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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개혁 ‘왜’ 하나? … 정원 감축·질 제고 구분해서 평가하자
구조개혁 ‘왜’ 하나? … 정원 감축·질 제고 구분해서 평가하자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4.14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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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2주년 특별좌담_ 대학구조개혁평가,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 구조개혁 방안에서 핵심 논란은 ‘대학평가’로 모아진다. 과거 정부에서도 구조개혁을 위한 평가는 있었지만 주로 재정지원과 연계된 평가였다. 이번에는 질적으로 다르다. 5단계 절대평가 결과에 따라 정원 감축 규모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대학의 생존과 직결된다. 구조개혁 평가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 정해진 게 아무 것도 없다 보니 대학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불만이다. 국공립대와 사립대는 서로 불리하다고 말한다. 대학 규모에 따라서도 입장이 다르다. <교수신문>이 ‘대학 구조개혁 평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좌담을 개최한 것도, 대학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원칙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다.

역시나 평가 리그를 나누는 문제는 흔쾌히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구조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감은 인정하는데, 목적은 불분명하고 방법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대학 구조개혁을 놓고 벌어지는 지금의 혼란은 교육부가 ‘정원 감축’과 ‘고등교육의 질 제고(혹은 특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고 하다 보니 생겼다는 문제의식이다. 그래서 정원 감축과 질 제고를 위한 평가를 나눠서 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1단계에서 양적 지표로 정원 감축 대학을 고른 후 2단계로 질 제고를 위한 평가를 진행하자는 아이디어다. 이렇게 되면 질적 평가에서는 기존의 대학기관인증평가를 활용할 수 있어 대학의 평가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일시 및 장소: 2014년 4월 8일 오후 4시 교수신문사 회의실
●사회: 백정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장
●참석자: 김경섭 한경대 기획처장(기획처장협의회장), 김성열 경남대 교수(前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박상규 중앙대 교수(前기획관리본부 부총장), 하수권 부산외대 교무처장(교무처장협의회장)
●정리: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백정하(이하 사회):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한 대학 구조개혁은 과거에도 있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김성열: 시대마다 구조개혁의 의미가 약간씩 다르다. 대학교육의 질이 문제일 때는 질을 높이기 위한 내부개혁을 구조개혁이라 불렀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정원을 줄여나가는 것을 구조개혁이라 하는 것 같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정원 축소는 거의 생각 안 했다. 2천년대 들어 학령인구 감소가 전망되면서 정원 조정을 하기 시작했다. 정원 감축은 교육여건 개선이라는 부수적 효과가 있다. 우리 대학만 봐도 여건 개선을 위해 꾸준히 정원을 감축해왔다. 과거에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하도록 유도하는 편이었다. 지금은 정부가 적극 개입해서 정원 감축을 이끌어가는 것이 차이점이 아닌가 한다.

ⓒ최익현 기자
박상규: 2003년 11월 교육부가 대학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대학 구조개혁 지원사업을 실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16개 대학이 정원을 10% 이상 감축했다. 이런 것을 보면 입학정원이 과다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2천년대 초반에도 상당히 공감대가 있었던 것 같다.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고교 졸업생 수가 약간 증가하는 상태였다. 여유가 있는 상태에서 천천히 가는 구조개혁이었다. 지금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막바지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감, 절박감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하수권: 1994년 임용되니 대학종합평가가 시작됐다. 학부제 바람도 불고. 고개를 끄덕였던 것 중 하나가, 서울대부터 시작해서 모든 대학이 붕어빵이다. 사실 이건 아니지 않느냐. 적어도 다양성이 나와야 경쟁력도 있다. 그래서 특성화 정책이 추진됐고, 지금도 특성화를 이야기한다. 선은 잘 그었다고 본다.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교육부가 무슨 철학을 갖고 있을까. 다양성을 만들기 위해 무슨 조치를 취했는가. 교수들 얘기를 들어보면 회의적이다. 획일화도 더 강화되고. 또 하나는, 사회의 수요를 반영하는 구조개혁은 특성화와는 또 다른 축으로 살펴봐야 한다. 마지막은 학령인구 감소다. 이 세 가지 축에 따라 정책이 달라져야 하는데 지금은 종으로 횡으로 얽혀 있다.

김경섭: 교육부가 2천년대 중반부터 국립대 통폐합을 지원하면서 국립대 수가 줄었다. 당시 ‘1도 1국립대’ 모토가 있었다. 도를 벗어나는 통합은 허가를 안 해주기도 했다. 최근에 와서는 바뀌었다. 도가 다른데도 교육부가 허가해준다. 어떻게 보면 정책의 일관성 없이 그때그때 변하는 양상도 띠고 있다. 그 당시에는 교육부가 당근을 주면서 유도했는데 지금은 거의 강제적으로 구조개혁이 흘러가는 상황이다.

구조개혁? … 절박한 것 인정하는데 목적도 방법도 맞지 않다

사회: 정부가 구조개혁을 밀어붙이는 측면은 있지만 그래도 가야 할 길이니까 따라줘야 한다고 보나? 여기에 따라 향후 대책이나 정부에 대한 요구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김성열: 교육의 질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구조개혁을 정의한다면 이번이 마지막이라기보다 계속해서 자기 특성에 맞게 해 나가야 한다. 그건 대학의 사회적 책무 중 하나다. 사립대, 국립대 모두 그런 노력을 계속하리라 본다.

하수권: 시장원리에 맡겨두면, 우리 문화의 단점 가운데 하나가 쏠림현상이 심하다. 약간의 계획 경제적 요소가 가미돼 균형점을 확실히 잡아줘야 한다. 이건 대학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지방, 수도권 문제도 여전히 존재한다. 균형점을 잡아줘야 한다는 게 확실하다면 정부가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나쁘지 않다고 본다. 다만 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박상규: 잘못하면 대학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 과거 구조개혁 선도대학 지원사업에서 16개 대학이 정원 감축에 동의했던 이유는, 당시에는 재정지원을 받으면서 등록금을 받아 유지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이번 정원 감축은 녹록하지 않다. 2009년 이후 등록금을 마이너스 인상하고 있다. 사립대 재정의 60~70%가 등록금이다. 유일한 수입원인 정원을 건드리면 대학이 운신의 폭을 가질 수가 없다. 예전과 달리 대학이 더 이상 물러설 게 없다. 그 말은 서서히 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급하게 이뤄지면 상당히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익현 기자
김경섭: 이번 구조개혁에 대한 평가는 <교수신문> 설문조사에 나와 있다. 기획처장 50여명이 응답했는데, 시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동의하는 것 같다. 문제는 목적이다. 특성화와 질 제고라고 보느냐. 43%가 아니라고 답변했다. 그럼 다른 목적이 있느냐. 91%가 정원 감축이라고 답했다. 겉으로 드러난 목적과 실제 속에 깔려있는 것이 별개라는 인식을 현장에 계신 분들이 갖고 있다. 방법도 63%가 부정적이다. 시기는 인정을 하는데 목적도 맞지 않고 방법도 맞지 않다. 여기에 구조개혁에 대한 현 주소가 있다.

정원 조정도 필요하지만 부실대학부터 먼저 정리해야

사회: 왜 이 시점이냐.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 아니냐. 이런 문제제기도 있다. 가령 내 아들, 내 딸이 A대학에 갈 수 있는데 B대학, C대학으로 가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거다.

김성열: 대학 진학 수요를 낮추는 일을 병행하지 않는다면 정원 감축이 입학 경쟁을 일시적으로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고졸 취업 정책을 강화한다든지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일거리를 많이 만든다든지. 이런 사회정책이 뒷받침돼야 대학이 정원을 줄이는 것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박상규: 과거 MB정부 때 부실대학 처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넘어 왔다. 부실대학 정리도 선결돼야 한다. 전반적인 대학 정원 조정도 필요하지만 많은 재원이 국가장학금 등에 들어간다. 사전에 그런 부분을 막을 필요도 있다. 부실대학 개념도 정리를 해야 되겠지만 최소한의 교육서비스도 못하는 대학부터 먼저 정리하자는 뜻이다.

김성열: 구조개혁 평가에서 매우 미흡 등급을 2회 연속 받으면 퇴출한다고 하는데 기간이 6년이다. 학습자의 학습권 보호 차원에서 보면 부실대학 처리가 더 빨리 이뤄져야 한다.

하수권: 지난 정부의 평가는 결과 중심이었다. 문제가 뭐냐. 교육은 1년 만에 성과가 나올 수가 없는데 재원을 투입하면 90% 이상이 재정지원 제한대학에서 벗어난다. 이번에 과정을 포함하는 게 그런 이유도 있다고 한다. 문제는 정성평가를 넣어서 위에서부터 끊어서 부실대학이라고 했을 때 얼마나 수긍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사회: 어쨌든 구조개혁은 해야 하는 상황인 것 같다. 그런데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을 보면 정원을 감축해야 유리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원 감축과 특성화를 연계하는 것에 대학사회의 기본적 입장은 상당히 부정적인 것 같다.

김성열: 그런데 실제로 보면 신입생 충원율이 95%가 안 되는 대학이 꽤 있다. 신입생 충원율은 대학기관인증평가에서 필수지표다. 신입생 확보도 못하면서 그 정원을 안고 갈 것이냐. 그런 정원은 대학 스스로 과감히 털어버려야 교육여건을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정부 입장도 이해는 간다. 자율적으로 하라면 안 하니까 재정지원과 연계한 측면이 있다. 수도권의 경우 진학 수요가 많으니까 정원 감축을 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16개 대학이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정원을 감축했듯이 이번에도 수도권 대학들의 정원 감축이 이뤄질 때 균형발전이 더 촉진될 수 있다고 본다. 한꺼번에 많은 정원을 감축하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되지만 재정지원과 정원 감축이 연계돼야 정부가 정책수단을 가질 수 있고, 대학도 효율적인 운영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겠나. 물론 다른 방법이 있다면 그것도 병행해야 된다.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비판받는 면 있다 VS 프리미엄 있었다면 걷어내야

박상규: 수도권 대규모 사립대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데, 수도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당히 많은 비판과 비난을 받는 측면도 있다. 지역에도 좋은 대학이 많이 있지만 수도권 대학이 교육원가도 더 많이 들어가고, 연구나 교육경쟁력 확보를 위해 훨씬 더 많이 노력하는 면도 인정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2005년 정원 감축한 대학 가운데 인하대를 제외하면 나머지 9개가 서울에 있는 대학이다. 우리도 불과 몇 년 전에 580명이라는 정원을 감축했다. 수도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길게 보면 어렵지 않을까 한다. 또 하나, 학부모들이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감축하는 것에 동의할 것인가 생각해봐야 한다. 큰 틀에서는 수도권 대학도 정원 감축 노력을 해야 하지만 우리가 어떤 부분을 특성화할지 충분히 논의한 후 이뤄져야지 지역대학 때문에 해야 한다는 것은 상당히 무리가 있다.

김성열: 수도권 대학이라고 다 우수한 것은 아니다. 수도권 프리미엄을 과도하게 누려왔다면 그 부분은 걷어내야 할 것 같다.

ⓒ최익현 기자
하수권: 지방과 수도권의 균형점을 약간의 계획 경제적 관점에서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쏠림현상 때문에 그렇다. 그런 문화를 안 갖고 있다면 시장적 요소를 더 많이 가미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우리 세대도 아니라고 본다. 눈앞에 닥친 위기를 넘어가기 위해서는 수도권에서도 조금이라도 기득권적인 쏠림현상에 의한 이익을 가졌다면 약간의 손해를 감수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지방대학이라고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것은 진짜 아닌 것 같다.

김성열: 왜 정부가 재정지원과 정원 감축을 연계했을까. 반값등록금과 관련해 나오는 이야기가 국민세금으로 부실대학 생명 연장해 주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비판도 작용한 듯 싶다. 지방에 있기 때문에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 부실대학, 여건이 나쁜 대학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돼서는 절대 안 된다. 그러나 평가군의 구성 과정에서 지역 간 구분이 없을 때 특정한 지역이 고등교육의 기회에 있어서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면 그런 것은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차원에서는 지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김경섭: 우리나라 대학이 크게 3가지 대립 형태가 있다. 하나는 국공립과 사립이고, 다른 하나는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 마지막으로 수도권과 지방이다. 어디에 균형추를 맞출 것이냐에 따라 해결방안이 다르다. 구조개혁도 그에 맞춰서 해야 한다. 아시다시피 고등교육기관에는 일반대학뿐 아니라 산업대, 교육대학, 전문대학, 원격대학, 사이버대학, 기술대학에 각종학교까지 있다. 평생교육이 과제로 대두되면서 계약학과도 많이 운영되고, 선취업 후진학 정책도 있다. 도립대학이나 타 부처가 설립한 대학도 있고. 이런 전반적인 게 구조개혁 틀 안에서 검토돼야 하는데, 지금은 일부분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이게 일목요연하게 정리돼야 구조개혁의 성과가 있지 않겠나.

박상규: 굉장히 공감한다. 구조개혁이라는 것을 전체로 다뤄야지 특정 일부분만 다루는 것은 문제다. 교육수요에 대한 총체적 그림을 대학에 줘서 그런 부분을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돼야 한다. 사립대 입장에서 보면 그동안 고등교육에 기여했는데 일방적 희생을 강요당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 그런 오해를 풀려면 종합적 고등교육 발전 자료를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성화’ 맞나? ‘특성화 사업단’ 아닌가 ? 의문 여전해 

사회: 수도권 대규모 대학들이 과거 정원 감축한 것을 인정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국립대도 정부 정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정원을 많이 줄였다.

김경섭: 현장에 있는 분들은 교육부 정책의 신뢰성을 많이 이야기한다. 이게 뭐냐. 정원만 계속 줄이고 없어지라는 얘기냐. 기획처장 입장에서도 애매하다. 전체 고등교육의 마스터플랜을 가져가면서 국립대는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 게 나와 주고, 그 목적에 맞는 구조개혁을 해야 구성원 합의를 이룰 수 있다.

김성열: 다음 정부에서는 어떻게 될까. 장관이 바뀌면 어떻게 될까. 그런 우려를 떨쳐내고 정부 눈치를 안 보고 대학의 여건과 특성을 감안해서 자율적으로 하려면 법률적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박상규: 큰 그림을 많이 놓치고 있는 것 같다. 대학을 통합할 수 있게 법적 구조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몇 년째 안 되고 있다. 학부 정원을 줄여서 대학원으로 옮길 수 있게 한다든지 이런 것들을 열어놓고 정책을 진행해야 하는데 다 막아놓고 하니 어려움이 있다. 경쟁력 있는 대학만 정원을 줄이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하수권: 사실 시장에서 인정도 못 받으면서 정부 정책에도 참여 안 하면 구조개혁 평가에서 감축될 것이다. 고민해 볼 것은, 특성화와 정원 감축을 연계하는 문제점이 어디서 발생하느냐다. 이번에도 ‘특성화사업단’이지 ‘특성화’가 아니다. 그 전공들이 정말 그 대학의 특성화 분야인가라고 질문하면 적지 않은 대학에서 그런 의문이 나올 것이다.

목적 다르면 평가지표도 달라야 … 정원 감축·질 제고 구분해서 평가하자


사회: 평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자. 평가와 관련해 대학 현장에서 우려가 많다. 문제점이나 보완할 점은 없는가.

김경섭: 양적 구조조정과 질 제고는 당연히 평가내용이 달라야 한다. 그것을 섞어서 하나의 잣대로 하겠다는 데 문제가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가랑이가 찢어질 수밖에 없다. 어떤 것에 초점을 둘 것인가, 두 가지를 다 하려면 별도의 시스템을 갖춘다든지, 너무 성급한 접근 아닌가. 교수들은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최익현 기자
김성열: 전국에 4년제 대학만 해도 200개 가깝다. 그 많은 대학을 한 해에 다 평가하기가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양적 조정에 대해서는 양적 지표만 갖고 해도 별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싶다. 기관인증평가에서 필수지표로 충족 여부를 따지듯이 핵심적인 양적 지표로 정원을 조정해야 할 대학을 가려내고, 그 다음에 질적 제고를 위해 정성평가를 추가하는 것이다. 정원 조정이 대학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평가의 용이성에서도 그렇고, 대학이 평가 결과를 수용하는 면에서도 그렇게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한다.

박상규: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특성화 평가와 구조개혁 평가는 속성이 다른데, 이것을 섞어버렸다. 정량평가는 결국 대학공시지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데, 무엇을 쓰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훨씬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최근까지도 계속 논란이 되는 지표가 취업률이다. 예체능계열을 어떻게 할 것이냐. 사범대학은 어떻게 할 것이냐. 이건 노동시장과 연결돼 있다. 대학만의 책임이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이냐. 계열별로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한다. 아예 빼버리든지.

김성열: 정성평가는 양적 지표에 대한 질적 평가의 의미인 것 같다. 질적인 분석을 통해 양적 지표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확인하는 작업을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굉장히 정성적으로만 평가해야 하는 지표는 주어진 기간 속에서 평가의 용이성, 신뢰성, 타당성, 객관성 확보가 어려워서 최소화해야 한다.

하수권: 지나치게 숫자만 보니까 편법이 생겨난다. 우린 어찌 보면 정말 편법의 달인들이다. 이건 불법은 아니기 때문에 교무처장 입장에서는 참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내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편법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경섭: 평가지표를 적용할 때 실질적으로 현 대학의 수준을 나타낼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한다. SCI 논문 편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인용지수를 본다든지, 산학협력단은 기술이전 실적을 요구한다든지 하는 식의.

학문후속세대 양성은 누가? 10년 뒤 모습 그려가며 구조개혁 추진해야

사회: 대학마다 지표에 따른 유·불리가 달라서 여기서 괜찮다고 하면 저기서는 안 괜찮다고 할 수도 있다. 참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수도권과 지방, 국공립과 사립을 나눠서 평가해 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학 특성을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김성열: 추상적 수준에서는 모두 공감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대학의 특성을 고려한다는 게 여건 미흡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쓰이는 것은 곤란하다. 당연히 좋은 대학을 만들어야 하는데 봐 달라는 식으로 가서는 곤란하다. 다만 사회 구성원이 합의할 수 있는 가치가 뭐냐. 어디 살든지 간에 좋은 대학을 다녔으면 하는, 우리 동네에도 좋은 대학이 있었으면 하는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수도권과 권역을 감안해서 지역 간 대학의 균형발전이라는 가치를 고려하는 것은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럴 때 수도권은 약간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김경섭: 수도권과 지방은 당연히 나눠서 접근해야겠지만 국공립과 사립은 더 당연히 나눠야 한다고 본다. 설립 목적 자체가 다르다. 국립대는 현존하는 사회적 책무가 분명히 있다. 그래서 정부가 만든 것이다. 구조개혁도 구조개혁이지만 기초학문을 보호해야 고등교육 생태계가 보존될 수 있다. 10년 전에 구조 개혁할 때 국공립대가 정원을 줄인 게 학령인구 감소라는 문제가 생기니까 미리 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 10년 뒤에는 학문후속세대 양성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지금 인문분야는 거의 죽어가고 있다. 10년 뒤의 모습에 대한 예견도 해가면서 구조개혁을 진행해야 한다.

김성열: 소재지, 설립주체를 고려한 평가는 선언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역설이라고 생각하는 게 사립대는 국립대와 같이 평가하면 불리하다고 해서 따로 하자고 하고, 국립대는 또 불리하다고 분리하자고 한다.

김경섭: 유·불리보다 설립 목적이 다르니까….

박상규: 너무 시장과 다르게 평가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대학 소재지, 설립주체, 규모를 고려해 8개 리그로 나눈다? 너무 복잡하다. 과연 그게 시장 친화적인 평가가 될 수 있을까. 절대 아닌 것 같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큰 틀로 접근했으면 싶다. 결국은 자기 대학 여건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10년 뒤에 또 구조 조정해야 하는 아픔을 당할 수 있다.

하수권: 교육은 사회 전체의 한 부분이다. 우리 대학이 최근 캠퍼스를 이전했다. 새로 옮긴 지역은 대박이 났는데 원래 있던 곳은 생계 걱정을 한다. 대학이 하나 존재한다는 것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여파가 그만큼 크다. 공동화가 일어났을 때 그 지역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자식을 멀리 유학 보내야 하는 복합적 사회문제와 연계돼 있다. 학생들 취업시킬 때 눈높이가 정말 안 맞다. 80%가 중소기업인데, 이 몫을 누군가 맡아야 한다. 이건 어떤 형태로든 어느 대학에서 맡아줘야 하고, 이에 맞는 학생들을 길러줘야 한다. 수능 몇 등급의 학생이 들어오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회에서 요구하는 학생들을 얼마나 잘 기르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영역에서 본다면 위에서부터 구조 조정하는 게 나중에는 사회에 굉장히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질 제고 목적이라면 기존의 기관인증평가 제도와 연계해야 

ⓒ최익현 기자
사회: 대교협에서 하는 인증평가도 있고, 구조개혁 평가도 생긴다. 평가 부담을 줄여주면서 있는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데, 한국교육개발원에 대학평가센터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들 생각하나.

박상규: 대학평가를 위한 센터는 필요한데, 그게 한국교육개발원에 가 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평가인증도 2~3년 동안 준비하지 않으면 인증받기 어렵다. 대학들로서는 또 다른 기관에서 이런 게 생기면 힘들다. 지금까지 대교협에서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른 기관에서 하면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

하수권: 기관인증평가 제도도 대학마다 이제 막 적응해 가는 단계인데, 또 바뀌면….

김경섭: 인증평가를 활용했으면 한다. 정 힘들면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평가해서 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김성열: 구조개혁이라는 정책적 필요에 의해 새로운 평가기구를 만들 수도 있다. 정원 조정은 정확한 자료에 근거해 타당하고 객관적이며 신뢰할 만한 평가에 의해서 이뤄져야 하므로, 정부 또는 준정부기구가 권위를 갖고 책임지고 주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한시적인 형태로 운영돼야 한다. 대학교육의 질 향상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평가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므로 기존의 기관평가인증제도와 연계해야 할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들이 오로지 평가를 위한 준비에 부담을 크게 갖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평가의 내용이 정상적인 대학이라면 당연히 일상적으로 해야 할 핵심적인 사항들을 중심으로 구성되도록 하고, 그러한 결과가 평가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대학들이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 따로 노력하게 하기보다는 평소 대학으로서의 여건을 갖추고, 교육 및 연구 등의 기본적 책무를 다한 결과로 평가를 잘 받도록 하는 것이 돼야 할 것이다.

사회: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구조개혁도 필요하고 질 제고도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설립별, 유형별, 소재지별로 대학 간에 갈등이 증폭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로 상생하며 교육의 질과 대학 경쟁력을 높이는 대학 구조개혁이 돼야 한다.

박상규: 수도권 대규모 대학 입장에서 봤을 때는 결국은 지방대학이 무너지면 불과 몇 년 시차다. 단기간에는 오해가 생길 수도 있지만 오해를 풀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상열: 자기 대학의 맨얼굴을 확인하고 스스로 포지셔닝 하는 기회도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다. 대학에서 기능과 역할에 맞게 포지셔닝을 잘 잡아서 협업하는 관계로 가야 한다.

하수권: 협업이라는 말이 많이 와 닿는다. 우리 대학들이 대개 특정지역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양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면 교수의 소속을 지역단위로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특정 학문영역별로 한 교수가 A대학에만 소속되는 것이 아니라 동일지역에서 가르칠 수 있는 길을 터주면 구조개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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