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범 대전대 교수(정치학)는 “정치학, 사회과학계에서 김우창 사상에 대해서 거의 관심이 없다”며 그것이 “한국 사회과학의 폐쇄성과 낮은 철학적 기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김우창 교수의 학문적 공적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한다. 하나는 “서양이나 동양의 정치사상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이뤄져 온 한국의 정치학 논의를 몇 단계 높여놓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데올로기적인 학문이 아닌 객관성에 도달하려는 학문을 제대로 보여준 최초의 학자”라는 것이다. 유임하 동국대 한국문학연구소 연구원(국문학)의 견해도 비슷하다. “심미적 이성은 우리 학문의 ‘민족으로 관념화되는 경향’과 ‘미적 자족의 경향’ 양 진영을 뛰어넘는 것을 가능하게 한 사유”라고 평가한다.
박명림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한국학)는 김우창 사상에 대한 연구의 부족을 두고 “국내학자들은 우리의 이론이나 담론에 관심이 없거나, 인정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는다. 그는 김우창 교수의 학문하기 자체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린다. 특히 김우창 교수를 “지나친 상대주의, 중도주의자”로 공박하는 일부 견해에 대해 “명쾌한 결론에 도달하려는 조급성이 大家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국내의 천박한 학풍을 꼬집기도 했다.
근대성의 편협한 합리주의에 대해 회의적인 이들은 김우창 사상에 유보적인 견해들을 내놓았다. 문학평론가 고봉준씨(수유연구실+연구공간 ‘너머’ 연구원)는 “‘심미적 이성’이 자칫 이성 바깥의 것을 ‘사유’하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예술을 통한 초월적 체험은 결코 사유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하지만 김우창의 경우 이것을 이성의 영역에 끌어들이려 한다”며 “이성이라는 것이 이성 바깥의 것, 예를 들면 에로티시즘이나 광기를 사유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이와 같이 예술적 체험을 이성의 영역에 두는 것을 김우창 교수는 ‘욕망의 내적 조화의 원리’라는 말로 표현한 바 있다. 문학평론가 이경호씨의 해설을 빌리면 우리는 심미적 이성의 개념이 “심미적 정신 작용과 이성적 정신 작용을 서로의 독립성이 인정된 상태에서 결합해놓은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김우창의 정치철학이 현실과의 연계성, 사회적 의제와의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현실정치의 구체적인 사안들을 고도로 추상화, 보편화시키기 때문에 실천적 측면에서 취약점이 있다는 것이 비판의 근거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 홍윤기 동국대 교수(철학) 등이 이런 입장에 서 있다. 여기에 대해서 “인문학의 영역에 속하는 것을 사회과학의 영역에 옮겨놓고 비판하는 것”이란 역비판도 있다.
김우창의 사상은 하나의 관념체계로 포획되지 않는다는 것이 학계의 대체적인 합의점이다. 즉, 그의 사상은 독트린이 없으며 다만 “중요한 철학적 질문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 가지 갈등요소, 미적인 충격, 고려해야할 입장 등을 훌륭하게 부각시킨다”는 점이 최대 미덕으로 평가받는다. 한국 인문학에 끼친 김우창 교수의 학문 수행방법 자체의 영향을 높이 평가한 대목이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