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1:50 (금)
다시 국가를 묻다 … ‘배제·정치·메시아주의’ 성찰도
다시 국가를 묻다 … ‘배제·정치·메시아주의’ 성찰도
  • 김봉억
  • 승인 2014.06.08 17: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4 계간지 여름호 리뷰


2014년 계간지 여름호 마감을 앞둔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참사가 일어났다. 계간지의 특성상 이 참사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룰 수는 없었지만, 첫 눈길은 ‘세월호’ 담론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 계간지 여름호들은 어떤 성찰들을 이어가고 있을까. 말은 적었지만, 아픔은 커 보였다. <문학과사회>는 “이 참담한 일에 대해 긴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돼 송구하고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실천문학>은 ‘가만있지 않는다’고 표지에 새겨 넣었고, <오늘의 문예비평>은 “4월 16일 이후, 문학은 오직 침묵으로 기술될 수 있을 뿐이다”라고 했지만 “그런데도 당신이 이 팔리지도 않는 비평 계간지를 여전히 손에 쥐고 있다면 나는 당신이 육체를 가진 언어가 있는 한, 끝끝내 세계와 맞잡는 손의 질감을, 그 따스한 온기를 함께 나눌 수 있다고 믿는 이라 생각하고 싶다”고 전했다.


<역사비평>은 평소와 달리 표지를 회색으로 장식했다. 그 자체가 시대에 대한 이마쥬인 셈이다. 특히 ‘세월호 기억 저장소’를 만들자며 김익한 명지대 교수(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의 글을 통해 시민의 힘으로 ‘기억 저장소’로서 아카이브를 만들어 세월호 사건을 성찰해야 한다고 제안한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아카이브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 과정을 담아 유용한 지침서로 쓰이길 기대한다는 것이다. <창작과비평>은 “임계상태에 이른 한국사회의 총체적 개혁 작업에 독자와 더불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다짐했다.


<문학과사회> 106호는 올해 여름이 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이 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우리 사회의 당대성과 호흡할 수 있는 지성적 사유의 주제를 모색한 결과다. 역사의 실증과 문학의 기억으로 살펴보기 위해 안병직과 차승기를 소환했다. 안병직은 「제1차 세계대전 100주년의 회고-기원, 양상, 영향」에서 인류 역사상 최초의 세계 전쟁을 겪은 유럽의 전후 사정을 살폈다. 「폐허의 사상-‘세계전쟁’과 식민지 조선, 혹은 ‘부재의식’에 대하여」를 쓴 차승기는 일본을 매개로 세계 전쟁을 접했던 한국 지성계의 반응을 분석한다. 안병직과 차승기는 세계 전쟁이 세계 자체를 바꾼 결과를 낳았다는 점에 주목한다는 사실은 특기할만하다고 편집진은 전했다.


견고하게 문학주의를 표방해온 <문학동네>. 이번 79호는 「비평가의 선택-왜 지금 이 이론인가」를 특집으로 구성했다. 조강석ㆍ복도훈 등 4명의 글을 실어 이론과 정면 승부를 시도했다. 그러나 여름호를 펴내는 글 「국가재난시대의 민주적 상상력」(황종연·동국대)은 비록 짧은 지면이었지만, 그 속에 깊은 인간의 공존 문제를 짚어내는 고민이 엿보인 글로, 무게와 호흡이 진중했다.


<문과/과학> 78호의 특집 주제는 ‘배제된 자들’이다. 세월호 참사 뿐 아니라 사회적 파업 참가자들, 청년비정규직 계급인 프레키리아트족, 동네 자영업자들 등 수많은 사람들이 배제되고 있는 현실을 심층적으로 다뤘다. “배제라는 말이 한국사회에서 이미 식상한 용어가 된 것은 아닌지 스스로 질문해야 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의 경과는 그런 의문을 불필요하게 만들어 주었다.” 세월호에서 학생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너무나 충실히 잘 따랐다. 왜 그랬을까.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리멤버 미: 세월호에서 배제된 아이들을 위한 묵시록 」에서 이 비극의 원인을 탐구하고 그것을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강요당해온 ‘호명된 집단규율’에서 찾았다.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자기결정권은 없다. 도대체 언제부터 청소년들이 단지 훈육과 규율의 대상으로만 간주되고 있는 것일까. 동학농민전쟁에서부터 4·19혁명에 이르기까지 청소년들은 언제나 정치적 투쟁의 주역이었다. 이들의 자기결정권과 정치적 주체로서의 잠재력을 원천봉쇄한 것은 군사독재정권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역사 교과서’에 주목한 <역사비평> 107호는 역사교육과 역사 교과서에 대한 4개의 질문, 그리고 10인의 응답으로 ‘역사교육을 묻는다’라는 특집을 구성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한국사 교과서 논쟁을 보며, 근본적이고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기획됐다.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기존 논쟁을 살펴보면, 우편향이냐 좌편향이냐, 민족적이냐 반민족적이냐의 이분법적 구도로 진행된 면이 강하다고 보고, 보다 긴 호흡으로 계속 문제제기를 할 계획이다. 이번 특집은 그 첫 번째다. 이만열ㆍ강선주ㆍ최우석 등의 전문가들은 대부분 역사교육이 가져야 할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자세를 강조하면서 정부의 개입이 역사교육의 퇴행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의 위기와 대중의 반란’을 특집 주제로 한 <실천문학> 114호. 김원 편집위원은 기획의도를 이렇게 밝혔다.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우리의 대안은 ‘좋은 국가’ 또는 ‘안전한 국가’,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 만들기일까? 한국사회는 ‘좀 더 나은 정당/정치를 만들면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으로 국가와 사회를 디자인하려고 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돌아온 부메랑은 ‘국가란 무엇인가?’,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국민이 난민처럼 인식되는 현실에서 문제적인 것은 국가 시스템 아래 정의되는 희생자나 버려진 국민의 위치에서 감지된 국가의 ‘모습’과 이에 대한 감지력으로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대중의 힘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었다.”


<오늘의 문예비평> 93호는 종교, 정치, 비평 맥락에서 ‘메시아주의’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담았다. 김진호는 「증오의 메시아정치, 그 불온함」에서 1997년을 전후해 대두한 ‘박정희 메시아주의’에 주목했다. 그의 주장은, 공포마케팅이 현정권에 의해 이어지고 있으며 이게 유지되는 한 메시아정치가 계속된다는 진단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들의 메시지는 기획 제목에서도 그대로 엿보인다. 즉, ‘메시아를 기다리지 마라!’는 것. 특별기획(21세기 후반의 문학 유토피아)과 장편연재비평(루차키의 이해)도 못지않게 흥미롭게 읽힌다.

 <창작과 비평> 164호는 꾸준히 문학담론을 점검해 왔다. 이번호에서도 사회현실과의 연관이 약해지는 최근 평단의 흐름 속에서 ‘우리 비평담론의 사회성’을 찾아 나섰다. 황정아는 리얼리즘론을 전체주의 딱지가 붙는 ‘총체성’을 중심으로 재검토하고, 강경석은 최근 소설을 통해 ‘87년 체제’의 감정구조를 분석하고 그 개념적 유용성을 따졌다. 그는 87년체제가 문화혁명의 성격을 결여한 탓에 ‘정치적 자유’만을 수호하는 ‘최소주의’를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논단과 현장에는 여섯 편의 글이 실렸는데, 백낙청은 「인문학의 새로움은 어디서 오나」를 묻고, 근대 이전의 전통적 인문학과 ‘날로 새로운 현실’이 만나는 지점을 읽어냈다. 그가 제안한 새로운 인문학의 핵심 과제는 ‘분단체제연구’와 ‘비판적 한국어학’이다.


<황해문화> 83호는 ‘다시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생각한다’라는 특집을 꺼내 들었다. 지금, 동북아시아에서의 평화문제는 영토분쟁, 역사해석 문제 등을 매개로 국가, 민족사이의 긴장과 갈등의 문제로 협소화되면서 그것과 맞물려 있는 지역, 지구 수준의 다층적 요인들이 가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담론들이 가리고 있는 실체들, 문제들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탐구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특집을 마련한 이유다. 이시자카 고이치, 현무암, 존 페퍼, 왕후이, 쑨거 등 일본ㆍ미국ㆍ중국의 학자들이 해답을 모색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