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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학문 취약해지면서 ‘인문학의 자유’ 경고등 켜졌다”
“교양학문 취약해지면서 ‘인문학의 자유’ 경고등 켜졌다”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4.04.07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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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내희 중앙대 교수, 인문학 진흥 조건으로 ‘보편적 복지’ 주장


▲ 강내희 교수
“인문학의 대학 탈출은 오늘날 대학과 인문학이 그 존립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유 즉 경제적 여유와 자유시간이 사회적으로 전례 없이 위축돼 생긴 현상이다.”
비판적 문화연구자인 강내희 중앙대 교수(영어영문학과)가 지난 2일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대안을 준비하는 문화정책 포럼 4월’에서 지적한 말이다. ‘정부의 인문정신문화정책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한 이 날 포럼에서 강 교수는 기조강연 「인문학 정신의 특징과 그 존립 조건」을 통해 보편적 복지가 인문학 진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포럼에는 정부의 인문정신문화정책이 간과한 문제점을 지적한 오창은 중앙대 교양학부대학 교수(국문학)가 기조발제를 했다.


“인문학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학문하는 사람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말한 강 교수는 “귀신과 유령이 자아내는 공포, 정치적·경제적 권력이 누르는 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면 인문학은 자신의 떳떳함, 자신의 진리 추구를 고백하고 공언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문하는 사람의 자유를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인문학을 위한 ‘자유’의 확보에 경고등이 켜진 것은 무엇보다 인문학의 물적 기반, 특히 교양학문이 취약해진 결과라고 진단했다. ‘길거리 인문학’이 회자되는 이유도 인문학으로서의 교양학문이 대학에서 위축됐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거리의 인문학’도 “언뜻 보면 대학을 뛰쳐나와 자유를 구가하는 듯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대학이 인문학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나와 앉은 경우”라고 지적했다.


그가 보기에 대학에서 인문학이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자주 나오는 것은 그 전공자들이 ‘깜냥 쌓기’, ‘알바’에 몰두하는 처지가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는 인문학 발전을 위해서는 인문학자가 필요하지만, 인문학자의 물적 기반은 인문학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인데, 이들이 지금 악조건 속에 있다는 논법이 전제된 시각이다.


그러나 현실의 학생들, 교수들의 사정은 불안하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인문학자, 교수가 진리 추구를 위한 학문에 매진할 수 있으려면, 이들이 먹고 살아야 하고, 이들이 먹고 살려면 학생들이 먹고 살아야 하며, 학생들이 먹고 살려면 인구 전체가 제대로 먹고 살아야 한다. 보편적 복지가 인문학 진흥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인문학 문제를 보편적 복지라는 프레임으로 다루자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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