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4:20 (금)
是非世說_ 반달곰
是非世說_ 반달곰
  • 김영철 편집위원
  • 승인 2014.03.24 1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智異山을 종주하면서 반달곰과 조우했다는 목격담은 이제 그리 신기한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듣는 사람의 입장과 그것을 직접 본 사람과의 느낌은 天壤之差다. 지난 해 초여름 지리산을 종주하다 주능선 선비샘 부근에서 반달곰을 만난 한 친구는 아직도 그 때의 감흥을 잊지 못하고 “육중한 일본 스모선수처럼 어기적거리며 뒷모습을 보여준” 반달곰 얘기를 무슨 무용담처럼 곧잘 들고 나온다.

그런 얘기가 그리 신기하게 안 들린다는 것은 그만큼 지리산에 반달곰이 적지 않기 때문일 것이지만, 그렇다고 흔하게 대할 수 있는 동물은 결코 아니다. 격세지감이 들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산에서 반달곰을 만난다든가 출현한 소식을 듣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1990년 6월 어느 날의 한 신문은 五臺山에서 몇 날을 잠복한 끝에 만나 촬영한 반달곰 기사를 커다란 사진과 함께 1면 톱으로 올리고 있다. 그것은 그보다 7년 전인 1983년 설악산 마등령 범잔바위골에서 밀렵꾼의 총에 맞아 절명한 반달곰 이후 처음 드러낸 반달곰 소식이었기에 그럴 만했고, 또한 그 의미도 컸다.

우리나라 반달곰은 6·25동란 이전까지 웬만큼 높은 산에 서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의 영향과 산림 황폐, 그리고 남획 등으로 그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급기야 절종 위기에 처하면서 우리 곁에서 보기 힘든 귀한 존재가 돼 버렸다. 전쟁 이후 반달곰이 목격된 것은 1983년의 숨진 반달곰을 포함해 모두 5건에 불과했으니, 90년 당시 반달곰의 출현은 세상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고 있는 반달곰은 추정치로 20마리 내외. 그 후 이들 곰마저 사라져갔다. 반달곰이 보호를 위한 천연기념물 제329호로 지정된 것은 물론 그 전이다.

정부당국에서 절종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의 반달곰 구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04년이다. 救濟는 復元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우리나라 본래 서식의 반달곰 대신 외국산을 도입해 우리나라 자연에 방사, 적응시켜 개체수를 늘여간다는 방법이다. 반달곰은 시베리아 아무르 우수리지역, 중국 북부와 만주, 한반도, 그리고 일본에 걸쳐 분포지역이 다양한데, 우리나라 서식의 것은 아시아권의 곰과 같은 亞種에 속했다.

반달곰 새끼 다섯 마리가 지리산국립공원에서 태어났다는 소식은 반달곰 복원 사업의 큰 결실이다. 지리산을 대상으로 한 반달곰 복원 사업은 2009년 첫 새끼가 태어났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적응을 못해 죽은 곰도 있었고, 야성을 잃은 곰도 있었다. 그러나 다양한 시도와 노력 끝에 올해 좋은 결실이 나온 것이다.

이번에 태어난 새끼 곰들의 어미는 세 마리다. 이들이 한 달 간격을 두고 다섯 마리를 출산한 것인데, 이들을 더하면 현재 지리산에 서식하는 반달곰은 모두 35마리로 늘어난다고 한다. 이번에 태어난 반달곰은 러시아에서 들여온 곰과 중국에서 들여온 곰, 그리고 서울대공원에서 방사한 곰의 새끼라고 한다. 당국에서는 오는 2020년까지 50마리의 곰 서식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데, 이쯤 되면 지리산이 바야흐로 반달곰의 국제 서식터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반달곰은 이처럼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지리산에서 서식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1천여 마리의 또 다른 반달곰이 전국의 비좁은 철창 우리에 갇혀 사육되고 있다. 1980년대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러시아 등에서 들여온 500여 마리가 그 발단인데, 키운 뒤 수출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농가마다 앞다퉈 들여왔지만 1993년 우리나라가 멸종 위기에 놓인 야생동물의 국외 반출을 금지한 ‘국제거래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이상한 신세로 전락했다. 수출길이 막힌 것은 물론 파는 것도, 함부로 죽일 수도 없는 처지가 됐다. 반달곰의 또 다른 얼굴이다.

김영철 편집위원 darby4284@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