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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의 사명과 자긍심
교수의 사명과 자긍심
  • 교수신문
  • 승인 2014.09.1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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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이천희 전 청주대 교수·전자공학

“교수들이 자긍심을 지키려면 연구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내고, 학생들을 잘 가르쳐야함은 기본이고, 대학 및 사회와 관련된 사안에도 적극적으로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 이천희 前청주대 교수
오늘날 대학의 사명은 단순한 지식 전달로 그쳐서는 안 되고 인성교육까지 책임져야 할 시대가 됐다. 옛날과 달리 가정과 중·고등학교에서 인성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학에서도 인성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학생들의 정신적 황폐를 바로잡아 줄 수 있는 곳이 없게 된다.

인성교육과 더불어 기본 교양과목에 대한 소홀은 중학교 3학년 수준인 이전, 이후도 구분 못하고 합집합도 구분 못하고 판결문과 기소장을 작성하는 일부 판검사들을 배출했다. 또한 대통령 후보까지 꿈꾸는 재벌회장은 모 학회 초청연사로 강연하면서 중학교 국사교과서에도 나와 있는 단군 고조선을 신화라고 하면서 곰이 어떻게 사람이 되고 그런 동굴이 어디에 있느냐고 하는 등 우리나라의 기본 역사마저 친일파들이 왜곡한 역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렇게 사회정의를 실현해줄 판검사와 이 나라를 이끌 정치인들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는 시대에 교수사회마저도 뿌리째 흔들릴 사건들이 많이 터지고 있다.

대학이 지식뿐만 아니라 인성교육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수준 미달의 대학이 많이 존재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특히 사립학교법의 개악으로 무자격 총장이 양산되면서 대학은 자신부터 자정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 최고의 지성이며 모든 사람들이 존경하고 모범의 지표로 따라야 할 총장들의 지적 수준과 가치관이 너무나 위험 수준에 있으며, 이를 통제할 교육부는 법리와 규정 해석 능력이 부족하고 집행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한 예로, 모 대학 총장은 학위논문 표절자인데 설립자의 3세라는 특혜 덕분에 졸업시험도 안 봤고 학위 심사도 없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렇게 취득한 학위논문이 표절(국내 타 대학의 논문 4편을 83% 이상 표절)로 감사원의 지적을 받아서 교육부에서 학위 취소 명령을 받고도 아직 시정이 안 되고 있으며, 총장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군 복무 중 학위 취득이라는 고위층의 이상한(?) 단골메뉴도 이 총장에게 뒤따르고 있다. 최근 도종환 국회의원이 발표한 전국 대학의 적립금 순위에서도 전국 6위이며, 지방대로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교육부가 법 집행을 제대로 했다면 논문 표절 총장이나 불법적립금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교육부는 맹자의 “불위야 비불능”의 대상이다.

교수들이 자신의 자긍심을 지키려면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내고, 학생들을 잘 가르쳐야함은 기본이고, 대학 및 사회와 관련된 사안에도 적극적으로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서도 교사들은 학생들을 구하려고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 끝까지 노력했다. 권력과 재력의 큰 방패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질 것이 아니라 자신은 이 나라의 백년대계를 책임질 2세들을 길러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관료들과 사학들의 횡포에 맞서야 한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서 교수라는 신분이 다른 직업에 비해 안정적이고 비리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신분상의 보장이 있다. 

명종 때 남명 조식 선생은 명종을 고아라고 칭하고 수렴청정하던 문정왕후를 궁중의 일개 과부라고 칭하면서까지 목숨을 걸고 을묘사직서(단성소)를 올렸다. 모두 조식 선생을 죽이자고 했을 때 조식 선생을 죽이면 언로가 막힘을 주장해 조식의 처벌을 막은 명재상 상진(영의정)이 있었다. 정치인과 재벌들에게 기대를 걸기에는 아직도 요원하고, 대부분의 판검사가 권력과 재벌의 눈치를 살피는 현실에서 교수들이라도 최후의 보루를 지킨다는 각오를 다지며 올바른 소리를 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꽃동네에서 지체장애 어린애들이 교황을 위해 한 30분간의 공연을 서서 관람했으며, 행진을 멈추고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한 것을 두고 일부 사람들이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이는 잘못한 것 아니냐고 말했을 때 ‘이러한 큰 슬픔을 외면하는 것이 중립을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희 전 청주대 교수·전자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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