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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조조정과‘세월호사건’의 오버랩
대학 구조조정과‘세월호사건’의 오버랩
  • 교수신문
  • 승인 2014.05.0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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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온 세상이 슬픔과 애도로 가득하다. 어린 영혼들의 비극 앞에, 그들을 가르치는 선생인 우리의 가슴은 자식과 같은 아이들에 대한 어버이로서 우러나오는 슬픔과 더불어 선생으로서의 내적 책임에 대한 자기반성으로 마음이 무겁다.
그 반성 속에 우리 대학교육정책문제의 본질이 ‘세월호사건’의 그것과 일란성 쌍둥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어떤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한국 대학이 직면하고 있는 대학구조조정문제는 교육부로 대표되는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 사학재단의 교육적 도덕성 부재와 상업주의적 대학운영 및 연구기관들의 경고 메시지 부재 등이 만들어낸 총체적 재난이다.

이 문제는 1996년 문민정부의 ‘대학설립준칙주의’와 지속적인 대학정원의 증원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는 국가 백년대계의 하나인 대학교육정책이 20년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정책이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교육부는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육의 질적 혁신, 글로벌 경쟁 및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대학자원의 급격한 변화 등에 대한 인식 없이 대학의 양적 팽창에만 몰두했다. 다수의 사학재단은 교육기관이라는 본분을 망각해 대학교육의 질적 제고를 통해 미래를 선도할 인재를 배출한다는 목표에는 관심이 없었다. 사학재단은 대학을 사기업의 하나로 간주하고 재벌처럼 숫자나 규모의 확대에만 관심을 집중했다.


교육부와 사학재단, 이 양자의 암묵적 공모에 따른 대학교육정책은 대학자원의 급격한 감소에 따른 대학존립의 위기를 야기했으나, 그들은 그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는 전혀 없다. 모든 책임을 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전가한다. 특히 교육부는 그 구조적 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상응하는 정책을 사전에 수립하는 것이 그들의 존재이유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교육부의 대학교육정책은 단순한 대학정원 축소에 함몰돼 대학의 질적 제고를 위한 구체적 플랜이 부재하다. 한국 대학의 미래비전이 연구 혹은 교육 중심 대학인지 취업예비기관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급변하는 사회의 변동을 수용하는 대학발전방향과 미래의 대학자원 수급전망 등을 종합해 장기적 비전을 제시해야한다. 따라서 구조조정정책도 단순한 숫자 줄이기가 아닌 대학의 환골탈태를 통해 미래 비전을 가진 인재를 생산하는 진정한 교육기관으로 거듭나는 기회로 삼아야한다.


예를 들면, 교육부의 구조조정을 위한 대학특성화정책은 근시안적임과 동시에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대학의 질적 개선, 지역적인 조건이나 대학자원 수급상황 및 文·理科와 기타 전공영역의 차이에 따른 발전전략 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나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단순히 할당식 정원감축만 강제하고 있다. 대학의 퇴출에 따른 사학재단의 기득이익 보존을 위한 법률개정에는 관심을 갖지만, 대학의 퇴출과 학과의 통폐합에 따른 학생의 학습권보호나 교원의 신분보호에 대한 고민은 거의 없다.


교육부의 거의 반강제적인 요구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CK사업은 그 내용의 교육적 가치를 논하기 이전에, 그 시행 방법이나 시기에 있어서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학문적 유사성이나 보완성을 가진 학과들 간의 통합을 통한 시너지효과 극대화를 추구하나, 사업 선정에 주안점을 둔 대학의 전략으로 인해 문제가 심각하다. 또 개별 교수나 연구소가 주체인 연구프로젝트가 아니라 대학이 전교적인 인력을 동원해 준비해야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그 신청시기가 방학 중이 아닌 학기 중이어서 참여교수들이 수업준비나 학생지도를 거의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 “교육부가 교육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고 있다.


교육부가 ‘세월호사건’의 교훈을 통해 대학구조조정문제가 단순한 정원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교육정책의 총체적 재난이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그 바탕 위에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장기적 정책을 제시해야할 것이다.



박윤철 호서대·중어중국학과
필자는 국립대만대 사회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학연구회 수석부회장 및 호서대 교수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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