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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교수 손보기’ 막을 방법이 없다
‘미운 교수 손보기’ 막을 방법이 없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6.09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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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조개혁법안에도 구성원 참여 배제

“학과 통폐합과 명칭 변경을 두 학과 구성원과 단 한 차례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해 통보했다.” 지난 4월 16일 동의대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 교수들이 이 대학 전체 교수들에게 보낸 성명서의 일부다. 동의대는 내년부터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를 국어국문·문예창작학과로 통합하고 입학정원을 10명 감축하기로 했다.

대학당국의 일방적 구조조정과 자의적 평가기준은 청주대 사회학과 폐과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만은 아니다. 지난 1~3월 교수단체들이 주최한 ‘대학 구조조정 전국순회 교수토론회’에서 한 충청지역 대학 교수는 “구조조정 규정을 만들어 학칙에 반영하고 있는데 구성원 의사와 무관하게 통폐합을 가능하게 했다”며 “절차상에도 문제가 있지만 학과의 학생 충원율이 한 번이라도 80%가 안 되면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되는 등 터무니없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학교나 재단에 비판적인 ‘미운 교수 손보기’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한 대구·경북지역 4년제 대학 교수는 “학과 폐지 과정에서 해당학과 교수와 학생들의 의견 수렴 없이 학교당국이 일방적으로 진행해 학생들의 피해가 크다”며 “지난해에는 학교와 소송 중인 교수의 교과목을 개설하지 않는 일도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지난 4월 30일 발의한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하 구조개혁법안)에는 대학당국이 이런 식으로 구조조정을 악용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학 구성원들의 참여는 사실상 배제돼 있기 때문이다. 구조개혁법안에는 대학의 장 또는 학교법인이 학교 경영이 어려운 경우 ‘자체 평가’를 실시하고, 구조개혁 자체계획을 수립·시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평가와 구조개혁에 대해 당사자인 교수와 교직원, 학생들이 관여할 수 있는 절차를 따로 두고 있지 않다.

박순준 동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정부·여당이 발의한 구조개혁법안은 지금도 많은 지방 사립대에서 구성원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을 합법화하는 것”이라며 “학교 경영이 어려워 행정조직 조정이나 대학의 폐지나 법인 해산, 다른 대학과의 통폐합 등 자체 구조개혁 계획을 수립할 때는 반드시 대학 구성원의 동의를 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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