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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ㆍ초ㆍ중등교원 포괄하는 종합교원양성체제로 가자”
“유치원ㆍ초ㆍ중등교원 포괄하는 종합교원양성체제로 가자”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4.05.19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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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희 경인교대 총장이 말하는 '교대, 그 이상의 대학'

“그동안 초등교사 따로, 중등교사 다로 양성해 왔다. 지금의 교원양성체제는 과거 식민지시기를 거치면서 독립한 나라들에서 급작스럽게 교사양성이 필요했기 때문에 생겨난 제도였다. 지금도 이 체제가 필요한가? 요즘 6학년은 중학생 나이의 의식구조를 갖고 있다. 초등교사도 중학교 교육과정을 알아야 한다.”

이재희 경인교대 총장은 지난해 4월, ‘교대, 그 이상의 대학’을 슬로건으로 제6대 총장에 선출됐다.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유치원 교사는 물론, 초ㆍ중등 교원까지 포괄해 종합적인 교원양성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이 총장의 생각이다.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교 체제로는 더 이상의 발전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재희 경인교대 총장의 ‘교대, 그 이상의 대학’은 대학 간 통합을 통해 대학의 기능을 다변화하고,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 골자다. 경인교대는 초등교사 양성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산학협력기업 유치, 평생교육 거점대학, 외국의 교사로 진출할 수 있는 글로벌 교원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현재 경기도 지역의 국립대는 대학 간 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경인교대는 종합교원양성체제 구축을 위해, 한경대는 경기도 거점 국립대를 지향한다. 경인교대는 서울대와 인천대, 한경대와 통합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일시 : 2014년 5월 13일(화) 오후 2시30분
●장소 : 경인교대 경기캠퍼스(안양) 총장실
●대담 : 최익현 편집국장  
●사진·정리 :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이재희 경인교대 총장(59세)은.
서울대 영어교육과를 나와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를 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을 지냈으며, 1994년부터 경인교대 교수로 재직했다. 경인교대에서 신문방송센터 소장과 교무처장을 지냈으며, 전국교육대학교 교무처장협의회 회장을 역임했다. 한국초등영어교육학회 회장과 교육과학기술부 정책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으며 지난해 4월부터 경인교대 제6대 총장을 맡고 있다.
△ ‘교대, 그 이상의 대학’을 추구하며 초등학교 교사 양성만이 아닌 다른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인교대는 유능한 초등교원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최근 유아교육의 공교육화에 대비하고 중등교사들이 초등학교 교육과정과 초등학생에 대해 이해하고, 초등교사는 중등교육과정을 이해하도록 해 유치원과 초등ㆍ중등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교원양성체제 구축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교대, 그 이상의 대학’으로 앞장서 갈 수 있다고 보고, 대학구조개혁을 선도해 나간다고 볼 수 있다. 또 산학협력기업 유치와 평생교육 거점대학, 글로벌 교원양성 등을 통해 대학의 기능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학 간 통합을 통해 종합교원양성대학으로 탈바꿈해 나가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인천과 경기 두 캠퍼스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발전전략을 수립해 대학 기능 확대 등을 통해 ‘교대, 그 이상의 대학’을 만드는 목표를 위해 정진해 나갈 예정이다.”

△ ‘교대 그 이상의 대학’이 왜 필요하고, 그 의미는 무엇인가.
“경인교대는 해방 이후 1946년에 개교했다. 1952년부터 인천에 정착했다. 60년이 넘었다. 그동안 초등교사 따로, 중등교사 따로 양성해 왔다. 이렇게 양성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가. 지금의 교원양성체제는 과거 식민지시기를 거치면서 독립한 나라들에서 급작스럽게 교사양성이 필요했기 때문에 생겨난 제도였다. 지금도 이 체제가 필요한가?

요즘 학제개편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지 않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초등학교를 6학년까지 두고 있는데, 요즘 6학년을 보면 중학생 나이의 의식구조를 갖고 있다. 그래서 6학년을 중학교로 넘겨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고학년 담임 선생님들은 중학교 교육과정도 당연히 이해해야 하고, 중학생의 행동패턴과 사고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중학교 저학년 담임은 초등학교 고학년의 교육과정을 알아야 한다. 이제는 초ㆍ중등 교원을 통합해서 양성하는 게 필요하다. 유치원 교육도 공교육으로 넘어 왔다. 유치원ㆍ초등ㆍ중등 교사를 종합적으로 길러내는 대학을 만드는 게 1차적인 목표다.”

△ 경기도 내 국립대인 한경대는 경인교대와 통합도 염두에 두고 있다.
“우리도 한경대와의 통합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선 한경대를 포함한 서울대, 인천대와 통합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서로 어떤 이점을 줄 수 있는지 연구가 필요하다.”

△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교사 수도 많이 줄었다. 교대 입학정원도 계속 줄여 왔다.
“전국에 교대 입학정원이 3천800명 정도 된다. 경기도 인구는 1천200만 명이 넘고, 인천도 300만 명이다. 경기ㆍ인천 지역의 인구만 해도 1천500만 명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런데 교대 정원은 전국 교대에 거의 비슷하게 배치돼 있다. 경기도와 인천 지역의 초등학교 학교수, 학생수, 학급수에 비례해 교사를 양성해야 하지 않나. 열흘쯤 전에 헌법재판소가 ‘지역 가산점’ 제도를 인정했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그 지역 교대에서 길러서 유치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국립대 개혁은 이렇게 해야 한다. 예전부터 교육대와 사범대 통합은 구호처럼 계속 얘기해 왔다. 지금처럼 놔두기보다 지역의 교사수가 적은 곳은 정원을 줄이고, 또 국립대 사범대와 교육대가 통합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 경인교대만의 특색을 꼽는다면.
“우리 대학교가 지향하는 것 중에 하나가 글로벌 교육리더를 양성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우리나라에만 머물러서는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현장으로 진출해야 한다.

우리 대학은 2012년에 국내에선 처음으로 ‘글로벌 교원양성 거점대학’에 선정돼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수학, 과학 분야와 특수교육 분야의 교사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분야의 교사를 양성해 미국으로 진출시키고자 한다. 이처럼 처음의 목적은 학생들이 교사가 부족한 미국에 교사로 가자는 것이었다. 아직 졸업생이 나오지는 않았는데, 운영해 보니까 미국에서 대규모로 채용하지는 않더라. 소수로 뽑는다. 이런 실정에 맞춰 소규모로 양성할 계획이다.

우리 대학은 미국 미네소타주에 있는 세인트 클라우드주립대와 대학원-대학원 교원 프로그램으로 복수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대학의 대학원에서 1년을 공부하고, 세인트 글라우드주립대에서 1.5년을 공부하면 두 대학의 석사학위와 미국 교사 자격증도 따게 된다. 일석삼조인 셈이다.

올해부터는 미네소타주립대와 함께 학부-대학원 교원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은 경인교대 학부에서 3.5년, 미네소타주립대 학부 0.5년을 보내고, 대학원 2년 과정을 이수하면 경인교대의 교육학 학사 학위와 한국 초등학교 교사 자격증을 받고, 미네소타주립대의 교육학 석사 학위와 수학ㆍ과학 과목에서 미네소타주 중등 교사 자격증을 받게 된다. 올해 가을학기부터 10명 내외의 학생을 대상으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선발해 보내기로 했다.”

△ 교육대는 특히 더 ‘잘 가르치는 대학’이어야 할 텐데.
“신임교수를 임용할 때 예전에는 학사-석사-박사 과정을 동일 전공한 사람에게 가장 많은 점수를 주었다. 학사-석사 과정이 최종 학위와 전공이 다르면 감점을 줬다. 요즘처럼 융합학문 시대에 이런 제도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판단해 이 제도를 없앴다. 최근에는 전임교원 신규채용 평가 요소 중 학사-석사-박사 과정의 전공 일치도보다는 최종학위 논문에 대한 점수 비중을 높여서 융합형 인재 육성이라는 학문 추세를 반영해 신임교수를 초빙하고 있다.

우리대학은 교수들의 강의 질 제고를 위해 매년 전임교원과 시간강사를 대상으로 우수 강의상을 수여하고 있다. 우리 대학의 교수가 135명인데, 1년에 20명씩 우수 강의상을 드린다.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좋은 강의로 모범을 보여주고, 그 학생들이 학생을 가르칠 때 좋은 사례가 되지 않겠나. 경인교대는 글로벌 캠퍼스로 특화하고 있다.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영어강의 교수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영어강의는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학생들이 듣기도 했는데, 이제는 영어강의 강좌는 먼저 알려주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니까 학생들이 실제로 영어 토론이 가능하고, 열의가 높은 학생들이 찾아 간다.”

△ 교수들에 대한 지원은 어떤지 궁금하다. 
“연구지원금의 상한액을 없앴다. 논문을 1천% 쓰면 그만큼 주고 한 편도 안 쓰면 지원금은 없다. 논문을 쓰는 만큼 드린다. 교수들이 국내외 학술대회에 참가해 발표하길 권장한다. 학술대회 참가 지원비를 거의 실비차원으로 드린다. 왕복 항공료에 해당하는 돈은 거의 지원해 드린다. 아시아권, 유럽권, 미국권으로 나눠 지원한다.”

△ 교수수가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전임교원 강의비율도 36% 정도다.
“4년제 일반대는 교육부 대학정책실 소관인데, 교대는 교원복지연수과에서 담당한다. 학교정책실 소관이다. 교대는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곳이기 때문에 교사 양성과 초ㆍ중등을 관리하는 부서에서 관리한다. 교대는 편의상 영어교육과, 국어교육과로 부르기는 하지만, 실제로 교육부 법률 용어로 따지면, 교대에는 초등교육과 하나만 있다. 초등교육과 밑에 국어과 심화과정반, 영어 심화과정반으로 돼 있다. 초등교육과 안에 12개 반이 있는 것이다. 반 단위로 수강신청하고, 교수 정원 배정도 그렇게 산출한다. 그러니까 교수확보율이 낮다. 대학특성화사업에서도 불이익을 안고 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 교수 정원 관리는 교육부 학교정책실 소관으로 관리하면서, 대학평가는 4년제 일반대 기준으로 하는 게 문제다.”

△ 지금 한국의 대학은 거센 구조개혁에 직면해 있다. 경인교대는 구조개혁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지금 교육부의 구조개혁은 ‘정원감축’과 동의어다. 교육대도 이런 구조개혁 바람을 피할 수는 없다. 지난 4월 말에 제출한 특성화사업계획서에 전체 정원의 10% 감축 계획을 제시했지만, 교대 정원은 초등교사 수요를 고려해 ‘교원양성대학교 발전위원회’에서 별도로 정하게 돼 있다. 교대는 정원감축을 더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경인교대의 구조개혁은 기능 개혁이고, 사실상 대학 간 통합을 의미한다. 교대 체제만 갖고는 확대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대학 간 통합을 통해 대학의 기능을 변화시키고, 기능을 확대해 나가려고 한다. 또한 특성화사업을 통해 통일, 다문화, 소외계층 교육역량을 강화해 대학의 체질을 개선하고 우수한 교원양성에 더욱 힘쓸 것이다.”

△ 총장께서 생각하시는 대학의 기능과 교육대학의 역할은.
“대학은 국가와 사회를 이끌어가는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곳이다. 대학 졸업자 중에 더 공부해 미래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도 나와야 한다. 따라서 대학평가에서 졸업생의 취업률에 높은 비중을 두는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직업인을 양성하는 곳은 전문대학이나 폴리텍이다.

교육대학은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곳이다. 초등교원 양성기관을 개방하라는 일부의 요구도 있는데, 중등교원 양성기관을 확대하고 개방해 중등교사 수급 조절에 실패한 정책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경인교대는 1946년 경기도립 개성사범학교로 문을 열었다. 6ㆍ25 한국전쟁 이후 인천에 정착해 국립 인천사범학교로 개명한 이후, 4년제 인천교육대로 발전해 왔다. 2003년에 경인교육대로 교명을 바꾸고, 2005년에는 경기도 안양에 경기캠퍼스를 개교했다. 지난해에는 박사과정을 설치해 교육전문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경인교대는 인천 계산동 인천캠퍼스와 경기도 안양에 경기캠퍼스를 두고 있다. 올해부터 2+2체제로 전환해 캠퍼스 균형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신입생부터 1ㆍ2학년은 인천캠퍼스에서, 3ㆍ4학년은 경기캠퍼스에서 수업을 받는다. 캠퍼스 특성화 전략도 마련됐는데, 인천은 산학협력과 글로벌 캠퍼스로, 경기캠퍼스는 교육전문 캠퍼스를 지향한다. 1~2학년 신입생을 교육하는 인천캠퍼스는 기숙형 대학인 레지덴셜 칼리지를 추구한다.

경인교대는 인천과 경기 지역을 포괄하면서 전국 10개 교육대학 가운데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경인교대는 현재 135명의 전임교수진과 직원 97명(4월 1일 기준)이 있으며, 학부 재학생 2천719명, 교육대학원에 2천212명이 재학 중이다. 누적 졸업생만 2만9천 명이 넘는다. 전임교원 1인당 학생수는 33.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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