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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교육혁명’, 대학 강의실 변화를 부른다
‘온라인 교육혁명’, 대학 강의실 변화를 부른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4.06.16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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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 새로운 패러다임 ‘온라인 대중공개강의’(MOOC)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은 듣기만 하는 일방적인 교육은 굳이 대학에 입학하지 않아도 ‘온라인 대중공개강의’를 통해 전 세계에서 수강이 가능하다. 캠퍼스에서는 연구 중심으로 교수와 학생들이 모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될 것이다.”

전 세계의 미래예측기관과 미래학자들이 2040년의 미래사회를 예측한『유엔미래보고서 2040』은 ‘온라인 대중공개강의’가 대학교육의 형태만이 아니라 기본 개념조차 바꾸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학교육도‘온라인 교육’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대전환을 맞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바로 ‘온라인 대중공개강의’(Massive Open Online Course, MOOC)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영문으로 줄여‘무크’(MOOC)라고 흔히 부른다.

최근 온라인 교육의 새로운 흐름은 세계적인 석학의 대학강의나 유명인의 특강을 언제 어디서나 ‘무료’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TED, 유튜브, 애플의 아이튠즈 U등을 통해서다. 하버드대나 MIT 등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석학의 대학강의를 세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온라인에 공개(OCW)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무료 강의지만 정규수업처럼 과제·시험도

그렇다면, ‘무크’는 무엇이 다르고, 왜 대학교육을 바꾸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가장 큰 차별성은 온라인에서 무료로 강의를 듣지만, 대학의 정규수업처럼 수강신청과 출석 체크가 이뤄지고 과제도 있으며, 중간시험과 기말시험 등 평가도 한다는 사실이다. 과제를 내면 ‘동료 평가’형식으로 피드백도 받을 수 있고, 같은 강의를 듣는 전 세계의 사람들과 SNS 등으로 조별 토론이나 의견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강의는 4~13주까지 다양하다. 모든 과정을 이수하고 일정한 점수를 받으면 수료증도 받을 수 있다. 수료증은 무료이거나 유료인 경우도 있다. 수료증은 대학입학이나 기업에 취직할 때 직무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로 쓰이기도 한다. 실제로 구글은 특정 직무능력을 평가할 때 무크 수료증을 인정하고 있다.

무크는 2012년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미 세계적으로 수강자가 수천만 명에 이르고, 하버드대와 예일대, 스탠퍼드대, MIT와 같은 누구나 선망하는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의 세계 석학들이 강의에 나서 무크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무크가 대학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수준 높은 대학강의를 무료로 제공해 국제적인 ‘지식 나눔’이라는 명분과 함께 각 대학의 브랜드 강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으며, 수강생이 많기 때문에 유료 수료증 발급을 통한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온라인 강의의 특성상 수강 인원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한꺼번에 강의를 들을 수 있어 교수ㆍ강사 등 인건비 절감과 강의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이런 현실은 대학들이 무크 등 ‘온라인 강의’를 확대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다.

무크는 2012년에 시작돼 아직은 초기 단계다. 대학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규수업처럼 진행이 된다고 하더라도 ‘온라인 강의’의 한계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대학교육의 보완재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도 많다. 세계 최대의 무크 기업인 ‘코세라’를 창업한 다프네 콜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한 세미나에서 “강의실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대학 죽이기’는 확대 해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무크가 아직은 초기 단계이고 온라인 교육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대학교육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무크는 개별 대학에서 진행하지는 않고, 컨소시엄을 만들거나 기업체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무크 서비스는 2012년 4월 스탠퍼드대 교수들이 만든 사회적 기업인 ‘코세라’, MIT와 하버드대가 6천만 달러씩 투자해 세운 비영리 기관인 ‘에덱스’, 스탠퍼드대 출신 교수들이 직접 강의하는 ‘유다시티’등이 있다. 영국 Open University가 만든 영국 최초의 무크 플랫폼인 ‘퓨처런’은 2013년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퓨처런은 영국ㆍ유럽ㆍ뉴질랜드를 중심으로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 대학들도 하나둘씩 무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서울대는 지난 3월부터 ‘에덱스’를 통해 무크 강좌 3개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3년 5월 에덱스와 협약을 통해 SNUx로 가입한 서울대는 박종우 교수(기계항공공학부)의 ‘로봇 역학 및 제어Ⅰ’, 조동준 교수(정치외교학과)의 ‘한반도의 국제정치학Ⅰ’, 최선호 교수(물리천문학부)의 ‘일반 물리학Ⅰ’강의를 공개했다. 이들 강좌는 서울대 총동창회 지원을 받아 지난 2013년 1학기 정규 강좌의 실제 수업을 촬영해 개발한 서울대 열린강좌 중 일부다.

카이스트는 세계 최대 무크 플랫폼인 ‘코세라’를 통해 지난 5월부터 3개 강좌를 공식 개설했다. 기계공학전공 김양한 교수의 ‘음향학’을 시작으로 박용근(물리학과)ㆍ최철희(바이오및뇌공학과)ㆍ석현정(산업디자인학과) 교수가 공동으로 참여한 융합교과목 ‘빛ㆍ생명ㆍ색채’를 제공한다. 또 김보원 교수(경영공학부)가 6월부터 ‘공급망관리’강좌를 연다. 김양한 카이스트 교수는 “음향학 분야에서 30여 년간 축적한 연구 노하우를 양질의 교육을 받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연구원과 학생들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공유하고 싶었다”라고 이번 무크 서비스에 참여한 이유를 전했다.

‘토론·협력’등 오프라인 대학의 가치 찾아야

성균관대와 연세대도 지난 2일 영국의 ‘퓨처런’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무크 강좌 개발에 나섰다. 성균관대는 3년째 매주 목요일에 진행하고 있는 ‘융복합 특강’을 통해 확보한 콘텐츠를 무크 플랫폼에 맞춰 재가공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르면 올 연말에 첫 강좌를 오픈할 예정이다. 고영민 성균관대 학술정보관장은 “학생들의 호응이 좋았던 융복합 특강 강좌를 무크로 선보임으로써 성균관대의 글로벌 교수ㆍ학습 수준 향상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지금은 해외 무크 플랫폼 위주로 준비를 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자체 플랫폼도 오픈할 계획이다.

연세대와 퓨처런의 이번 협약은 영국문화원이 중재해 이뤄졌다. 아직은 무크 서비스를 위한 초기 단계다. 연세대는 교육성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온라인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미국의 무크 플랫폼인 에덱스와 코세라 등과의 협력 방안과 함께 자체 무크 플랫폼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 정갑영 연세대 총장은 “유럽은 물론 미국과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인에게 한국대학의 우수강의를 쉽게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 고등교육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무크가 대학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온라인 강의’ 전략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지만, 대학 강의실의 변화가 더 주목할 부분이다. 세종대는 교양과정에 ‘온라인 강의+오프라인 토론’을 결합한 ‘블렌디드 러닝’(혼합 학습)을 올해 1학기부터 전면적으로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1학년 전체 신입생을 대상으로 필수교양 과목인 ‘서양철학 : 쟁점과 토론’, ‘ 문제해결을 위한 글쓰기와 발표’, ‘교양영어’를 블렌디드 러닝으로 진행한다. 이태하 세종대 교양학부장은 “무크를 보면, 모든 대학이 사이버대학으로 가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된다”라며 “오프라인 대학만의 정체성과 가치를 적극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토론ㆍ발표ㆍ협업 중심의 수업을 강화하는 것이 오프라인 대학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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