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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한다더니 밀어붙이기 선택했나?
협의한다더니 밀어붙이기 선택했나?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10.06 12: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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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조개혁 평가지표 초안 발표

정책연구진이 평가지표 초안을 공개하면서 교육부가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대학 구조개혁 평가지표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정책연구진이 마련한 초안을 공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평가지표별 배점이나 평가편람 등 구체적 평가방법은 10월 중 다시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며 “다음달 중순까지는 평가방안을 확정해 11월 중에는 대학 자체평가에 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대전 한밭대에서 열린 ‘대학 구조개혁 평가지표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한 대학 관계자들이 정책연구진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사진 권형진 기자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서 김종서 배재대 교수는 “대학 구조개혁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며 “법률이 제정되면 그에 따라 위원회를 만들고, 위원회에서 전반적인 방향을 결정한 후 평가지표가 나와야 하는데 교육부 정책은 정반대로 진행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교육부 관계자도 공청회에서 밝혔듯이 대학 구조개혁 평가의 목적은 ‘정원 감축’에 있다. 평가 결과와 정원 감축을 연계하려면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하는데, 정부·여당이 발의한 구조개혁 법안은 아직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게다가 설훈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구조개혁 평가기준을 비롯한 대학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교육부-대학 간 3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해 놓은 상태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국회와 교육부, 대학이 3자 협의체를 구성해 협의한다고 하더니 지난 주 금요일(9월 26일) 저녁에 공청회 공문을 보냈다.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공청회가 ‘요식행위’에 그칠 것이라는 의심에는 과거 경험도 작용한다. 교육부는 지난 1월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기 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 세 차례 공청회를 개최했다. 결과는, 정책연구진이 첫 공청회 때 발표한 시안이 거의 그대로 구조개혁 추진계획에 반영됐다. 이번에도 교육부는 ‘정책연구진 제안’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대학 관계자들은 대부분 비슷하지 않겠느냐고 의심한다. 이날 공청회에서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의 규모, 설립유형, 소재지에 따라 구분해서 평가해야 한다는 등) 당위성을 말하는데, 구체적으로 의견을 달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한 사립대 평가팀장은 “공청회 전에 평가 담당자 의견수렴을 했는데 전혀 반영이 안 됐다. 이번에도 그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원근 대교협 사무총장은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고, 대학이 감축하기로 한 정원만으로도 교육부가 밝힌 1주기 감축 목표는 거의 맞출 수 있다”며 “교육부도 정책연구진 안이라고 밝힌 만큼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평가방법과 정책이 무엇인지 열린 자세로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교육부 대학발전기획단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지역별, 유형별, 특성별로 평가한다고 해서 교육부 목표만큼 정원을 못 줄이라는 법은 없다. 결과는 똑같다. 다만 방법론의 차이일 뿐”이라며 “대학의 특성에 부합하는 평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기 (사)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숭실대)은 “최소한 10년을 가는 정책인데, 대학 나름의 특성이나 이념을 평가에 반영하고, 구조조정으로 야기되는 학문후속세대의 단절 등 여러 문제를 생각한다면 교육부가 이렇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며 “법적인 토대를 바탕으로 충분히 공감대가 이뤄진 상태에서 객관성을 담보하고 질적인 평가가 될 수 있는 방안을 정말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책연구진 안이고 최종 확정 절차가 남아 있다. 대학에도 공문을 보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며 “공청회가 ‘요식행위’라는 지적이 많은데, 다음 공청회 때는 이번 공청회 때 나왔던 의견을 어떤 식으로 검토했고 그 결과가 어떤지를 함께 알리겠다”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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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0 1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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