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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파동에서 개선 방안까지 모색…"역사과목은 다양한 관점과 해석 권장돼야"
검정 파동에서 개선 방안까지 모색…"역사과목은 다양한 관점과 해석 권장돼야"
  • 교수신문
  • 승인 2014.08.2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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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제92호, 역사교과서 문제점 진단

한국역사연구회가 펴내는 <역사와 현실> 제92호가 ‘역사 교과서 문제’를 정면 돌파했다. 기획의 주제는 ‘교과서 검정 파동과 제도 개선 방안’이다. 쉽게말해, 왜 파동이 일어났으며, 그렇다면 어떤 문제점 때문에 무엇을 개선해야 할 것인지 고민함으로써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총론 「한국사 교과서 검정 파동의 원인과 과제」(김한종·한국교원대)를 통해 전체적인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해법의 방향을 읽어낸 뒤 세부적으로 「고교 ‘국사’의 발행제 변천과 전근대 서술: 권력의 의도와 교과서 서술」(하일식·연세대), 「국정 교과서 『국사』 교과서와 검정 『한국사』 교과서의 현대서 체계와 내용 분석」(김정인·춘천교대), 「역사교과서 이념논쟁과 학문의 위기」(김태우·서울대), 「역사교과서들의 교과서 선정 기준과 교학사 교과서」(김민수·주례여고 교사), 「한국사 교과서 발행 제도 운영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양정현·부산대) 등 각 현안을 구체적으로 점검했다.

김한종(한국교원대·역사교육과): 더구나 문제는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을 구실로 사회 일부에서는 국정제 전환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아직까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환원을 공식적으로 내세우지는 않고 있지만, 이 문제를 정책 연구 과제로 설정하고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적어도 교육부가 국정제를 반대하지는 않고 있으며, 상황의 전개에 따라서는 국정제를 시행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설사 국정까지는 아니더라도 검정 절차를 더욱 강화해 한국사 교과서를 통제할 가능성이 높다. 단순한 국정제 반대뿐 아니라 검정제를 포함한 교과서 발행 제도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오히려 검정제가 가지는 통제적 성격을 밝히고, 자유롭고 다양한 한국사 교과서가 나올 수 있는 발행제를 모색할 시점이다.

하일식(연세대 사학과): 1980~1990년대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대폭 늘어난 분량으로 발행된 근현대사 검정 교과서는, 과거 국정 시절에 극히 제한된 분량으로 일방적인 해석만 강조하던 것과 다른 내용이었다. 고·중세사를 소재로 국민 정신 교육을 시도하던 시절은 오래 전에 막을 내렸다. 반면에 현실의 기득권을 합리화하기 위해 가까운 시대의 역사 해석에 비학문적 잣대를 들이대고 독단적 가치관을 강요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그 손쉬운 방법으로서 국정제로 회귀가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검정제가 우리 사회의 발전과 문화적 성숙도를 바탕으로 부활한 것인 만큼, 국정으로 회귀는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고, 시대착오적인 것은 반역사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정인(춘천교대·사회과교육과): 지금, 한국사의 수능 필수화와 함께 국정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지만 국정 교과서를 통한 현대사 교육은 현대사 연구와 현대사 교육의 연계를 고민하는 역사학계의 학문적이고 교육적인 모색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정치적 판단에 따라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현대사 연구 성과가 존재한다. 더 이상 국정으로는 현대사의 다양한 연구 성과를 반영할 수 없는 게 현실인 것이다.

김태우(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한국과 같은 분단국가였던 서독에서도 이미 1970년대부터 반공주의적 역사 교과서 서술로부터 벗어나,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평화’의 관점에서 현대사를 새로 쓰는 작업에 골몰해왔다. 그런데 이 같은 세계적 추세와는 상반되게, 현대 한국에서 냉전기의 양극적 역사관을 강요하는 교과서들이 후속 세대를 위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실로 슬프고 충격적이다. 우리는 냉전기의 양극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미래의 후속 세대에게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닐 평화·인권·생명(생태) 등의 관점에서 역사를 새로 써나가야 한다. 자기 성찰이 부재한 반평화·반인권·반생명(반생태)의 역사 쓰기, 한국사회의 양극적 갈등을 화해시키기는커녕 더 첨예화시키는 역사서술은 궁극적으로 미래 한국의 후속세대들에게 더 큰 아픔만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김민수(주례여고): 2010년과 2013년에 조사한 역사교사들의 교과서 선정 기준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인터뷰한 6명의 교사들이 선택한 교과서는 달랐지만 그 선정 기준은 비슷했다.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고 교사들이 가르치기 유용한 교과서가 선정 기준의 공통분모였다. 역사의식을 중요하게 여겼지만 특정 이데올로기만 아니라면 수용이 가능하다는 입장도 있었다. 이제 어떤 교과서가 경쟁력이 있는지를 확인하려면 수요자인 교사와 학생, 공급자인 집필자와 출판사에 맡겨도 될 것 같다. 굳이 교육부가 끼어들어 특정 교과서 채택율에 신경을 쓰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양정현(부산대·역사교육과): 제도적으로는 인정제, 자유 발행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교사들의 교육 내용 선택·구성권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 자유 발행제 도입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입장이 있다. 편파적인 교사가 편향적인 내용을 가르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그러나 자유 발행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학교 수업이 제멋대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교과협의회, 학교운영위원회 등의 협의, 국가 수준의 교육 과정이나 가이드라인이라는 장치를 유지하면 된다. 교과서 선정 절차에서도 개별 학교의 교과 협의회, 해당 과목 교사의 결정이 침해되지 않도록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 교사의 결정은 교육의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존중돼야 한다. 권력이 국정제로 교육 내용을 통제하려는 것은 21세기 정보화 사회에 비춰 퇴행적이고 반교육적이다. 특히 다양한 관점이나 해석이 권장돼야 하는 역사 과목의 특성상 획일적인 역사 인식을 강요하는 것으로는 학생들로 하여금 미래 지향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할 것이다.

정리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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