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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夫一妻 순애보 … 전설이 된 독특한 울음
一夫一妻 순애보 … 전설이 된 독특한 울음
  • 교수신문
  • 승인 2014.06.0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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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_ 106. 소쩍새

▲ 사진출처= http://www.idomin.com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은 삼경인제/一枝春心을 자규야 아랴마는/다정도 병인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李兆年의 「多情歌」다. 여기에 등장하는 자규는 두견(새)인가, 소쩍새 인가.
다음은 端宗이 지은 「子規詩」다. “한 맺힌 새가 한 번 궁중을 나온 뒤로/푸른 산 속의 외톨이 신세라네/밤마다 잠을 청해도 잠은 오지 않고/해마다 한을 끝내려 해도 한은 끝나지 않네/두견새소리 끊긴 새벽 멧부리에 달빛 밝고/피 뿌린 듯 봄 골짜기에 지는 꽃이 붉구나/하늘은 귀머거리인가 슬픈 이 하소연 듣지 못하는데/어찌 수심 많은 이 사람의 귀만 홀로 밝은가?” 과연 이 시에 등장하는 두견이는 두견일까, 소쩍새일까.


이조년의 「다정가」의 자규와 단종의 「자규시」의 두견이나 모두 소쩍새렷다. 전자는 뻐꾸기의 일종이라 ‘녹음에 헹군 울음’을 명랑하고 경쾌하게, 싱그럽고 구성지게 주로 낮에 노래한다면, 후자는 올빼미 닮은 놈으로 가슴에 사무치고 에는, 가엽고 애처로운 울음을 야밤에 울어댄다. 「다정가」와 「자규시」도 모두 밤을 읊었으며, 절대로 두견이소리를 듣고 저런 哀憐하고 서글픈 감정이 울어나지 않는다. 사전들에 따라 杜鵑이, 歸蜀道, 子規, 不如歸, 소쩍새로도 부르는데, 두견이와 소쩍새를 뒤죽박죽 혼동해 둘 다 杜鵑이·접동새·歸蜀道·子規·不如歸·소쩍새로 섞어 적어 놨다.

이제 두견이와 소쩍새의 생리생태를 알아본다. 두견이는 뻐꾸기목, 두견과의 중형조류로, 두견이 말고도 우리나라를 찾는 두견과의 새들에는 검은등뻐꾸기·벙어리뻐꾸기·뻐꾸기·매사촌들이 있다. 두견이(Cuculus poliocephalus)는 몸길이 약 28cm로 얼핏 보면 뻐꾸기(cuckoo)를 빼닮았으나 몸집이 훨씬 작아 영어로 ‘little cuckoo’이라 부른다. 맑고 경쾌한 뻐꾸기울음에 비해서 두견이소리는 매끄럽지 못하고 좀 둔탁한 편이지만, 수컷은 나뭇가지에서나 날면서“쿗 쿗 쿄끼쿄쿄, 쿗 쿗 쿄끼쿄쿄, 삐삐삐삐”하고 재빠르고 멋 떨어지게 울어댄다. 암튼 쩌렁쩌렁 울리는 두견이 노랫소리는 결코 가엾고 슬프거나, 가련하고 애잔하지 않으며 되레 경쾌하고 상쾌한 기분까지 든다.


두견새는 4월경에 동남아시아에서 날아와 9월경에 남하하는 여름철새로, 한국·우수리·중국·일본 등지에서 번식하고, 타이완·인도·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숲속에 옹송그리고 앉아서 우는데, 워낙 경계심이 강해 쉽게 눈에 뜨이지 않는다. 두견과의 새들이 다 托卵鳥이듯 두견이도 천연덕스럽게 주로 휘파람새둥지에 한 개의 알을 托卵(어떤 새가 다른 종류의 새의 집에 알을 낳아 대신 품어 기르도록 하는 일)하고, 그 알은 아흐레나 열흘이면 부화되는데, 이것은 가짜 어미새가 낳은 알보다 삼사일 일찍 까여 딴 알이나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고 독차지한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교활한 딴 놈 자식을 품은 代理母는 억척스레 먹여 키운다.


다음은 소쩍새 이야기다. 소쩍새(Otus scops, scops owl)는 몸길이 20cm 정도로 올빼미목, 올빼밋과의 새로 총중에서 가장 작다. 우리나라에는 4월쯤에 날아와 10월까지 머무는 여름철새로 한국·일본·중국·아무르·우수리에서 번식하고, 겨울엔 남하해 중국남부·인도 등지에서 지낸다. 회갈색 바탕에 검정과 흰색의 얼룩무늬가 나있어 침엽수의 樹皮와 비슷한 僞裝하고, 사람 낌새를 채면 기겁하여 숨기에 역시나 관찰하기 어렵다.


몸길이 19~21cm, 날개 편 길이 47~54cm로 머리에는 귓바퀴 닮은 작은 귀깃(羽角, ear tuft)이 있으며, 눈알둘레는 노랗고, 넓은 날개를 서서히 움직여 소리를 내지 않는다. 야행성으로 매미·메뚜기·나방 등의 곤충이나 들쥐·박쥐·작은 새들을 잡는다. 다른 육식성 맹금조류들이 다 그렇듯이 먹은 것 중에서 소화 안 된 털이나 뼈 같은 것은 나중에 뭉치(펠릿, pellet)로 토해버린다. 일부일처로 지내며, 5월~8월경에 고목에 저절로 생기거나 딱따구리 같은 다른 동물이 파놓은 빈 구멍(구새통, tree hole) 둥지에 네댓 개의 흰색 알을 낳고, 암컷만 24~25일간 알을 품는다. 깜깜한 야밤에 “춋쵸, 촛쵸, 소쩍”, “촛촛쵸, 촛촛쵸, 소쩍다, 소쩍다”하고 운다. 저 멀리 야산에서 아련히 들려오는 피를 토하는 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후벼 판다. 더군다나 우는 새의 입속이 핏빛처럼 붉어서 마치 피를 토하면서 죽을 때까지 운다고 믿었다.


오래전부터 다음과 같은 구슬픈 소쩍새 전설이 전해온다. “소화는 찌들게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애면글면 엉세판으로 살았지만 성격이 밝고 마음 착한 소녀였다. 그녀가 열여섯 살이 되던 해 이윽고 부잣집에 시집간다. 시집온 첫날에 시어머니는 소화를 불러놓고 ‘오늘부터 너는 우리 집 식구가 됐다. 밥을 많이 하면 찬밥이 생기니 꼭 한 번만 하도록 해라’하면서 밥 짓는 요령부터 일러주었다. …… ‘이건 시부모님 진지, 이건 서방님 진지, 이건 시누이 것’, 지극한 정성으로 밥을 담는다. 그러나 늘 자기 먹을 것이 없다. …… 불쌍하고 한 많은 소화는 죽어서 한 마리 새가 돼, 솥이 적어 굶어 죽었다는 원망의 소리로‘솥적 솥적’울고 다녔기에‘솥적새’라 했다.”

自古以來로 중국이나 우리나라 文人筆客들이 읊은 가련한 悲運의 새는 결단코 뻐꾸기소리를 내는 두견이가 아니라 죄다 올빼미사촌인 소쩍새였다. 오늘 밤도 가슴 미어지게 한스럽고 애통한 소화의 목멘 鬼哭聲을 넋 놓고 하염없이 듣는구려! 소쩍새 수놈들의 텃세권(세력권)알리기 소린걸 놓고 말이지.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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