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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관료와 관변학자들에게 대학정책 맡길 수 없다”
“이제는 관료와 관변학자들에게 대학정책 맡길 수 없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6.23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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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학회 16일 창립대회 … 대학정책의 ‘싱크탱크’ 역할 기대

대학 문제를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한국대학학회’가 지난 16일 창립했다. 다학제적 접근을 표방한 학회답게 인문, 사회, 자연, 공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 200여명이 창립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날 창립대회에는 고문을 맡은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앞줄 오른쪽에서 네번째)와 김세균 서울대 교수(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도 직접 참여해 학회 창립을 격려했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자기들 필요에 의해 대학을 농단하고 통제하는 정책을 개발해 왔다면 이제 대학 교수들이 어떤 정책이 대학을 위해 옳은 길이고, 어떻게 해야 한국 대학이 바로 서는가를 연구해야 할 때가 왔다.” 김민기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숭실대)의 축사처럼 지난 16일 창립한 한국대학학회는 대학 개혁의 객체로 전락했던 대학 교수들이 주체로 나섰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국대학학회에는 교육학자뿐 아니라 인문·사회, 자연과학, 공학, 예술 분야 등 다양한 분야의 교수와 연구자 208명이 창립회원으로 참여했다. 창립회원치고는 꽤 많은 숫자다. KCI(한국학술지인용색인)에 따르면, 한국연구재단에 등록된 학회 가운데 68%는 회원 수가 50명 이하인 소규모 학회다. 회원이 200명 넘는 학회는 2%에 불과하다. 100명 이상인 학회도 10% 남짓이다.

무엇이 이들을 한국대학학회로 이끌었을까. 거칠게 말해 ‘대학의, 대학에 의한, 대학을 위한 정책’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관료들이 대학 정책을 주무르고 교육부의 주문생산으로 정책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대학이 필요로 하고 대학에 옳은 정책은 아무도 연구를 해오지 못했다.”(김민기 사교련 이사장) “그동안 교육부 관료와 관변학자들이 정부 입맛대로 정책을 수립해왔다. 가장 시급한 것은 교육부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선제적, 선도적으로 대학정책을 개발하는 것이다.”(이병운 전국 국공립대 교수회 연합회 상임의장, 부산대) 국·사립대 교수회를 대표하는 두 사람의 축사는 미리 입을 맞추기라고 한 듯 비슷했다.

고문으로 참여한 학계 원로들의 주문도 일맥상통했다.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는 축사에서 “대학이라는 기구의 교육적, 사회적 위치와 중요성이 한참 높아졌는데도 대학 그 자체를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정책적으로 의제를 계발해 제시하는 학회가 없었다는 것은 참 기이한 현상”이라는 말로 한국대학학회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김세균 서울대 교수는 “권력과 자본이 요구하는 지식 생산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대학을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진리탐구의 장으로 지켜나가는 활동을 해나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대학학회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는 학회 설립의 필요성이면서 동시에 학회가 지향하는 핵심 축이기도 하다. 이날 창립대회에서 초대회장으로 선출된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는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방안을 저지하고 올바른 구조개혁 정책을 제시하는 대안 제시가 단기적 목표”라며 “장기적으로는 한국 대학과 대학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잡아나가는 데 학회 역량을 집중하겠다”라고 말했다.

연구위원회와 편집위원회 외에 정책위원회를 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사학문제특별위원회, 국립대발전특별위원회, 전문대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국교련과 사교련,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등 교수 4단체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이병운 국교련 상임의장은 “국립대와 사립대는 학회에서 제안한 정책을 실현할 수 있도록 운동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맡겠다”라고 말했다. 도정일·김세균 교수 외에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가 고문을 맡았다.

참여 회원이나 조직 구성에서 엿볼 수 있듯 한국대학학회는 단순 학술연구를 벗어나 ‘플러스 알파’ 역할을 할 생각이다. 기존 학회와는 달리 대학현장에 대한 실증 연구와 정책 대안을 함께 모색하는 ‘실천적 학회’를 지향한다. 외연 확장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대학 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대중적 학술지 창간과 단행본 시리즈도 기획하고 있다.

정책위원장 겸 부회장을 맡은 반상진 전북대 교수는 “정부 정책에 반대만 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위해 정책위에 쟁점 분석 분과와 대안 마련 분과를 따로 운영할 생각”이라며 “학술대회 역시 현안에 대해 난상 토론하는 자리를 항상 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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