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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학문에는 아직 마침표가 놓일 자리가 없다
그의 학문에는 아직 마침표가 놓일 자리가 없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4.09.16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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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 맞춰 ‘전18권 저작집’ 간행한 김채수 고려대 교수

1985년 3월 1일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로 임용된 김채수 교수는 정확하게 29년의 시간이 흐른 2014년 8월 31일로 교수직에서 퇴직했다. 그런 그가 화제가 되는 것은 전18권에 이르는 『김채수 저작집』(박이정, 전체 8,374쪽, 양장본, 각권 30,000원)을 정년퇴임에 맞춰 상재했기 때문이다. 학문 공동체의 일원으로 오랜 시간을 연단해온 한 사람의 학자가 정년을 맞는다는 것은 사실 남다른 데가 있기 마련이다. 학자로 살아온 시간을 정리하는 것, 그래서 새로운 전환점을 스스로 모색하게 될 때, 정년은 아름답게 보일 수밖에 없다.


『김채수 저작집』을 앞에 놓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저작집에 수록된 저작물들은 1984년부터 2014년까지 나의 30년 연구결과물과 문학작품들을 모은 것이다. 1984년은 내가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해이며, 2014년 올해는 정년을 맞은 해다. 지난 30년 동안을 이 저작집에 실린 원고들을 산출해내면서 내게 주어진 대부분의 나날들을 보냈다.”
김 교수의 저작집은 연구논문집 14권, 평론집 1권, 시집 1권, 소설 2권으로 돼 있다. 그의 말대로 이 저작물들에 의하면 김 교수는 분명 문학연구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대학 2학년 때 문학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이러한 마음은 지금껏 변함이 없었다. 그는 문학에 대해 줄곧 두 가지 입장을 취했다. 하나는 창작이고, 다른 하나는 창작이론의 구축을 위한 문학연구다. 그의 저작집이 이론과 창작에 두루 걸쳐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김 교수는 일본 쓰쿠바대 문예언어연구과에서 문예이론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물론 석·박사과정을 졸업한 최초의 일문학 박사라는 꼬리표가 그에게 따라 붙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 연구’가 그의 박사학위논문이었다. 저작집 맨 앞에 놓인 것도 바로 이 박사학위논문을 단행본으로 엮은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 연구』였다. 이 책의 바로 뒤를 잇는 것도 역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연구』다. 이론적 천착에 집중한 이들 저작목록의 끝에는 『글로벌문화론』(제10권), 『문학이론 연구』(제11권), 『과정학』(제12권), 『학문·연구론』(제13권), 『예술론-표현은 존재의 본질』(제14권) 등이 놓여 있다. 이렇게 보면, 『김채수 저작집』은 성실한 한 학자의 전체 학문생애를 조감할 수 있는 지도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의미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일 문학의 비교문학적 수용 양상, 나아가 한 문제적 학자의 지적 발전 과정에 대한 동시대적 연구가 인색한 한국 학계 풍토에서 김 교수의 유산은 ‘학문론’과 ‘학자론’의 기본 자료를 스스로 구축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또한 그는 자신이 추적해온 각 분야의 이론들을 ‘글로벌리즘’에 근거한 하나의 보편적 시각으로 살펴내고자 했다. 그것은 동아시아 문명의 기원과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모습을 제시하려는 그의 전생애적 기획이었던 셈이다(특히 제5권 『동아시아의 문화와 문학론』, 제9권 『알타이문명과 요하문명론』이 그 성과다). ‘이론 수입상’이라는 유행이 지배적인 학계에서 자신의 이론을 구축하려는 전생애적 기획에 도전했다는 사실, 거기서 일정한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점은 강조될 필요가 있다.


“나는 서구 구조주의 이론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문학에 적용시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때 이래 나의 문학연구는 동아시아의 문화·문학과 서구의 그것들을 하나로 일관해낼 수 있는 어떤 보편적 시각을 확립시킨다는 목표에서 정진됐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김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의 동아시아 문명·언어학과에서 ‘포닥’ 과정을 이수했고, 귀국 후에는 고려대 일어일문학과에 적을 두고서 홍콩의 중문대학 비교문학연구소, 중국의 베이징대 비교문학연구소 등에서 연구생활을 해야 했다. 전18권의 『김채수 저작집』은 이런 그의 연구생활에 놓이는 하나의 쉼표일 뿐이다. 퇴임을 했어도 그의 학문에는 아직 마침표가 놓일 자리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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