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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평가 강화한다더니 … “기존 서열구조대로 갈 것”
정성평가 강화한다더니 … “기존 서열구조대로 갈 것”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9.29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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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구조개혁 평가지표 초안 발표

교육부가 30일 대학 구조개혁 평가지표 초안을 발표하자 대학가에서는 벌써부터 실망과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성평가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기존 서열구조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무엇보다 지방대 육성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정책연구진을 꾸려 마련한 대학 구조개혁 평가지표 초안은 10개 영역 24개 항목 38개 지표로 구성돼 있다. 교육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 10월까지 평가계획과 평가편람을 확정하고, 11월부터 대학 자체평가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서면평가와 현장평가를 실시하고, 대학에서 이의 신청을 받아 내년 8월까지는 대학별 평가등급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정책연구진이 마련한 대학 구조개혁 평가지표 초안은 현재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기관평가인증이나 과거 실시했던 대학종합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평가 분야의 한 대학 관계자는 “기관평가인증에서 활용하던 지표를 여러 개 묶어서 평가지표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라며 “기관평가인증은 고등교육기관으로서 확보해야 할 최소한의 질을 평가하는 것인데, 이게 정원을 감축하는 구조개혁 평가지표로 적절할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정성평가를 확대하고 교육의 여건이나 성과만이 아니라 교육의 과정이나 질까지 평가하겠다는 교육부의 약속이 제대로 담겼는지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정성평가 지표 위주로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대학가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실제로 교육부는 이날 평가지표 초안을 공개하면서 특성화 지표를 포함해 38개 지표 가운데 24개가 정성지표이고, 단순 정량지표는 2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정성과 정량을 함께 보는 지표가 12개다.

하지만 한 지방 사립대 기획처장은 “교육부가 강조한 것은 얼마나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보겠다는 것인데 실제로 보면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쉬운 정성평가 위주인 것 같다. 장관이 바뀌면서 변화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대로 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새로운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는 서울 대규모 사립대가 반드시 최우수 평가를 받는다는 보장이 없다. 지방대 중에서도 최우수에 속하는 대학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앞의 기획처장 생각은 달랐다.

이 처장은 “지난 정부의 평가방식이 워낙 논란이 많으니까 아예 예전 대학종합평가로 돌아가 버린 것 같은 느낌인데, 지금 얘기되고 있는 지표로 지방대가 최우수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본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기존의 서열구조가 평가에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이 처장은 “예를 들어 수도권과 지방 간에 큰 차이가 없는 교사 확보율은 들어가고 지방대가 유리한 교지 확보율은 포함되지 않는 등 한 마디로 지방대 육성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순준 동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사실 기관평가인증이나 대학종합평가를 받아 보면 발전계획이나 교육과정 등에서는 대학 간 변별력이 그리 크지 않다. 결국 평가지표의 가중치가 문제인데, 충원율이나 취업률 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취업률이나 충원율, 정원 감축 실적에서 평가 등급이 좌우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대부분 지방 사립대는 그에 맞춰 준비를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대학운영’ 항목에서 학내 분규를 평가자료로 활용하는 방식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학내 분규라는 게 의사 소통이 안 돼 발생할 수도 있지만 재단의 부정·비리에 구성원들이 문제 제기를 하면서 일어날 수도 있다. 재단의 부정·비리는 구성원들이 적극 나서 척결해야 할 문제인데, 단순히 분규가 있는지 없는지를 평가하면 문제가 있어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조용한 대학이 좋은 대학이라는 식으로 흐를 위험성이 있다. 그건 대학 발전에 역행하는 일이다. 이 지표야말로 정성평가가 들어가 분규의 질적인 내용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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