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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학생은 취업 전형에서 어려움을 겪을까
왜 대학생은 취업 전형에서 어려움을 겪을까
  • 최효식 경일대 심리치료학과 특임교수
  • 승인 2014.03.2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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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_ 최효식 경일대 심리치료학과 특임교수

최효식 경일대 심리치료학과 특임교수
필자는 약 7년 동안 SK그룹, 현대·기아차, 한국전력 등의 기업의 역량모델링, 직무분석, 역량평가, 채용, 역량개발, 면접위원 교육 등 역량문제와 관련한 업무를 수행했다. 가장 많이 느꼈던 점은 대학생의 역량수준이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수준과 괴리가 크다는 것이다. 최근 대학가의 가장 뜨거운 이슈가 ‘취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왜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채용프로세스는 서류전형-인·적성검사-면접의 과정을 거치며, 각 단계에서 어떤 항목을 어떤 방법으로 평가할 것인지를 미리 정해 놓고 채용을 진행한다. 먼저, 서류전형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방법은 역량기반지원서이다. 역량기반지원서는 ‘미래 행동을 가장 잘 예측하는 것은 과거 행동’이라는 원리에 기초한다. 역량기반지원서에서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역량의 행동지표에 담긴 행동을 지원자가 최근에 얼마나 많이, 강하게 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예를 들어, 성취지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에서는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일에 도전해본 경험을 떠올려 그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가장 어려웠던 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했던 본인의 행동, 결과 등을 가능한 한 자세하게 기술하시오’라는 문항을 출제한다.

문제는 대학생의 역량기반지원서를 채점했을 때, 대학생들이 생각보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량과 관련된 경험이 미천하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전공 내에서 자신의 성취지향성, 진취성, 창의성 등을 발현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역량기반원서에 작성한 내용 또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논리구조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 미숙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접에서도 시뮬레이션 면접 등을 통해 실제 직무 수행 장면에서 접할 만한 상황, 자료, 문제 등의 복잡한 자극을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 및 결과물을 평가한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면접위원으로 참여했을 때 많은 대학생이 문제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접근을 하는데 어려움을 보이며, 의사소통능력과 팀워크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였다.

왜 많은 대학생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졸업을 하게 되는 것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대학의 교수방법에서 그 이유를 찾아보려고 한다. 여전히 대학에서 가르치는 많은 과목이 학문적 이론 중심으로 편성돼 사회 현장과의 연계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평가 또한 단순 암기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복잡하고 역동적인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실제적 지식을 기르지 못하고 있다. 또한, 많은 수강인원으로 인해 대다수의 경우 강의 위주의 수업이 진행된다. 이와 같은 교수의 일방적 내용 전달식 교수방법은 학생들이 현장에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자율적인 사고를 통해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문제해결력 증진을 방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대학생의 역량 증진을 위해서는 대학의 수업 운영방식이 전반적인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강의 방식에서 이론과 개념틀을 바탕으로 실제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만들어 내는 능동적 문제해결 수업 방식으로 변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현실 장면과 연계된 실질적이고 맥락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문제기반학습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론과 실제 간의 통합을 증진하기 위해 역할극, 모델링, 이슈에 대한 세미나, 실습 등의 교수방법 또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1950년대 영국의 Revans에 의해 시작돼 현재 기업교육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는 현장중심의 문제해결학습인 액션러닝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평가 방법 또한 단순 암기보다는 실제 수행을 평가함으로써 실천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참평가(authentic assessment) 방법의 하나인 포트폴리오 평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포트폴리오 평가와 같은 참평가 방법은 학습자에게 이론, 지식, 실제 간의 연결고리에 대한 반성적 성찰과 영역 간 지식의 통합을 요구한다. 특히, 평가 방법으로 포트폴리오는 학습자가 자기주도적으로 학습을 점검하고 조절할 수 있게 하며, 교수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점검해 나가는 과정에서 반성적 사고를 향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 사회는 더더욱 ‘스펙’보다는 열정, 창의성, 문제해결력, 인문학적 소양과 같은 역량을 갖춘 인재를 원하게 될 것이다. 이에 사회에서 원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교수자가 어떻게 수업을 구성하고, 학습자와 소통해야 할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최효식 경일대 심리치료학과 특임교수
서울대에서 교육심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출(retrieval)의 교육적 효과와 역량 진단 도구 개발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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