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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위한 대학원 평가는 안돼”
“구조조정 위한 대학원 평가는 안돼”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7.21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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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협 ‘대학원 평가’ 전문가 토론회서
“질 제고보다 구조조정 목적” 의구심 여전

‘질 관리’라 쓰고 ‘구조조정’이라 읽는다. 대학원 평가에 대한 논란이 학부 구조개혁 평가와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정부는 ‘질 관리’를 내세우지만 전문가들조차 ‘구조조정’ 목적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대교협 주최 고등교육 전문가 토론회에서 교육부 대학원지원과 고영훈 사무관(왼쪽에서 세번째)이 정부의 대학원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김준영 성균관대)는 지난 16일 ‘대학원 교육 개선을 위한 대학원 평가의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교육부가 지난 5월 발표한 ‘대학원 질 관리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이 직접적 배경이 됐다. 교육부 대학원지원과 고영훈 사무관은 “대학원 평가를 해야겠다는 방향만 있을 뿐 구체적 내용은 긴 호흡을 갖고 지금부터 준비해 나가겠다. 하반기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평가 시스템을 마련해 내년에 시범 운영하고, 2016년부터 평가 체제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평가의 목적이 질 관리인지, 아니면 구조조정인지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교육부 설명이 끝나자마자 반론이 쏟아졌다. 채재은 가천대 교수는 “학부 교육과 달리 대학원은 학생 수 감소보다 부실한 운영이 주요 이슈다. 질 제고에 평가의 초점을 맞춰야지 학부처럼 정원을 줄이는 방식은 아닌 것 같다”며 “질 관리가 주요 목적일 경우 ‘평가인증’ 형태로 평가를 실시하고, 핵심지표 위주로 평가지표를 구성해야 하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의 지적에서 엿볼 수 있듯, 대학원 평가의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점은 대학평가에 대한 논란과 판박이다. 정부는 ‘질 제고’를 앞세우지만 대학은 ‘구조조정’에 목적이 있다고 본다. 김희규 신라대 교수는 “대학원 제도개선 방안을 들여다보면 말을 돌렸을 뿐 구조조정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황인성 대교협 경영기획팀장은 “평가의 목적이 정확하지 않지만 현황 인식을 보면 실질적으로는 구조조정인 것 같다”며 “자율적인 질 관리 체제를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대학원 평가의 목적을 구조조정이 아니라 질 제고에 둬야 한다는 데에 뜻을 같이 했다. 이영학 동의대 교수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질 관리가 주목적이 돼야 하기 때문에 대학원 평가는 당연히 인증평가가 돼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자연스럽게 구조조정 형태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평가에 앞서 정부의 대학원 정책 방향을 구체화하고, 이를 반영해 평가모형을 설정해야 한다”며 “대학원 평가에서는 기관평가와 학문계열별 평가를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학원 평가를 적극 지지하는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정책과제이기 때문에 대학원 평가체제 마련에 동의한다”면서도 “질 관리 강화 정책이 인위적이고 강제적인 대학원 규모 축소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원 교육도 질 관리를 해야 하고,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학과들이 더 많은 정원을 가져야 한다”고 밝힌 한상준 중앙대 대학원장 또한 “대학원 정원이 주는 것은 우리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앙대는 올해 이전보다 강화된 대학원 평가를 자체 실시한 바 있다.

교육부 말처럼 ‘긴 호흡’을 주문하는 요구도 컸다. 채재은 교수는 “‘긴 호흡’이라는 게 2016년이다. 사실상 방치돼온 대학원 평가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은 1년 반도 안 되는 시간을 허겁지겁 준비해야 한다”며 “교육부가 만들면 대학이 따라오겠지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게 바람직한지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전 제주대 교수는 “3년 완성형(진단, 시범실시, 보급)을 제시했는데 이 정부가 끝나기 전에 하기 위해 정책을 세운 것 같다”며 “좀 더 중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도영 아주대 교수는 “오히려 실태조사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원은 평가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학원은 학부와 달리 전문성을 갖고 있는데, 전문성에 대한 평가를 정부가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박주호 한양대 교수는 “국가가 학부와 대학원 정원을 규제하는 것 자체가 질 관리인데 또 다른 질 관리를 한다면 이중 규제가 된다”며 “정원을 자율화하면서 질 관리를 위한 평가를 하든지 제3의 대안을 찾든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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