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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_ 교수들이 교육과 거리가 먼 지표관리에 내몰린다면
교육단상_ 교수들이 교육과 거리가 먼 지표관리에 내몰린다면
  • 채구묵 원광대·사회복지학
  • 승인 2014.04.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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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구묵 원광대·사회복지학
“매화향기 가득한 봄의 문턱에서 설렘 하나쯤 있으련만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한지 모르겠다”던 어느 선생님의 말씀이 가슴에 저며 온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무한경쟁의 입시 위주 교육으로 비인간적인 삶을 강요당하고 있으며,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거나 있어도 비정규직으로 생계유지조차 어려운 임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중장년들은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위험에 처해 있으며, 노인들은 섬김을 받지 못하고 버려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어느 사이에 한국 사회는 지구상에서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고, 자살률이 가장 높으며, 행복지수가 가장 낮은 국가가 됐다.

많은 사람들은 한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룬 국가라고 하지만 이제 한국은 행복을 잃어버린 국가로 전락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이렇게 된 데는 철학이 부족한 정치지도자들과 그들로부터 부스러기나 받아먹고 곡학아세 하는 학자들의 영향이 크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들만의 책임은 아니다. 그들로 하여금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준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다. 결국 사람들은 그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수준만큼 대우를 받고 사는 것 같다.

가진 자들은 민중들이 깨우치면 본인들이 누리고 있는 특권이 침해당할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념적 기구인 가정, 교육, 언론, 종교 등을 이용해 민중들로 하여금 가진 자의 지배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도록 통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민중들은 허상을 진리로 믿고, 이를 바탕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 그러나 깨우친 사람들은 가진 자뿐만 아니라 가지지 못한 자들도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고 그러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운동을 전개한다. 가진 자들은 정치적 기구인 경찰, 국정원, 검찰, 법원, 교도소 등을 이용해 깨우친 사람들의 체제 비판과 개혁 운동을 통제하고, 다른 사람도 그런 운동을 하면 같은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경각심을 줌으로써 그런 운동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한다. 이로 인해 민중들은 가진 자들이 의도한 대로 잘 길들여져 움직이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를 내세워 대학에도 한바탕 회오리가 몰아칠 것 같다. 정부는 대학교육의 참다운 목적과는 거리가 먼 취업률, 등록금 인하, 학생정원 감축, 총장 직선제 폐지 등 해괴한 지표를 이용해 대학을 평가하고 사정을 할 것이다. 지구상의 어느 국가가 이러한 지표를 갖고 대학을 평가하는가. 대학은 지배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기관이기도 하지만 비판담론과 대안담론을 생산하는 곳이며, 후자가 대학교육의 더 본질적인 기능이다.

대학은 이 사회를 새롭게 이끌어가는 사상, 지식, 기술을 생산하는 창조적 산실이어야 하며, 새로운 제도와 질서를 구상할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 그런데 연구와 교육에 전념해야 할 교수가 대학교육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지표 관리에 매달려야 하니 한국 대학의 장래는 암담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와 대학이 이 지경이 됐는데도 바른 소리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
고 납작 엎드려 지내야 하는 나 자신에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 이제 교수들은 사회로부터 받고 있는 지위에 맡게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자기성찰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를 신명나는 사회가 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의식이 깨어 있어야 한다. 구성원들의 의식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의식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 언론, 가정, 종교 등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중에서 교육, 특히 대학교육은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대학의 교육자들은 민중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사회를 건설하는 데 기초가 되는 사상, 이론, 지식을 생산하고, 교육하는 데 정열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사상, 이론, 지식이 들불처럼 퍼져 사회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채구묵 원광대·사회복지학
미국 유타대에서 박사를 했다. 주요 저서로 『사회보장론』, 『스웨덴 사회복지의 실제』(공저) 등이 있고, 논문으로 「소득 불평등 실태, 원인 분석 및 과제」, 「소득 재분배 정책과 경제 성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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