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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非世說_ 브란덴부르크門
是非世說_ 브란덴부르크門
  • 김영철 편집위원
  • 승인 2014.03.3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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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브란덴부르크門이 또 다시 뉴스의 초점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순방 중 이곳에 들러 남북통일의 염원과 의지를 나타내면서다. 50년 전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곳을 찾아 한 행태와 똑같다. 2대에 걸친 부녀 대통령의 이곳에서의 같은 행적에서 역사 반복성의 의미를 새삼 되짚어 보게 한다. 브란덴부르크는 독일 베를린 남서쪽의 엘베강 지류인 하펠강 연안에 위치한 조그만 도시다.

이 도시가 유명해진 것은 브란덴부르크門때문이다.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도 물론 있지만 門과 협주곡과는 관계가 없다. 이 문은 18세기 말 프로이센 제국의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가 자신의 군사력을 자랑하기 위해 1791년 베를린 중심가인 파리저 광장에 세운 개선문이다. 축조 이래로 이 문은 역사적인 상징물로 부각됐다. 1806년 프로이센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나폴레옹은 이 문을 통해 베를린에 입성한다. 히틀러의 나치 정권 때는 군사독재 전체주의의 상징이기도 했다. 나치는 당시 이 문 동쪽으로 1.5km에 걸쳐 뻗어있는 ‘보리수나무 아래’라는 뜻을 가진 ‘운터 덴 린덴路’를 따라 열병식을 거행해 나치 독일군의 위용을 과시하곤 했다.

2차 세계대전 후 냉전의 시대가 도래, 독일이 동서로 분할되면서 이 문은 동서 베를린 경계에 섰고, 독일 분단과 냉전을 상징하는 관문이 된다. 1961년 동독은 이 문을 기점으로 동서 베를린의 경계를 따라 철조망을 설치하면서 ‘베를린장벽’을 구축했고 문은 굳게 닫혔다. 이 장벽은 1989년 11월 9일 무너진다. 독일이 통일되면서다. 그해 12월 22일 브란덴부르크問은 28년 만에 다시 열린다. 그래서 이 문은 독일 분단과 통일, 더 나아가서는 세계 냉전과 데탕트, 그리고 평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브란덴부르크門의 이 같은 상징성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에게 많은 교훈과 의미를 던져준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역대 대통령은 독일 방문 시 무슨 순례코스인양 이곳을 찾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물론 같은 맥락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50년 전 상업차관을 얻기 위해 독일을 방문했을 때 브란덴부르크門을 찾았다. 그리고 베를린공대 연설에서 남북통일에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1995년 3월 독일을 방문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곳 방문 후 통일을 위한 ‘포괄적 대북지원’을 선언한다. 그리고 그해 6월 쌀 15만 톤을 북한으로 보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 2000년 3월 역시 이곳을 방문하고 대북 경제협력을 골자로 한 ‘베를린 선언’을 했다. 3개월 뒤 1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11년 5월 이곳에서 통일을 염원했다. 그리고 메르켈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회견에서 북한의 핵 폐기를 요구하면서 북한의 당시 김정일 위원장을 한국정부가 주관하는 제2차 핵 안보 정상회의에 초청할 용의가 있다는 ‘깜짝’ 제안을 했다. 물론 김정일은 참석하지 않았다. 우리 역대 대통령은 이렇듯 이곳에서 남북통일과 관련한 의미 있고 중차대한 선언을 했지만, 그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는 것은 오늘의 남북관계가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방문도 브란덴부르크門시찰에 이어 統獨주역 접견, 드레스덴 공대 연설 등 통일 관련 행보가 두드러진다. 메르켈 독일 총리도 박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박대통령의 이른바 ‘통일 대박론’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한반도 통일을 전폭 지원할 것이라는 독일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이런 점에서 드레스덴 공대에서 행할 박 대통령의 연설에 관심이 모아진다. 자신의 통일구상을 담은 ‘통일 독트린’을 발표한 예정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은 왠지 장미빛 이상론의 느낌을 준다. 여기에 뼈와 살을 붙여 실질적인 효력을 나타내게 해야 비로소 그 가치가 발할 수 있고, 역대 전임 대통령의 통일과 대북정책의 전철을 극복할 수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브란덴부르크門에서 “북한을 봤다”고 말했는데, 그의 딸 박 대통령은 과연 무엇을 봤을까. 그의 ‘통일 독트린’에 담겨질 내용이 그래서 궁금하다.

김영철 편집위원 darby428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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