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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획 - 흔들리는 지방대 : 대안 2- 지방에서 지방대를 살리는 방법
연재기획 - 흔들리는 지방대 : 대안 2- 지방에서 지방대를 살리는 방법
  • 교수신문
  • 승인 2002.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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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대학 이제 그만…‘지방’이라는 장점 살리자
이정덕 / 전북대·문화인류학

지방대가 흔들리는 것은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이 서울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신입생수가 대학정원보다 줄어 지방대들이 줄줄이 도산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이 서울로 집중하자 뛰어난 인재라도 지방대를 나오면 인재로 간주되지 않는 시대가 돼버렸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법이다.
지방대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국가의 중앙집중을 혁파해 지방분권형 국가를 건립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지역분권화와 지역균등 발전은 여러 정치경제적 이유로 실천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호 교수신문에서 김윤상경북대 교수가 현실적으로 국가가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안들을 제시했다. 국가는 이런 안을 빨리 실행해야 한다.
그렇다고 지방대를 살리기 위해 지방에서 할 일은 없을까. 구조적 한계는 있지만 지방에서 조금이라도 지방대를 살릴 수 있는 방안들도 있을 것이다. 지방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자.

지방대 스스로 변화해야
가장 먼저 지방대 스스로 변해야 한다. 현재의 지방대는 붕어빵 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전국의 대학들이 비슷한 커리큘럼으로 비슷한 과목으로 가르치고 있다. 왜 그 지방에 그 지방대가 존재하는지 그 존재이유가 불명확하다. 단지 공간적 위치와 학생의 입학성적으로만 구별될 뿐이다.
지방대 출신이라 해서 그 지방을 더 잘 아는 것도 아니다. 가령 건축학과는 모두 서양식 건축만 공부한다. 그렇게 하면 어떻게 지역의 건축적 전통과 환경을 살릴 건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지방대 출신이라 해도 지역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기 때문에 그 지방의 특색을 제대로 살린 집을 상상하고 설계하기가 어렵다. 조경도 마찬가지이다. 그 지방의 특색을 살린 조경을 하지 못한다. 정치학과나 신문방송학과도 마찬가지이다. 그 지역의 정치나 언론 또는 의사소통에 대해 알지 못한다. 지방대의 붕어빵교육이 지방의 전통과 환경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기 때문에 지역에서도 지방대 출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
대안은 분명하다. 교육과정이 보다 철저하게 지방의 현실과 가능성을 반영해야 한다. 그래서 그 지방의 문제들을 가장 잘 알고 잘 반영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 지방대가 지방사, 지방문화, 지방경제, 지방시장, 지방정치, 지방행정, 지방사회, 지방교육, 지방건축, 지방기술, 지방과학, 지방환경을 교과과정에서 배제시키면 스스로 서울중심의 함정에 빠져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 세계를 배우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배워야 한다. 그렇지만 자기 지방의 특색과 전통을 배우고 한국, 세계의 것도 배워야 지방 것을 기초로 한국, 세계에 알맞게 재창조해 내놓을 수 있다. 지방대의 장점을 살리자는 이야기다. 지방대 스스로가 지방이라는 자신의 장점을 왜 자꾸 단점으로만 보느냐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해야할 일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기업들도 바줘야 할 것들이 많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의 개발이나 진행이 서울 중심적이다. 가령, 지방자치단체들이 문화산업을 이야기하면서 영상, 게임, 애니메이션, 촬영 등 서울중심적으로 사고한다. 지방 것을 살려서 할 생각을 못한다. 월드컵을 치른 10개 도시들이 전주시만 제외하고는 모두 서울의 기획자를 불러다 문화행사를 맡겼다. 그러다보니 서울중심적 붕어빵 개발, 붕어빵 프로그램이 여기 저기 나타난다. 이를 극복하려면 지방의 특색과 장점을 살리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지역을 잘 모르는 서울전문가가 한두번 둘러보고 계획을 짜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 지역의 구석구석을 제대로 파악하고 서울과 세계의 경향도 이해하고 있는 지방의 전문가들이 지역을 더 잘 반영한다.
또한 지역에서 필요한 공무원이나 인재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지방대출신으로 채용할 필요가 있다. 지역을 더 잘 알면 지역행정도 더 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시험문제 하나 더 맞췄다고 지방행정을 더 잘하나. 시험점수 위주의 선발정책은 빨리 끝내야 한다.
지방대가 지방기업 특히 중소기업들과 좀더 적극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 지방기업들과 지방대와의 협력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해 지방기업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적극적으로 개발 전수해야 한다. 지방중소기업들과의 협력도 대폭 강화하고 새로운 영역도 개척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인재도 소화시킬 수 있고 지역경제도 키울 수 있다.
또한 주민들이 다양한 재교육을 위해 쉽게 대학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대학이 지역사회의 중심에 서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좀더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 대학간의 연계와 협동이 더욱 필요하다.
물론 지방에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직장과 경제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스스로 노력하지 않을 수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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