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9:45 (목)
문화의 중심과 주변을 읽다
문화의 중심과 주변을 읽다
  • 교수신문
  • 승인 2014.05.08 15: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텍스트로 읽는 신간

 

『신준형의 르네상스 미술사』(전3권), 신준형 지음 | 사회평론 |1000쪽 | 50,000원

왜 뒤러와 미켈란젤로인가? 이미 수많은 책과 논문에서 이 16세기의 두 미술가를 여러 언어로 해석해놓은 마당에, 내가 더 이야기할 것이 남았는가?
미술사에서 너무나 유명한, 하지만 북유럽과 이탈리아라는 지리적인 거리 때문에 함께 거론되는 일은 많지 않은 두 화가를 주인공으로 삼으면서 먼저 이 단순한 질문에 대답할 준비를 해야겠다. 이 책은 두 화가의 그림을 소개하는 안내서가 아니라 좀 더 인문학적인 질문을 다루고자 하기에 더더욱 그랬다. 또 한국에서 서양 인문학을 하는 모든 학자들에게 공통되는 고민거리이지만, 서양 학계에서 서양의 언어로 나오는 책이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서 한국어로 쓰는 책은 뒤러와 미켈란젤로 연구사에 어떤 의미를 가질지 생각해야 했다.


한국에서 서양 인문학을 한국어로 한다는 것, 그 의미에 대해 대체로 학자들은 두 가지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한국어로 된 인문학 저술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다면 최선을 다해서 한국어로 양질의 연구 저술을 써나가는 것이다. 물론 서양 언어로 쓰이는 논문저들에 필적하는 수준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우리보다 더 유구한 서양학의 전통을 가진 일본의 학자들이 취하고 있는 바이다. 두 번째 방식은, 서양의 문학·역사·철학을 일반인이나 비전공자들이 접근하기 쉽게 소개하고 가르친다는 자세로 저술에 임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연구라기보다는 교육의 측면을 중시한 저술일 것이다. 어찌 보면 첫 번째 방향보다 훨씬 더 중요한 과제일 수 있지만, 현행 제도하에서 국내 대학의 연구자들은 이러한 고급 교양서를 쓰는 것으로는 연구업적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2004년과 2007년에 펴낸 두 르네상스 책 『파노프스키와 뒤러』, 『천상의 미술과 지상의 투쟁』은 첫 번째 방향을 염두에 두고 썼던 책들이다. 2001년에 박사학위를 받고 각각 시간강사로, 조교수로 일하던 시절이라 다른 방식의 저술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유도 없었다. 이제 학위를 받은 지 십여 년이 지난 지금은 서양 미술사 책을 한국어로 쓴다면 어떤 방향으로 써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재고할 시점이 됐다고 본다.


그래서 뒤러와 미켈란젤로의 미술에 대한 책을 기획하며 잡은 방향은 조금 다른 세 번째 방향이다. 서구의 학자들이 하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것, 이방인의 시각으로, 즉 유럽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자라고 교육받은 사람의 시각으로 솔직한 옥시덴탈리즘(Occidentalism)의 책을, 옥시덴탈리즘을 인정하는 책을 써보자는 것이었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는 책을 한번 써보는 것이다.테마는 바로 문화의 중심부와 주변부다.

□ 저자 신준형은 서울대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부교수로 있다. 텍사스주립대(오스틴)에서 미술사학 석사학위를, 위스콘신주립대(매디슨)에서 미술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