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歡待의 대상으로서의 대학
歡待의 대상으로서의 대학
  • 이영수 발행인
  • 승인 2014.04.15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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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2주년 기념사

▲ 이영수 교수신문 발행인
현대사의 깊은 굴곡을 지나온 세대에게 오늘 한국 사회의 성장과 발전은 정말이지 경이적인 모습으로 비쳐집니다. 물론 성장에 동반된 그늘 즉, 분배, 인권, 민주주의 등에 가해진 아픈 기억과 그 不義함들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만, 저 역시 역사의 아픈 세월을 건너온 세대에 속하는지라 눈부신 우리 사회의 성장이 뿌듯하기도 하고 대견하고,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어느 지인 분이 저에게 보내준 자료가 하나 있습니다. 한국사회가 얼마나 눈부신 발전을 이뤄왔는지 보여주는 지표였습니다. 230개 국가에 ‘Made in Korea’ 자동차를 수출했으며, 전 세계 인구 가운데 평균 3명 중 1명이 대한민국에서 만든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고, 전 세계 바다에 떠다니는 대형 선박의 43%가 한국산이다, 지표는 이렇게 끝없이 이어집니다. 요컨대 식민지에서 독립한 나라, 동족상잔의 끔직한 전쟁을 치른 나라가 기적을 일궈냈다는 것입니다. 민족의 저력이며 국민의 쾌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삼 이렇게 ‘발전 지표’를 언급하는 것은, 세계 10위권대 경제규모로 성장한 한국 사회가 이제는 삶의 질, 특히 수준 높은 교육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이만큼 오늘날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높은 교육열이 작용합니다. 국·공립대와 사립대가 키워낸 인재들이 성장의 견인차가 됐다는 것도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만큼 대학사회가 이 나라 발전과 성장에 기여해왔다는 뜻이지요. 그러나 대학은 오늘날까지 인색한 평가만 받아왔습니다. 이제는 대학에 좀 후한 평가를 해도 될 때가 되지 않았는지요?


오늘 우리 대학들은 안팎에서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에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더 나은 수준으로 나아가기 위한 성장통이기도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함께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은 성장통을 앓는 대학들을 어떻게 사회가 위로하고, 격려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물론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고 각자의 독자적인 철학과 색깔을 찾아내고, 그것을 체질화하는 작업을 준비하는 것은 대학 본연의 책무일 것입니다. 사학 비리가 완전히 근절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은 건실한 교육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대학들이 잘 못하고 있는 부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를 읽지 못하고 일부만 보고 대학만 탓하는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더 나은 교육을 위해, 나라와 사회에 더 필요한 지식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학들을 제대로 격려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은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최전선입니다. 대학의 시선이 가닿는 곳, 거기서 미래가 만들어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대학가는 ‘구조개혁’ 논의가 한창입니다. 이것은 한국 대학으로서는 전화위복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생존을 위해 정원을 감축하고,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몸집을 재조정하는 정도의 노력만으로는 미래를 준비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미래가 우리 앞에 펼쳐질지, 도전적인 미래의 초대에 기꺼이 응할 수 있는 지식과 지혜, 학문과 교육의 성격을 究明함으로써 좀 더 능동적인 모습으로 대학 체제를 환골탈태하는 작업이 돼야 합니다.


국가와 국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지구촌, 세계화 시대는 한층 복잡한 思考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삶과 문화를 더 깊게 만드는 교육, 학문, 대학을 고민하고, 그런 대학들에 정부와 사회가 무한한 신뢰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때, 한국사회가 한층 더 성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992년 시작한 교수신문이 올해로 창간 22주년을 맞았습니다. 물심양면으로 교수신문을 후원해주신 분들이 계셔서 오늘 여기까지 왔다고 믿습니다. 고마운 분들의 얼굴이 가득 떠오릅니다. 어느 문인의 말처럼 고마움이 흐르는 강물이라면 제 마음에 둑을 쌓아 그것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언제나 저의 화두는 百尺竿頭 進一步였습니다. 젊은 교수신문을 만들기 위해 다시 새롭게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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