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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듣는 생태계는 어떤 느낌일까
소리로 듣는 생태계는 어떤 느낌일까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4.03.1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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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50_ 사운드스케이프

자연의 소리를 도청한다? 과학자들은 새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부터 나무를 베는 기계톱의 울림까지 자연에서 발생하는 테라바이트(1조 바이트) 양을 녹음해 수집하고 있다.

<사이언스>는 지난달 21일 「생태계를 도청하며(Eavesdropping on Ecosystems)」라는 내용을 소개했다. 연구자들은 소리를 통해 자연에서 발생하는 여러 생태학적 의미를 도출하고자 한다. 이는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 소리 풍경이라고도 번역됨) 생태계라는 새로운 분야의 출현이다. 물론 아직 과학적 증명이 필요한 분야이긴 하다.

연구자들은 하늘에 귀(Ears in the sky)를 설치했다. 사운드스케이프 생태학자이자 퍼듀대 교수(산림 및 천연자원학)인 브라이언 피야노프스키는 지난 해 초 보르네오섬 연구탑에 마이크로폰을 설치했다. 기존의 생물음향학(bioacoustics) 프로젝트가 하나의 혹은 몇 개 종들의 울음소리를 한 번 수집하는 데 집중했다면, 사운드스케이프는 전체 풍경의 불협화음을 설명하고자 한다. 즉, 물 흐르는 소리, 천둥소리, 자동차나 비행기가 윙윙거리는 소리 등 비생물학적 소리들을 포함한다. 연구자들은 늘어나는 비행기 소리나 공사 소음, 외래종의 출현, 심화되는 기후변화의 영향 속에서 자연의 소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러한 패턴 등을 찾고자 한다. 브라이언 피야노프스키는 “우리가 매일 듣고 경험하는 것들을 연구자들은 정량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자연을 도청해 패턴을 도출

마이클 쉬러-로렌조는 지난해 11월 독일 포츠담에서 열린 리뷰 미팅에서 독일과학재단에 관련 연구 후원을 호소한 80명의 과학자 중 한 명이다. 그는 노루의 거칠고, 목이 쉰 소리로 발표를 시작하며 연구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쉬러-로렌조는 자연의 소리를 활용하는 것은 생물다양성을 측정하는데 편리한 방법(proxy)이 될 것이라며“이러한 연구는 정말 멋질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이부르크대 연구원들은 독일 전역에 300개의 마이크로폰을 설치해 자연의 소리를 수집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노루의 소리는 한밤중에 녹음돼 몇 초간 지속됐고, 연구원들이 원하는 바로 그 데이터를 시연해보였다. 수집된 각각의 소리는 일 년 동안 매시간 1분을 녹음한 것으로써 총 4만4천 시간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 결과 과학자들은 독일의 산림과 초원에서 유의미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즉 세밀한‘사운드스케이프’를 통해 새, 곤충, 여타 동물 개체군들의 거주 유형(land management) 패턴과 연관시킨 것이다.

하지만 전체 사운드스케이프를 연구하는 것은 기술적이고 개념적 도전에 직면한다. 복잡한 사운드스케이프를 상대적으로 간단한 수많은 생물다양성의 색인으로 변환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수십 년간 자연의 소리를 채집해온 버니 크라우스는“예전 연구들이 종을 기준으로 접근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했다”고 하며,“ 기존의 접근법은 분절분리하고 환원시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정말로 부정합적”이라고 말했다. 대신 크라우스는‘음향 분할(acoustic partitioning)’이론을 제안했다. 이에 대한 내용은 그가 1987년 <홀 어스 리뷰(Whole Earth Review)>에 처음 소개했다.

특정 주파수와 시간대에 소리를 내다

크라우스는 과학 박물관 전시를 위해 소리를 수집하는 동안, 케냐에서 들은 복합적인 사운드스케이프에 영감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둥지 트는 습성 혹은 먹이 공급과 같이, 자연의 소리가 목소리를 가진 유기체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하나의 자원으로 관찰된다고 제안했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동물은 자신만의 청각적 위치(niche: 생물학에서는 적합한 환경 혹은 지위를 뜻한다. 여기서는 소리와 관련된 영역이나 위상을 뜻한다)를 점유 한다. 즉 동물들은 특정 주파수를 사용하거나 하루의 특정 시간에 신호를 보냄으로써 다른 소리로부터 방해를 피하고 있다.

크라우스가 보기에 건강한 생태계란 주파수나 시간대에 의해 명확하게 소리의 위치가 분할된 것이다. 반면, 건강하지 못한 곳에서는 몇몇 종들이 사라져 특정 주파수의 갭이 생긴다. 또한 외래종이나 인간이 만들어낸 소리가 분할돼 있는 소리의 세계에 침입하면 기존의 패턴은 바뀌게 된다. 퀸즐랜드기술대 컴퓨터 과학자인 마이클 토시는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줄이려고 했다. 다시 말해, 인간이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소리를 모아 보는 것이다. 동시간 동안 여러 소리가 있어도 집중할 수 있는 소리는 한정돼 있고 놓치는 소리가 있다. 나중에 녹음한 것으로 놓친 소리를 보고 들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한 번 눈에 의한 관찰만으로, 보이는 것을 색깔로 암호화하여 분광되게 하는 “음향 일기(acoustic weather)”를 개발했다. 그는 연간 비교를 통해 변화하는 강수 위치 또는 새의 활동영역 이동과 같은 중요한 감지와 잠재적인 변화들은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미학적 생각은 사운드스케이프 생태학자이자 미시간주립대 명예교수인 스튜어트 게이지를 포함한 과학자들에게 흥미를 줬다. 2000년대 초반 게이지 교수는 크라우스와 함께 ‘소리의 분류학’을 발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은 녹음된 소리의 진동수를 분석해 사운드스케이프를 3가지 구성요소로 분류했다. 첫째는 잦은 빈도로 들려오는 야생동물소리들인 ‘생물의 소리(biophony)’, 둘째는 역시 넓은 범위에서 들려오는 바람, 비, 물 흐름소리와 같은 비생태학적이고 지리학적 소리들인‘대지의 소리(geophony)’, 셋째는 비교적 빈도가 낮은 인간에 의해 제공된 소리들인‘인간의 소리(anthrophony)’가 있다.

사운드스케이프 생태학은 이제 시작이다. 이를 위해선 내외부의 전방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독일에서 마이클 쉬러-로렌조는 3월까지 독일 과학재단이 자신의 의견에 대한 답을 보내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독일 전역에 마이크로폰을 설치해 자연의 소리를 수집하고자 한다. 소리로 듣는 생태계는 어떤 느낌일지, 어떤 과학적 기여를 하게 될지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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