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09:10 (수)
지역 사립대에는 왜 ‘연봉제’ 바람이 불었을까?
지역 사립대에는 왜 ‘연봉제’ 바람이 불었을까?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9.15 14:4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등록금 수입 감소 대비해 임금 깎을 수단 갖고 싶은 것”

“빚 갚을 일만 남았다.” 대학 특성화 사업과 구조개혁 평가를 대비해 대규모 정원 감축에 나섰던 지역 사립대에 ‘연봉제’ 도입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학본부는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지만 대다수 교수들은 학생 수 감소로 수입이 줄어들 것에 대비해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의도로 본다.

부산외대는 올해부터 모든 교수를 대상으로 연봉제를 시행한다. 연봉의 70%는 기본급 형태로 지급하고 나머지 30%는 평가를 실시해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다. 평가는 9등급으로 나눠 실시하되 성과급 지급은 3등급으로 나눠 상·하위 20% 사이에 ±5%의 금액 차이를 뒀다. 조만간 학과평가를 도입해 학과 평가 결과도 교수 개인의 업적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그나마 교수 간 격차를 줄여 최악의 경우는 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과급은 국립대 성과연봉제와 비슷한 방식으로 지급한다. 예를 들어 연봉이 1억원이라고 하면 7천만원은 기본급, 3천만원은 성과급이다. A등급은 3천만원을 그대로 받는다. S등급은 A등급보다 5%를 더 받고, B등급은 5%를 덜 받는 식이다. 박태성 부산외대 교수협의회 의장은 “대학 경쟁력 강화가 명분이라면 별도 재원을 마련해 잘하는 교수에게 인센티브를 줘야 하는데, 밑에 있는 교수의 돈을 빼서 위에 있는 교수에게 주는 방식”이라며 “교수 간에 경쟁을 부추겨 학내 연구·교육 분위기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영남권에 있는 A대학도 올해부터 교수 연봉제를 도입했다. A대학은 교수들 반발이 심해 원하는 교수에 한해 연봉제를 실시했다. 전체 교수 가운데 연봉제 교수가 65% 정도로, 주로 보직교수들과 신규임용 교수, 5년차 미만 조교수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A대학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재임용을 앞두고 학교에서 연봉제를 권하면 받아들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라고 말했다. A대학 역시 국립대 성과연봉제나 부산외대 연봉제처럼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이다. 올해 연봉이 이후에 계속 영향을 미치는 것도 국립대 성과연봉제와 닮은꼴이다.

박순준 동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연봉제를 도입하는 이유는 결국 재정 때문이다. 특히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 등에 대비하기 위해 정원은 대폭 줄였지만 특성화 사업에 선정되지 못했거나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 대학들은 당장 내년부터 재정 압박에 시달리게 될 텐데, 이에 대비해 인건비부터 줄이려고 하는 것”이라며 “쉽게 드러내진 못하지만 물밑에서 연봉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지역 사립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성 의장은 “학생 수 감소로 재정 적자가 예상되자 방만한 경영을 효율화하기보다 손쉬운 인건비부터 손대는 것”이라고 말했다. A대학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사립대 재단 입장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로 등록금 수입이 줄어드는 것에 대비해 임금을 깎을 수 있는 통제 장치를 갖고 싶어 한다”며 “연봉제로 유도하기 위해 지금은 호봉제보다 임금을 올려줬는데 언제까지 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감사를 맡고 있는 김영록 세한대 교수는 “처음에는 성과가 좋은 교수에게 플러스 섬 형식으로 더 준다고 말하지만 결국 임금 총액을 줄이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나중에는 제로 섬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예산 절감 위해 ‘교내 연구비’ 손대기도

대개 급여보조 성격인 교내 연구비에 손대는 대학도 늘고 있다. 동의대는 올해부터 교내 연구비 지급을 ‘선불제’에서 ‘후불제’로 바꿨다. 지금까지는 간단한 연구 계획서를 내면 연구비를 먼저 받고 논문은 나중에 제출하면 됐지만 올해부터는 논문을 써야 연구비를 주겠다는 것이다. 박순준 회장은 “근본 목적은 연구의 질을 높이거나 논문을 안 써서 (교내 연구비를) 환수해야 하는 문제와 상관 없다”며 “후불제로 가면 일단 올해는 교내 연구비 10억원을 아낄 수 있게 된다. 열심히 하면 더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되려면 전체 금액을 올려야 하는데 어느 대학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부산지역 B대학은 1년에 논문 1편을 쓰지 않으면 호봉 승급을 제한하고, 학생 1명을 취업시키지 않으면 연구년을 제한하는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B대학의 한 교수는 “평가에 대비해 연구실적과 취업률을 높이겠다는 목적도 있지만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용을 줄이려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봉제 도입 논의는 더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특성화 사업과 구조개혁 평가 등을 대비해 입학정원을 대거 감축한 지방대가 많은 탓이다.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재정 압박을 받아온데다 정원 감축으로 인한 등록금 수입 감소가 내년부터 현실화한다. 국립대 교원 성과연봉제가 내년부터 정년보장을 받은 정교수까지 전면 시행되는 상황도 사립대 연봉제 도입 분위기를 부추길 수 있다. 박순준 회장은 “연봉제를 도입하는 핵심 목적은 예산 절감을 위해 인건비나 그에 준하는 소모성 경비를 줄이는 것”이라며 “내년부터 국립대에 ‘교원 성과급적 연봉제’가 전면 도입되고, 정부·여당이 발의한 구조개혁 법안이 통과되면 연봉제를 도입하는 지역 사립대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연봉제의 부작용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바로 학문후속세대 단절이다. 서울지역 한 사립대의 경우 2023년까지 교수 100여명이 정년퇴직하지만 신임교수 충원 계획은 10여명에 불과하다. 새로 충원하는 교수직의 질도 문제다. 부산외대는 올해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전임교원 B트랙을 새로 만들어 신임교수를 뽑았다. 기존 전임교원보다 연봉이 1천500만원에서 2천만원 적다. 일종의 비정년트랙인 셈이다. 박태성 의장은 “연봉제를 악용할 수 있는 두 가지가 임금 삭감과 신임교수”라며 “교수가 되려면 기업에 취직하는 것보다 최소한 7년 이상을 더 공부해야 하는데, 이제 누가 그렇게 해서 교수가 되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비정년트랙 2014-12-02 10:22:54
연봉이 적다고 비정년트랙은 아니죠. 교수신문에서도 뭐가 뭔지 잘 모르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