들이 위험하다’, 제222회분, 2012.8.10. 이하 관련내용 참조)에 따르면 음료의 또 다른 성분인 타우린은 담즙을 형성하고 지방을 분해하며 해독 작용을 한다. 그러나 타우린은 카페인과 유사하게 심장 근육 수축 효과가 있으며 관상동맥 혈관의 경련을 유발할 수 있다. 타우린과 카페인은 쓴맛이 강하기 때문에 에너지 음료의 단맛을 내기 위해 과당이 다량 첨가된다. 이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카페인이다.


많은 업무와 시험 등으로 시간이 부족한 20대의 젊은 층에선 카페인 함량이 많을수록 더욱 선호도가 높다. 카페인 함량이 ㎖당 0.15㎎ 이상 함유된 액체 식품을 고카페인 음료라 하는데,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보고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여러 에너지 음료들의 카페인 함량은 한 캔 또는 한 병당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207㎖에 이른다. 19세 이하 어린이 및 청소년의 하루 카페인 섭취 제한량은 체중 1㎏당 2.5㎎ 이하다. 즉, 체중 50㎏인 청소년의 카페인 최대 일일섭취 권고량은 125㎎으로 하루에 커피 한 잔, 에너지 음료 한 캔만 마셔도 최대 일일섭취 권고량을 초과할 수 있다.


성인이 카페인을 과잉 섭취할 때 완전히 분해되는 데 최대 4일이 걸린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카페인에 대한 약리적인 내성이 없기 때문에 카페인 중독에 대한 취약성이 현저히 증가할 수 있다.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지속적으로 과다 복용하게 되면 체내에 축적돼 부작용의 위험률을 높이고 칼슘, 칼륨의 손실을 초래해 청소년기 성장에 유해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의 부작용은 특히 볼프-파킨슨-화이트(Wolff-Parkinson-White, WPW) 증후군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서 더 위험하다. 전형적으로 인간의 심장에는 하나의 전기회로가 있다. 그래서 전기 충격은 심장의 중심에서 전기회로를 따라 위에서부터 바닥까지 이동한다. 즉 심장박동은 위쪽의 심방에서 아래쪽 심실로 이동한다. 그러나 심장에 별도의 전기회로가 있으면 전기적 신호는 이를 통해 심장에 보내진다. 심장의 전기적 신호가 이 별도의 전기회로로 진행할 경우 심실로 너무 빨리 전달되기 때문에 조기흥분 상태가 되고, 충분한 혈액을 힘 있게 내보낼 수 없게 된다. 별도의 전기적 연결은 WPW 증후군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심장에 존재한다.


뉴욕 레녹스힐병원의 전기생리학 소장인 니콜라스 스키피타리스(Nicholas Skipitaris) 박사는 심장을 자극하는 별도의 회로를 ‘정상 패턴이 아닌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스탠퍼드대 심혈관 의학 클리닉의 심장병 전문의 모한 비스와나단(Mohan Viswanathan) 박사는 “이 별도의 회로는 또한 위쪽으로도 작용할 수 있는데, 낮은 쪽 방에서 역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WPW 증후군을 갖고 있는 사람 중 0.6% 이하에서 심장 돌연사의 위험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돼 있다. 약 1천명당 1~3명 정도가 WPW 증후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WPW 증후군 앓고 있으면 더 위험
미국에서 17세 소년이 응급실로 실려 가는 사건이 있었다. 원인은 소년이 체육관에서 즐겨 마시던 에너지 음료 때문이었다. 소년의 경우 심혈관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지만 심장은 너무도 빠르게 뛰었다. 의사는 소년의 심박동수를 낮추는 약을 처방했지만 약물은 소년의 혈압을 떨어뜨렸고 심장 박동을 불규칙하고 혼란스러운 상태로 만들었다.
심장병 전문의는 소년의 증상과 혈압을 향상시키기 위해 전기 충격을 가해야 했다. 심전도 결과를 분석하던 의사는 소년이 WPW 증후군을 지니고 있어 심장에 별도의 전기 회로가 있음을 알아냈다. 소년은 몇 가지 전기 생리학적 검사를 받은 후, 매끄러운 얇은 튜브인 카테터(catheter, 체내에 삽입해 소변 등을 뽑아내는 도관)를 사타구니에 있는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들여보내 별도의 회로를 없애는 수술을 받았다. 흥분제는 WPW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의 심박동수 빠르기를 쉽게 끌어올린다. 소년의 경우 에너지 음료가 심계 항진(heart palpitations, 가슴이 두근거림)을 야기하는 원인이 됐던 것이다.

어린이 기호식품으로 분류된 에너지 드링크
미국 약물 남용 및 정신건강청(SAMHSA)의 보고에 따르면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 섭취와 관련된 응급실 방문 횟수는 2007년 1만68명에서 2011년 2만783명으로 배 이상 급증했다. 이 때문에 미국 시카고 시의회에서는 에너지 음료 규제에 관한 조례를 발의했다.
우리나라 식약처에서는 2013년 1월 1일부터 에너지 음료뿐만 아니라 커피, 녹차 등 제품에 카페인 함량을 표시토록 했다. 특히 고카페인 음료에는 섭취 주의 문구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했다. 문제는 고카페인 음료가 식품공전(Korean Food Standards Codex)상 탄산음료로 분류돼 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에너지 드링크는 아동들이 마셔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돼 있는 셈이다. 그래서 여전히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에너지 음료를 마시고 있다. 에너지 음료에 대한 사례 보고 및 연구는 지금도 거의 부족한 상황이다. 고카페인 음료에 대한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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