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7 01:30 (수)
3억 년 전에 등장한 해안가의 청소부 50여 마리가 群生하는 ‘바다바퀴벌레’
3억 년 전에 등장한 해안가의 청소부 50여 마리가 群生하는 ‘바다바퀴벌레’
  • 교수신문
  • 승인 2014.04.23 16:2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03_ 갯강구


머잖아 봄꽃 잔치가 끝나기가 무섭게 생명의 발원지인 일렁이는 바다가 우리를 부를 것이다. 바다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해안가를 터벅터벅 걷다보면 갯바위 근방에서 우글거리던, 바퀴벌레 꼴을 한 갯강구(Ligia exotica) 녀석들이 수상쩍은 발소리에 소스라치게 겁먹고는 부리나케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바위나 돌 틈새로 뽀르르 숨는다. 뭍의 사람들이 개미와 친하듯 바닷사람들이 늘 만나는 친숙한 친구벌레요, 바닷가를 가면 앞장서 우리를 맞아주는 갯강구가 아니던가.


갯강구는 우리나라 전 해안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바닷물이 온 사방 툭툭 튀는 곳에서도 잘 사는 절지동물문, 갑각강, 갯강굿과의 廣鹽性 동물(갑각류)로 주로 갯바위이나 파도에 떠밀려온 해조류더미에 득실거린다. 서양 사람들은 갯강구를 ‘wharf roach’라 부르니 ‘부두(선창)바퀴벌레’란 뜻이고, 충청도나 경상도에서는 본고장말〔鄕語〕로 바퀴벌레를 ‘강구’라 하니 갯강구란 ‘바다바퀴벌레’란 의미다. 신기하게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 눈에 갯강구가 다 같이 천생 바퀴벌레로 보였다니 둘이 닮아도 많이 닮은 탓이렷다.


이들은 단독생활을 않고 언제나 50여 마리가 群生하며, 밤에는 한데 모여 자고는 아침에 졸래졸래 나가 먹이를 찾는다. 바닷물이 더 이상 올라오지 않는 만조해안선(high tide) 근방의 바윗돌이나 둑, 부둣가의 축축한 곳에 사는 뭍(육상)동물로 물속에서는 살 수 없다. 주로 돌이나 바위에 붙은 미세 조류(algae)나 규조류(diatoms)를 갉아먹으며, 해초나 그 찌꺼기를 먹는 초식성이지만 죽은 동물도 벼락같이 달라 들어 뜯어먹는 해안가의 청소부로 잡식성이라 해도 좋다. 서유럽이거나 지중해 근방이 원산지로, 원목 나르는 배에 떡하니 실려 온 세계의 온대, 아열대지방으로(열대지방엔 적음) 널리, 멀리 퍼져나갔다고 본다.


갯강구는 화석기록에서 보면 일찌감치 3억 년 전에 지구에 나타났다 하니 우리의 大兄이렷다. 몸은 짙은 회갈색이고, 긴 타원형에 등이 좀 볼록하며, 아래위가 눌려져 납작하고, 몸길이는 2~3cm이지만 수컷은 4cm까지 자란다. 수명은 2년이며, 머리에는 몸길이보다 더 긴 1쌍의 더듬이(antenna)가 있고, 눈자루〔眼柄〕가 없이 몸에 바싹 달라붙은 아주 큰 複眼이 있다. 가슴마디는 7마디로 몸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배는 꼬리마디와 함께 6마디이며, 붓끝모양의 꼬리마디가 두 갈래로 짜개졌다.


쥐며느리(wood louse)나 공벌레(pill bug)와 같이 몇 안 되는, 땅에 사는 갑각류의 한 종으로 다리가 모두 동일한 等脚類이며, 단단한 등껍데기는 없지만 머리는 머리덮개로 덮였다. 이들 갑각류들은 원래 물에 살다가 땅에 올라와 애면글면 사는지라 발달한 허파가 따로 없고, 따라서 되도록이면 음습한 곳에서 지내며, 배와 다리에 이파리 닮은 아가미 모양의 헤엄다리가 허파역할을 대신한다. 또한 여기 논하는 땅(육상)에 사는 몇 종을 제외하고는 모든 갑각류는 강이나 바다에 산다.


암컷은 강한 모성애를 발휘하니, 배아래 가슴다리에 수정란을 품는 育房(알주머니)이 있고, 평균 70~80개의 알은 그 속에서 부화해 한 달포 성장하면서 여러 번 탈피한다. 근래 와서 기름을 분해하는 세균 슈도모나스(Pseudomonas spp.)의 유전인자를 갯강구에 이식해 몸에서 기름을 분해하는 효소를 만들게 해 해변에 나뒹구는 기름을 제거하는데 쓴다고 한다.


다음은 유사종인 쥐며느리와 공벌레를 조금 보탠다. 땅에 사는 갑각류를 대표하는 희끄무레한 쥐며느리(Porcellio scaber)는 야행성으로 몸길이 10~11㎜의 육상갑각류다. 곤충처럼 몸의 수분을 유지하기에 효과적인 큐티클(cuticle)껍데기가 없기 때문에 음습한 곳에서 웅크리고 살아 몸속의 수분이 손실되는 것을 줄여 준다.

구석지고 음침한 쥐가 살기 좋은 터전에 자리 잡고 산다하여 ‘쥐며느리’란 이름을 붙이지지 않았을까 싶다. 이 또한 암컷은 배 아래에 있는 육방에 알을 집어넣어 작고 새하얀 새끼가 될 때까지 보호하며, ‘가짜 숨관(pseudo trachea)’으로 폐호흡을 하는데, 노 닮은 헤엄뒷다리가 폐 몫을 담당한다. 역시 겉껍질을 통해 수분이 재빨리 증발하기 때문에 늘 습도가 아주 높고 어둑한 늪이나 돌 밑, 통나무 아래에 살며, 죽은 식물찌꺼기나 부스러기를 먹는다. 주로 거미들이 쥐며느리 포식자이며, 천적이 공격하면 몸에서 불쾌한 끈적끈적한 지린내 나는 분비물을 분비하여 자신을 보호한다.

보통은 지렁이처럼 썩은 낙엽 등 허접한 쓰레기를 먹어치우기에 착한 동물로 취급하지만 무르익은 딸기 따위를 먹어치우는 등 성가신 저지레를 부려 미움을 사기도 한다. 공벌레(Armadillidium vulgare)는 서식환경이나 생리생태가 쥐며느리와 다를 바 없어서 태곳적부터 서로 묵은 사이지만 늘 데면데면 함께 共棲한다. 공벌레는 자극을 받으면 몸을 방어하기 위해 마치 아르마딜로(armadillo)처럼 몸을 가뭇없이 동그랗게 또르르 말고 짐짓 죽은 시늉을 하기에 속명에 ‘Armadillidium’이 붙었다. 하여 ‘armadillo bug’라고도 부르며, 쥐며느리는 손을 대도 몸을 구부정하게 조금 오므릴 뿐 돌돌말지 않는다. 게다가 똥그란 콩 모양을 한다고 ‘콩벌레’라고도 하고, 천적(목숨앗이)은 새·도마뱀·거미 따위며, 바다낚시의 입감(미끼)로 쓰이기도 한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홍길동 2015-08-28 17:32:26
ㅇㄹㄴㅇ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