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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8호 새로나온 책
748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4.09.2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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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면권력: 한국전쟁과 학살, 한성훈 지음, 후마니타스, 458쪽, 23,000원
국가는 왜 국민을 죽였는가. 얼마나 죽였고, 죽은 사람들은 누구이며 죽인 가해자는 또 누구인가. 죽은 그들은 왜 희생자가 됐으며, 생존자들은 60여 년이 넘도록 명예회복의 그늘 속에서 숨죽여 살아와야 했던가. 이 책은 희생자의 죽음과 피해자의 삶, 가해자의 동기를 생존자의 증언과 국가기관의 자료로 밝혀내고 현재의 관점에서 국가 폭력과 정치, 대량학살의 역사적 배경과 정치적 함의 등을 폭넓게 규명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에서 발생한 학살을 이해하기 위해서 전쟁과 인간의 존재, 국가라는 정치공동체와 개인의 관계를 정치과정의 제도적 부분과 피해자 증언이라고 하는 서로 상반된 씨줄과 날줄을 통해서 재구성한다.

■ 과학기술학의 세계: 과학기술과 사회를 이해하기, 한국과학기술학회 지음, 휴먼사이언스, 420쪽, 20,000원
홍성욱 교수가 기획하고 휴먼사이언스가 펴내는 STS 콜렉션의 첫 번째 책 『과학기술학의 세계』는 현장에서 과학기술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이자 한국과학기술학회에 몸담고 있는 12명의 전문가들의 작업으로 이뤄졌다. 4년에 걸친 집필과 편집 과정을 통해 소개되는 이 책은 국내 집필진이 쓴 최초의 입문서로 이공계학생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의 시대를 살아가는 일반인들에게도 과학기술과 사회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사회적 현상이나 쟁점을 접할 때 그 속에 있는 과학기술을 찾을 수 있고, 과학기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볼 때 그 속에 있는 사회를 인식할 수 있는 새로운 의미와 재미를 맛볼 수 있다.

■ 나의 일생: 춘원 자서전, 이광수 지음, 최종고 편, 푸른사상, 672쪽, 50,000원
춘원이 직접 쓴 자서전은 없지만, 그는 곳곳에 자서전의 단초를 남겼다. 법학자 최종고 서울대 명예교수가 그 자료들을 꿰어 이 책으로 묶어 냈다. 한국인물전기학회 회장이기도 한 최 교수는 춘원이 남긴 기록들을 새롭게 읽어내고 해설하고, 가족의 증언을 보태는 형식으로 이광수의 생과 사 전체에 걸친 삶의 흔적을 잡아내려고 애썼다. ‘춘원 연보’를 종합한 부분도 값지다. 누락된 사실, 새로 발견된 사실을 추가해 작성했기 때문에, 국문학 등 관련 분야 연구자들에게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 맑스와 마음의 정치학, 심광현 지음, 문화과학사, 600쪽, 28,000원
저자가 이 책에서 제시하려는 새로운 주체성은 NL이 강조해온 주체성과는 다른 주체성이다. NL의 주체성이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우선시하며, 의리와 의지를 강조하는, ‘몰적(Molar)인 주체성’이라면, 저자가 강조하는 새로운 주체성은 마르크스가 말한 사회적 개인을 ‘다중프랙탈(Multi-fractal)한 복잡계 네트워크적인 주체성’으로 재해석한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또한 이는 무의식적 경험을 강조하면서도 의식적 각성을 놓치지 않는 벤야민의 꿈과 각성의 변증법적 긴장으로 충만한 주체성이다. 이 점에서 무의식적 탈주의 경험만을 강조하는 들뢰즈의 자연주의적이고 ‘분자적(Molecular)인 주체성’과도 상이하다.

 

■ 소크라테스와 유대인, 미리엄 레너드 지음, 이정아 옮김, 생각과사람들, 392쪽, 23,000원
발생의 기원지와 배경이 다른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사상은 서로 교차하며, 서구 사상의 뿌리로써 오늘날 서구 사상을 이루는 데에 큰 이바지했다. 이 책은 서양 문명의 근간이 되는 이 두 사상을 철학적 시각에서 그 배경에서 외형적 모습까지 심도 있게 분석한 책이다. 나무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다면, 왜 한 그루의 나무가 이렇게 자라고 있는지를 알 수 있듯이, 이 책을 통해 서양 문화의 사상적 기반을 심도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심양장계: 1637~1643년 심양에서의 긴급 보고, 심양관 지음, 김남윤 역해, 아카넷, 556쪽, 26,000원
『심양장계』는 병자호란 직후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간 소현세자와 배종 신하들이 청나라의 수도 심양(성경)에서 승정원에 보낸 장계를 모은 것이다. 장계에는 세자나 대군의 안부에서부터 관소에서 벌어진 일, 정축화약의 약조에 따른 양국 간의 현안 등을 상세히 기록해, 명·청 교체기 조선이 처한 현실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장계는 1637년 2월 11일 소현세자 일행이 심양으로 가는 길에 長湍에서 보낸 것을 시작으로 1643년 12월 15일 세자가 두 번째 일시 귀국길에 보낸 것까지 7년간의 장대한 기록이다. 2008년 창비에서 내놓은 1,046쪽 분량의 『심양장계』와 비교해 읽는 것도 좋을 듯하다.

■ 이중섭 평전: 신화가 된 화가, 그 진실을 찾아서, 최열 지음, 돌베개, 932쪽, 48,000원
지금까지 회자된 이중섭에 관한 숱한 이야기들은 얼마나 그의 실체에 가 닿아 있을까. 신화 속 주인공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이중섭의 삶은 과연 어떤 것일까. 이 책은 바로 그런 물음표에서 출발했다. 우리 미술사에 빠질 수 없는 이름이 된 화가 이중섭을 이대로 허상 속에 머물게만 할 수 없다는 저자의 의지는 한 인간에 대한 밝혀진 모든 기록을 들추게 했고, 그것은 원고지 약 4천 매 분량으로 거듭났다. 숱하게 흩어진 수많은 기록과 기록 속에서 발견한, 이중섭이라는 한 인간의 실체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그가 왜 신화의 주인공일 수밖에 없는가를 역설적으로 웅변하고 있다.

■ 한국 자본주의: 경제민주화를 넘어 정의로운 경제로, 장하성 지음, 헤이북스, 724쪽, 28,000원
두 번 대통령선거캠프에 참여해 국가 경제정책을 설계하기도 했던 저자는 지난 대선과 함께 이 책을 준비했다. 한국 경제 위기의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한 보수 우파와 진보 좌파의 비판과 대안이 틀렸기 때문이다. 보수 우파는 자기모순에 빠져 있고, 진보 좌파는 되려 우파의 모습을 보이며 오락가락하고 있기에 그 위험성이 더한 상황에서, 학자이자 실천 운동가로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일반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조차도 오해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주제들을 기존 주류 경제학 이론이나 미국과 유럽의 관점을 벗어나서 한국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했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대작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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