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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분배 방식과 함께 ‘교육 접근성’ 문제도 불평등 낳는 요인이다
부의 분배 방식과 함께 ‘교육 접근성’ 문제도 불평등 낳는 요인이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4.09.29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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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에서 대중강연 나선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

 

▲ 지난 20일 연세대에서 청중 800여 명 을 대상으로 대중강연을 하고 있는 피케티 교수.

불평등이 너무 심화되면 성장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계층간의 사회이동을 가로막기 때문이죠. 그렇게 되면 제도마저도 무너뜨릴 수 있게 됩니다. 불평등이 나쁘다기보다 극심한 불평등이 나쁘다는 것입니다.

과연 ‘피케티 바람’이 불 것인가. 『21세기 자본』(글항아리 刊) 출간에 맞춰 `방한한 피케티 교수가 대중과 만났다. 800여명에 이르는 일반 시민, 대학생, 연구자들이 모인 가운데 지난 20일 연세대 백양콘서트홀에서 부의 분배와 불평등에 관해 강연했다.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성장 후 분배론과 같이 기성세대가 정한 틀에 얽매이지 말고 민주적 토론을 통해 새로운 자본주의의 원칙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한 피케티 교수의 대중강연은 경제학이 수학식 위에 구축된 것이 아니라, 살아 꿈틀대는 현실 위에 뿌리 내린 것임을 방증한 자리이기도 했다. 물론, 피케티에게 쏟아지는 건 찬사만 있는 건 아니다. 비판도 만만치 않는데, 이 가운데 “당신은 마르크스주의자냐?”라는 질문도 제기되는데, 이날 강연 청중 가운데서도 이런 질문을 비롯해 부의 분배를 보는 시각을 따지는 질문들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한 부분을 발췌했다. 자료·사진 제공 글항아리

는 스스로 어떠한 마르크스에 가깝다, 이렇게 정의하지 않습니다. 저는 사회과학자로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학자로서 여러 가지 측면들을 봅니다. 경제, 정치, 역사 등을 분명히 나눠 놓는 어떠한 경계선은 없다고 봅니다. 경제적인 것을 역사적·사회적 접근법으로 해석하기도 하고요. 이를 통해서 우리가 지금 현재 역사 진화 속에서 직면하고 있는 소득의 문제를 분석하는 문제틀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어디에 속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마르크스와 같은 경우에는 1차 세계대전 그리고 냉전의 시대와 같은 시기에 많이 언급됐죠. 그렇지만 지금은 민주주의 시각이 있습니다. 부가 잘 나눠지도록 해야 하고, 시장에서의 힘이 더 필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힘이라고 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있어서 노예인가 아니면 그 반대에 있어서의 현상인가? 거기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고민을 해봐야 하죠. 정치적·경제적·역사적인 시각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물음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성장이라든가 아니면 기업가 정신 등을 조금 더 강조하는 측면에서 새롭게 보려고 하는 경우도 있죠. 좀 더 진전된 진보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것은 누진세 같은 것과 관련된 아이디어들입니다. 각각에 있어서의 시각들은 다 다릅니다. 나는 어떤 한 곳에 속했다고 얘기하지는 않습니다.


불평등을 만드는 여러 가지 메커니즘이 있을 것입니다. 하나의 메커니즘 때문에 불평등이 만들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자본을 놓고 보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본소득에 있어서의 비율 그리고 자본의 수익률이라고 하는 것이 경제의 속도를 능가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한쪽으로만 부의 불평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5% 정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그러한 시대가 계속 올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1.2%~1.5% 정도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시기에는 불평등이라고 하는 것들이 상당히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것만이 원인은 아닙니다. 제 책에서 언급했지만 ‘교육의 접근성’ 문제 역시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대학 졸업생들의 평균소득을 한번 살펴봤습니다. 상위 2% 가구의 소득 경향과 상위 대학교 졸업생들의 소득 평균 말입니다. 이들 상위 대학 졸업생일수록 매우 높은 소득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상위 2% 가구의 소득과 이들 상위 대학 졸업생들의 소득이 같은 카테고리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은, 교육의 접근성에 따른 소득의 차이가 현실화 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프랑스에도 이와 같은 연구들이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지금 연세대 졸업생들에게 적용되는 퍼센티지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높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교육의 접근성이라고 하는 것들이 소득면에서 상당히 큰 차이를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정부에서는 이런 데이터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으며, 대학에서도 이와 같은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민주주의에서는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많은 과장이 있거나 아니면 해당 정보가 호도되거나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서 좀 더 많은 정보에 기반한 민주주의를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언론은 왜 제가 앵거스 디턴(미시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학자로,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우드로윌슨스쿨의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피케티의 책이 출간될 무렵, 그의 책 『위대한 탈출』이 한국에 번역, 소개됐다. 이 책의 부제는 ‘불평등은 어떻게 성장을 촉발시키나’였다-편집자)과 대립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설명하겠습니다. 불평등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효용이 있습니다. 성장이라든지 개발에 불평등이 활용될 수 있습니다. 완전한 평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죠. 그러나 불평등이 너무 심화된다, 그렇다면 효용가치가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성장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불평등만 계속 생기고 계층간 사회이동이 없어지기 때문이죠. 그렇게 되면 제도마저도 무너뜨릴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까 불평등이 나쁘다기보다는 극심한 불평등이 나쁘다는 것이죠. 너무 심해지는 지점이 어디인가. 역사적인 경험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가 극심하게 유럽에 편중되던 때(제1차 세계대전 발생 전)에 극심한 불평등이 존재했죠. 그렇게 해서 결국에는 전쟁도 발발하고 성장도 저해됐던 거죠. 그 정도 수준의 불평등이 오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저랑 대치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디턴 교수가 국가의 자본주의를 통한 국가의 컨버전스(융합)를 강조한 것에 대해서 저는 동의합니다. 제 책의 1장에도 그런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치하는 이론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제 책의 1장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죠.


저는 ‘세계화’를 믿습니다. 열린 시장 원칙을 믿고 있어요. 그리고 확신이 있습니다. 그래서 개도국도 분명히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년과 비교해보면 빈곤율도 점점 감소되고 있고요. 만약에 각 국가가 열린 시장 원칙을 수용하지 않았다면 그런 발전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화도 분명히 빈곤율이나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가끔 일부사회계층에서 그게 시각화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의 혜택 말입니다. 그래서 일부 국가의 경우, 세계화가 좋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거죠. 그런 경우에 민주적인 제도, 교육제도, 재정제도 이런 것들을 확립해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세계화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일부 부유한 국가에서는 너희들 때문에 우리가 일자리를 잃고 있다라고 조금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더 효율적인 분배 제도들이 필요합니다. 이미 중국도 많은 성장을 하고 있고요. 한국도 급격한 성장을 했지만 불평등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고, 세계화 자체를 의문시하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각 국가마다 이 부분을 해결하는 방법이 모두 다르고, 제도 역시 다르지만 중국을 보십시오. 중국은 우려가 많습니다. 지금 부의 편중, 불평등에 대해서 많은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인민정부는 반부패 정책을 많이 펼치고 있죠. 물론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중국의 사례를 러시아와 비교해보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경우에는 부유한 부자들이 있고, 소수독점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에게 방관적입니다. 정치적 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는 거죠. 중국은 공산당 정부가 부패와 싸우지만, 러시아는 그런 소수독점의 폐해에 눈감고 있습니다.


축적과 분배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적인 제도가 필요합니다. 또한 누진세를 시행해야 합니다. 선진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에서도 재산세의 형태가 거론되고 논의되고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논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에는 상속세가 없는데 한국에는 있습니다. 그런 제도를 확립하고 도입해야 합니다. 그래야 세계화의 혜택이 일부에게만 편중되지 않고 전부에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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