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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절감·대학평가 대비책은 비정년트랙 우선?
예산절감·대학평가 대비책은 비정년트랙 우선?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3.17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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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조선대 ‘강의전담·교육중점 교원’ 신설

조선대는 요즘 새 학기가 시작됐는데도 신임교수 공채가 한창이다. 강의전담교원 5명, 연구중심교원 15명, 산학협력중심 교원 6명을 특별 채용한다. 모두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다. 강의전담교원은 올해 처음 임용했다. 1차로 29명을 뽑았고, 핵심교양인 법학, 정치학, 한국사 전공자를 추가로 채용한다. 최초 임용기간은 2년이며, 연봉은 3천만원 수준이다. 주당 12시간의 수업을 맡고, 재임용 심사를 위해서는 논문도 써야 한다.

이 대학 교무처 관계자는 “교양교육을 강화하고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ACE) 지원사업 등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 처음 강의전담교원 제도를 만들었다”며 “다른 대학과 달리 전공이 아니라 교양영역에서만 뽑았다”라고 말했다. 조선대가 이번 학기에 임용한 정년트랙 전임교원은 25명이다. 계획대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을 모두 뽑게 되면 이번 학기 신임교수의 약 70%가 비정년트랙이 되는 셈이다.

대학들이 신임교수를 뽑으면서 정년트랙이나 비정년트랙을 선호하는 흐름이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유은혜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 때 76개 4년제 사립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신임교수 중 비정년트랙 비율은 2010년 35%에서 2013년 51%로 증가했다. 조선대 사례에서 보듯 최근에는 강의나 교육을 전담하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을 뽑지 않던 대학들도 여기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영남대 역시 올해 교육중점 교원 25명을 처음 임용했다. 기존에 있던 강의전담 교책객원교원 제도를 없애고,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을 새로 뽑았다. 2년에 한 번씩 재계약하고, 연봉은 3천600만원 정도다. 영남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산학협력중점 교원과 외국인 교원만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으로 임용해 왔다. 산학협력중점 교원을 포함하면 이번 학기에 새로 임용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은 30명이다. 정년트랙으로 채용한 전임교원 30명과 비슷한 규모다.

영남대 교무처 관계자는 “대학 구조조정이 이야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요구하는 대로 모두 정년트랙으로 뽑는 것은 무리”라며 “대학평가를 대비한 전임교원 확보율 차원도 있고, 예산 사정도 감안해 교육중점 교원을 공개 채용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강의를 전담하는 교육중점 교원은 전공이 아니라 기초교양교육의 전문성과 질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며 “무작정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인원도 30명보다 많아지니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가 싼 데다 재임용 기회를 제한하지 않으면 전임교원 확보율에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주로 12시간 이상 강의를 맡기 때문에 전임교원 강의비율도 높아진다. 이 두 지표는 교육부 대학평가에서 비중이 높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영남대분회 임순광 사무국장은 “구조조정 흐름 속에서 자구책을 마련하는 방법은 재정을 확보하고 소요 경비는 줄이는 것인데, 재정 확보를 위해서는 대학평가가 중요하다”며 “운영 경비를 줄이기 위해 ‘짝퉁’ 전임교원을 많이 뽑으면서 정규직 교수의 비정규직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호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조선대)은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을 뽑아 연봉 3천만원 정도 주면서 주당 12시간 이상씩 강의를 몰아주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는 대학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라며 “대학평가지표에서 전임교원 확보율에는 정년을 보장하는 교수만 포함하고, 전임교원 강의비율은 폐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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