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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의 불안정한 공생, 그 끝은?
사람과의 불안정한 공생, 그 끝은?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4.07.1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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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66. 살인진드기

난 6일 전남 강진에서 진드기를 매개로 한 바이러스성 감염병인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SFTS, 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 고열과 함께 혈소판이 감소하는 것이 특징)으로 사망한 환자가 나타났다. SFTS 환자는 2013년 5월 처음 발생했다. 2013년에 36명이 SFTS에 감염됐고 이 가운데 17명이 숨졌다. 올해도 지금까지(8일 현재) 전국에서 11명이 발병해 3명이 숨졌다.


▲ 사진은 작은소참진드기의 외부형태다. 국립환경과학원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안전·예방 수칙’ 제공.
『바이러스학』(류왕식, 라이프사이언스출판사, 2013)를 보면 SFTS의 주요 병원균은 SFTS  bunyavirus다. 류왕식 연세대 교수(생화학)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사망의 원인은 야생진드기가 유발하는 질병이 아니라 야생진드기가 전파하는 SFTS 바이러스(흔히 ‘살인 진드기 바이러스’라고 한다) 때문”이라고 했다. SFTS 바이러스는 2009년 중국 중동부 및 동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고열과 혈소판 감소 증세를 특징으로 하는 질환을 연구하던 중 2011년에 확인한 바이러스다. 이후 2013년 1월 일본에서 최초로 SFTS 환자가 확인됐고, 한국에서도 2012년 8월에 사망한 환자의 혈액을 2013년 다시 조사해 본 결과 SFTS 바이러스임을 최초로 확인했다. 류 교수는 “SFTS는 신종바이러스 질환으로, 중국과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전염성 질병이 여행객이나 농산물 등을 통해 국내에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30여종이 피부질환과 관련돼
『진드기류에 의한 피부질환』(조백기·이원구, 서흥출판사, 2004. 이하 관련 내용 참조)에 따르면, 진드기류는 사람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성인의 안면 피지를 까보면 모낭진드기를 관찰할 수 있고, 거실과 침실에서는 인간의 피부에서 떨어진 표피를 먹고사는 집먼지 진드기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쌀통 속이나 창고 먼지, 저장된 건어물 등에는 저장식품 진드기가 생활사를 누리며 살고 있다. 이외에도 진드기는 땅 속과 물 속, 땅 위의 식물, 새의 깃털 등 광범위하게 분포하며 인간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진드기는 분류학상 절지동물 문(phylum)의 거미 강(class), 진드기 아강(subclass)에 속한다. 진드기 아강에는 5만4천여 종이 기술돼 있으며 약 50여 만 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 피부질환과 관련이 있거나 향후 관련이 예상되는 진드기는 30여 종이 있다. 이들은 사람의 피부를 통해 병원성 바이러스나 리케차(Rickettsia, 바이러스와 보통 세균의 중간 크기로, 일부 곤충이나 진드기의 세포내에 산다) 또는 박테리아를 전파시키고 피부염이나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한다. 사람옴진드기, 모낭진드기는 피부의 각질층과 모낭에 각각 기생함으로서 피부질환을 유발한다. 털진드기, 집진드기, 참진드기 등은 그들 타액 속의 소화효소로 사람에게 알레르기성 또는 독성 반응을 나타낸다. 세로무늬먼지진드기, 큰다리먼지진드기, 잎응애는 직접적으로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배설물을 통해, 이것을 항원성분으로 인식한 사람의 몸에 기관지 천식, 비염, 두드러기, 만성피부염 등을 유발시킨다. 또한 굵은다리가루진드기, 긴털가루진드기, 고기진드기 등은 저장식품에 배설물이나 소화액을 묻혀 이와 접촉한 사람의 피부에 피부염과 심한 소양증이 발생시킨다. 이외 리케차 과(Family)에 속하는 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Orientia tsutsugamushi)에 감염된 털진드기는 인간에게 쯔쯔가무시병을 전파하고, 세균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Borrelia burgdorferi)에 감염된 참진드기는 라임병을 전파한다.


그러나 진드기가 인간에게 완전 해롭지만은 않다. 진드기는 때로 땅속에 부식토를 생성해 식물의 성장을 돕는 등 농업과 경제에 많은 영향을 준다. 또한 중요한 법의학적 증거물로도 이용되는데 법의학자들은 인간 부패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섭취하고 번식하거나, 파리의 알과 유충을 포식하는 진드기를 이용해 사망시간 추정을 위한 자료 또는 시신이 사망한 후 다른 곳으로 옮겨졌는지 등을 알아내는 데 사용한다.
참진드기 목(order)은 가장 대형인 진드기로서 모든 종이 척추동물의 외부에 기생해 흡혈을 하고 질병을 옮긴다. 참진드기가 흡혈한 부위를 참진드기 교상(Tick Bite)이라 하며 드물게 피부증상과 함께 전심증상을 동반한다. 한국에서 참진드기 교상은 1982년 처음 보고됐다. 한국의 참진드기는 2과(Family) 4속(Genus) 12종(Species)으로 분류되며, 흡혈시간은 대개 7~10일이다. 작은소참진드기[흡절지동물 문(Phylum) △진드기 아강(Subclass) △참진드기 목(order) △참진드기 과(Family) △엉에참진드기 속(Genus) △작은소참진드기 종(Species)]의 숙주는 소, 말, 토끼, 사람이며 학명은 H. longicornis Neumann, 1901이다. 몸은 황갈색 내지 다갈색이고, 크기는 수컷이 2.5×1.6㎜, 암컷은 2.9×1.8㎜이다. 작은소참진드기는 알(egg)→유충(larva)→약충(nymph)→성충(adult)의 성장과정을 겪는다. 환자의 피부에서 약 1주일간 흡혈 후 떨어진 작은소참진드기 암컷은 토양 속에 수 천~2만 개 정도를 산란한다.


알에서 부화한 유충은 풀잎이나 나뭇가지 등에 올라가 숙주를 기다린다. 작은소참진드기는 숙주의 탄산가스와 체온을 감지한 후 달라붙는다. 이 후 유충은 흡혈해 약충이 되고, 약충은 다시 흡혈해 성충으로 변태한다. 성충은 숙주 또는 지상에서 교미하며 암컷은 산란 후 죽는다. 작은소참진드기는 사람에 엘리히증(ehrlichiosis)을 일으키는 Ehrlichia sp.와 반점열을 일으키는 Rickettsia richettsii와 R. japonica을 매개하기도 한다.

작은소참진드기를 매개로 전파되는 바이러스
현재 가장 문제인 것은 작은소참진드기 내의 SFTS bunyavirus로 인한 SFTS 질병이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2013년 ‘야생진드기 대상 검사 결과’ 보고에서 SFTS 바이러스 검출률이 0.5%(1천 마리당 5마리 검출) 이하라고 밝혔다. 모든 작은소참진드기가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류왕식 교수는 “야생진드기에 물리면 반점이 생기고 가려움증만 있다”면서 “진드기는 곤충으로서 사람에게 다수의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매개자 역할을 할 뿐 매개자 자신은 보유한 바이러스에 의해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일본뇌염을 전파하는 빨간집모기의 경우는 일본뇌염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 모기 자체가 질병에 걸려 아프면 날지 못해 사람을 물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감염은 야생진드기가 활동하는 시기(4~11월) 중 주로 여름(5~8월)에 집중된다. 집계되지 않았을 뿐 야생진드기에 물린 사람들은 많았을 것이다. 단지 증상이 호전돼 자각하지 못할 뿐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감염된 사람의 80~97%가 농업 및 임업 종사자이며, 만성질환 및 면역저하와 관계된 분들이다. 아직 SFTS에만 효과가 있는 항바이러스제는 없는 실정이다. 야생진드기로부터 전파되는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류왕식 교수는 “SFTS 바이러스는 불과 수년 전에 발견된 신종바이러스로서 아직 연구가 초기 단계”라며 “사망자도 얼마 안 되는 바이러스 질환에 예방백신 혹은 치료제를 개발할 동기부여가 없다”고 설명했다. 류 교수에 따르면, 제약사 입장에서는 개발비 회수가 어려워 섣불리 수천억 원 이상 하는 연구에 착수하기 어렵다. 참고로, 1983년에 발견돼 약 4천만 명이 사망한 AIDS 바이러스도 백신은 아직 없다 게 류 교수의 설명이다.
다행히도 SFTS 환자는 적절한 내과적 치료로 회복될 수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야생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SFTS 바이러스가 진드기뿐만 아니라 야생동물 내 감염률, 감염 경로 등이 있는지는 앞으로 더 연구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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