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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호 새로나온 책
750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4.10.0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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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산주의의 현실성
, 브루노 보스틸스 지음, 염인수 옮김, 갈무리, 428쪽, 22,000원
코넬대 로망스어문학과 교수로 있는 저자 브루노 보스틸스는 우리시대 비판 이론의 떠오르는 별들 중 하나다. 그는 공산주의에 대한 관심의 부활을 이끄는 알랭 바디우, 자크 랑시에르, 슬라보예 지젝 같은 이론가들이 형성하는 사유의 새로운 흐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변적 좌익주의라는 프리즘을 통해 ‘공산주의’를 새롭게 읽어내고자 시도한 저자에 의하면, 공산주의는 우리시대의 상당수의 이론화 작업이 내세우는 정치적 약속과 그 한계를 측정할 수 있는 몹시 날카로운 도구다.

■ 세계화 시대의 역행? 자유주의에서 사회협약의 정치로, 권형기 지음, 후마니타스, 494쪽, 25,000원
이 책을 관통하는 질문은 세계화 시대, 아일랜드는 어떻게 ‘자유시장’ 모델이 아니라 ‘사회협약’ 모델을 통해 경제 도약에 성공할 수 있었는가다. 여기서 깊게 파고들어간 저자의 문제의식은 단순 ‘자유시장’이나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서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면서 동시에 보다 심화된 민주 사회는 어떤 형태들이 존재할 수 있고, 그것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로 집약된다. 아일랜드 사례를 통해 저자가 짚어낸 실험적 함의는 한국사회가 사회통합 혹은 사회 파트너십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무엇보다 상대를 먼저 협력의 상대로 인정한 다음 ‘공유된 이해와 가치’의 폭을 넓혀가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 龍洲日記-용주전집, 조경 지음, 권오영 옮김, 용주연구회, 498쪽, 비매품
龍洲 조경 선생은 남인 4聖으로 추앙받던 文衡이다. 이 책은 선생이 1627년 정묘호란 때 겪었던 일을 담은 정묘일기, 1635년 어사로 전라도를 암행할 때의 민정을 살핀 을해남정일기, 1636년 병자호란 때의 정황을 담은 병정일기, 1650년 청나라 사무사가 와서 척화신의 처벌을 요구하며 영의정 이경석과 함께 백마산성에 위리안치 되는 복잡한 관계를 기술한 경인일기, 1651년초 백마산성의 유배에서 풀려났을 때의 기록인 신묘일기 등 선생의 사상과 당시 정치·경제·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기록이다.

■ 유럽 문명의 역사: 로마 제국의 몰락부터 프랑스혁명까지, 프랑수아 기조 지음, 임승휘 옮김, 아카넷, 588쪽, 28,000원
19세기 프랑스 복고왕정기에 활동한 자유주의 정치가이자 역사가 프랑수아 기조의 대표작으로, 1828년 강단으로 복귀한 기조가 파리대학 인문학부에서 14회에 걸쳐 진행한 근대사(로마 제국의 몰락부터 프랑스혁명까지) 강의를 묶은 강의록이다. 저자는 ‘문명의 이해’를 역사가의 중심 과제로 삼으면서 전통적인 역사이해 방식을 혁신하고, 유럽 문명의 발전과정을 거대한 서사로 재구성한다. 유럽은 18세기까지 보편사의 한 부분에 머물러 있어야 했지만 19세기 들어서는 자신만의 고유한 문명사를 갖게 되는데, 이는 분명 기조와 그의 『유럽 문명의 역사』 덕분이라 할 수 있다. 한국어판에는 원서에 없는 사진 90여 컷과 각주 200여 개를 추가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 유럽의 발흥: 비교경제사 연구, 양동휴 지음, 서울대출판문화원, 420쪽, 30,000원
유럽 발흥과 대분기에 관한 책들은 국내에서는 단편적인 내용만 소개돼 있을 뿐, 대부분 해외저작물들의 번역서다. 거시사(macrohistory)와 동서양 비교경제사는 비교적 최신 분야이고, 이런 면에서 이 책은 국내에서 거의 최초의 저술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비교해서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인용문헌 목록은 27쪽에 달할 만큼 방대한 자료를 심도 있게 고찰하고 각각의 저자가 제시하는 주장을 체계적이고 비판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또한 부록을 통해 경제성장의 이론적 모형과 실증분석 방법에 대한 기술적인 설명을 제시했다.

■ 유럽을 지방화하기: 포스트식민 사상과 역사적 차이, 디페시 차크라바르티 지음, 김택현·안준범 옮김, 그린비, 512쪽, 29,000원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저작으로, 2000년에 출간된 이후 ‘유럽 중심주의’를 비판하는 핵심 저작으로 자리매김한 책이기도 하다. 저자가 말하는 ‘유럽을 지방화하기’ 기획은 단순히 유럽을 격하하는 시도가 아니다. 반대로 저자는 유럽 근대성이 확립한 보편적인 사상들이 비유럽 지역의 사회와 역사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임을 인정하면서, 그 사상들이 이 사회들에 전파돼 ‘번역’되면서 어떤 굴절을 겪었는지를 역사적으로 설명한다. 더불어 이를 위해 역사주의적 사고방식, 즉 자본주의와 근대화가 유럽에서 시작돼 인도 같은 비서구 사회들에 이식됐므로 이들 사회의 근대성은 ‘미완’ 혹은 ‘결여’라는 사고방식을 비판한다.

■ 지역문학 비평의 이상과 현실, 박태일 지음, 케포이북스, 448쪽, 32,000원
지역문학은 가능한 것인가. 그것의 비평적 가능성은? 이 책은 오래 당위론은 무성했으나 실질을 보기 힘들었던 지역문학과 지역문화 현장에 구체적인 실천비평의 본보기라 일컬을 만한 비평집이다. 오랜 세월 시 창작과 연구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경남·부산 지역문학 현장을 지켜 온 글쓴이의 깊고도 날카로운 애증이 속속들이 스민 스물여섯 꼭지 글이 4부로 나뉜 채 책 속에 오롯하다. 작가론, 실천비평, 지역문학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 등을 담은 저자의 글들은 ‘지역문학 비평’의 한 가능성을 시사한다.

■ 추사집, 김정희 지음, 최완수 옮김, 현암사, 768쪽, 75,000원
간송미술관의 태두 가헌 최완수 선생의 첫 노작이었던 『추사집』이 40년 가까운 세월을 넘어 새로운 판으로 출간됐다. 1976년 초판이 나왔던 이 책은 우리 미술사학의 명저로서 당대 추사 연구의 질적 전환을 가져온 역저였다. 추사의 진면목을 서론, 화론, 금석학, 경학·불교학, 서한문으로 나눠 한데 모은 책이다. 이번 신판은 추사의 형형한 사유와 예술 세계를 보여주는 도판과 방대한 연보 등을 추가했으며, 무엇보다 수년에 걸친 교정과 보충으로 정본 추사집으로 새로이 탄생했다. 『추사집』은 추사의 커다란 족적은 물론이고 정치적 파고를 헤쳐가며 살아간 한 선비의 내밀한 심경까지 고스란히 담은 精選 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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