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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와 잇몸의 파수꾼
치아와 잇몸의 파수꾼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 승인 2014.03.10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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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00_ 침

침에 얽힌 속담이나 익은말(관용어)도 심심찮게 많다. “입(술)에 침이나 바르지”란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게 뻔뻔하게 멀쩡한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 그런 얕은 수작은 그만두라고 핀잔함을 이른다. 또 “침(을) 뱉다”(아주 치사스럽게 생각하거나 더럽게 여겨 멸시함), “침 발라 놓다”(자기 소유임을 표시함),“ 메기 침만큼”(아주 적은 분량), “누워서 침 뱉기·자기 낯에 침 뱉기”(남을 해치려고 하다가 도리어 자기가 해를 입게 됨), “웃는 낯에 침 뱉으랴”(좋게 대하는 사람에게 나쁘게 대할 수 없음) 등등 쌔고 쌨다.

침(唾液·saliva)은 침샘(唾腺·salivary gland)에서 분비되는 소화액으로, 하루에 분비되는 양은 보통 0.75~1.5ℓ 정도지만 잠을 자는 동안에는 거의 분비하지 않는다. 사람의 침은 무색·무미·무취이나, 당단백질인 뮤신(mucin)을 함유하기 때문에 끈적끈적하며, 뮤신은 탄산칼슘이 주성분인 齒石생성을 방지한다. 또한 침 1mℓ(1cm3)에 산세포 800만개와 얼추 5억 마리의 세균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범인을 잡을 적에 칫솔, 머리카락, 혈흔은 물론이고 가래나 침도 닥치는 대로 수거해서 산세포의 DNA를 분석한다. 미라의 손톱 밑의 핵산도 분석에 쓰니 DNA가 여간해서 변성하지 않는 탓이다. 옛날 어른들은 입맞춤을 接吻라 했다는데 알고 보니 입맞춤이란 세포와 세균교환이 아닌가. 악수란 결국 세균, 바이러스 교환이듯이 말이지.

음식을 먹지 않을 때도 소량씩 분비해 입안을 촉촉이 적시다가 음식이나 먹는 날에는 신경자극을 받아 갑자기 증가한다. 침의 약 99.5%는 수분이며, 나머지 0.5% 속에는 소화액을 포함해 전해질·점액·당단백질·효소들이 들었다. 다시 말해서 침에는 아밀라아제(amylase)같은 녹말분해소화 뿐만 아니라 면역글로불린(IgA)·락토페린(lactoferrin)·라이소자임(lysozyme)·페록시다아제(peroxidase)같은 물질도 들어있다. 또 침샘에서 파로틴(parotin)이라는 호르몬이 분비해 뼈나 이에 칼슘이 침착하는 것을 돕고, 호르몬 거스틴(gustin)은 味蕾(taste bud) 발생에 중요한 몫을 한다.

이들 중 아밀라아제는 녹말(starch)을 麥芽糖(maltose)으로 분해하고, 타액리파아제(salivary lipase)는 지방분해를 시작하는 효소인데, 특히 갓난이는 여태껏 이자(췌장)가 한창 발달 중에 있으므로 침샘에서 분비하는 이 효소는 썩 중요하다. 그리고 앞의 면역글로불린이나 락토페린은 사람이나 젖소 初乳에 많이 들었고, 항바이러스·항균성을 띤 물질인데, 초유에서 뽑은 알약을 건강보조식품으로도 판다.

또 침 속의 라이소자임(lysozyme)효소는 눈물·침·콧물 등의 점액에 들어있어 살균작용을 하는데, 이것은 세포소기관인 리소좀(lysosome)에서 분비하는 효소단백질(가수분해효소)로 세포내 이물·노화세포·노폐물 따위를 분해하고 세균을 살균한다. 하여 필자는 아직도 살갗이 가렵거나 헌데기가 나면 침을 쓱 발라둔다. 그런데 페니실린을 발견한‘플레밍의 콧물’을 잘 안다. 무심코 흘린 콧물 떨어진 곳에 세균이 자라지 못했던 것은 콧물 속의 라이소자임 때문이었던 것. 그리고 페록시다아제는 발암물질인 활성산소를 제거한다. 침 분비의 주된 3개의 침샘 중에서, 턱밑샘(顎下腺)에서 총 분비량의 70~75%를, 귀밑샘(耳下腺)에서 20~25%, 혀밑샘(舌下腺)에서는 아주 소량 분비하고, 800~1천 개의 작은 침샘(minor salivary glands)이 입천장·볼·잇몸 등 온 입안에 퍼져있다. 또한 침은 음식 삼킴(嚥下)을 돕고 입이 마르는 것을 예방한다. 구강건조증인 사람은 마른 음식이 입안에 들어가면 여기저기에 이내 달붙어버리며, 이런 사람은 밥을먹을 적에도 연신 물을 마신다. 침은 충치?잇몸질환예방을 하고, 입안에 생기는 스리(음식을 먹다가 볼을 깨물어 생긴 상처)가 빨리 낫게 한다. 한마디로 침은 치아와 잇몸의 파수꾼이렷다!

침은 음식물의 맛·냄새 등이 자율신경을 자극해 반사적으로 분비된다. 타액분비중추는 延髓(숨골)인데, 음식을 보거나, 냄새를 맡거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도니 이는 대뇌에서 분비중추에 자극이 전달된 때문이다. 이반 파블로프(Ivan Pavlov)는 개에게 먹이를 줄 때 마다 종을 울리게 해, 종소리를 듣고도 침을 분비하는 條件反射(conditioned reflex)실험을 했었다.

한편 제비 무리는 집을 지을 때 끈적끈적한 풀(glue) 같은 침(bird's nest soup)을 묻혀 진흙과 지푸라기가 단단하게 달라 붙이고, 코브라나 독사는 독니에서 나오는 독액으로 먹잇감을 죽이며, 거미 따위는 침으로 줄을 만들어 집을 짓는다.

침샘에도 여러 병이 생기니 유행성이하선염·타액선암·타선결핵 등이 있으며, 타액선암 주로 이하선에 생긴다고 한다. 故최인호 씨가 이 고약한 침샘 암과 싸우다가 끝끝내 저승으로 가셨다. 그이 책이라면 다 따라 읽어왔는데 말이지….

울 엄마는 침 뱉으면 얼굴에 마른버짐 생긴다고 걱정하셨지. 어릴 적엔 낯짝에 희뿌옇고 꺼칠꺼칠한 검버섯을 달고 살았으니 기름기(지방)가 부족해서 그랬던 것. 그리고 사랑방에서 새끼 꼬거나 짚신 삼을 적에도 손바닥에 침을 퉤퉤 밭아야 했지. 또 산에가 나무하거나 풀을 벨 때는 왼 손바닥에 침을 한가득 뱉고는 오른쪽 검지중지 두 손가락으로 내리쳐 침이 많이 튀는 쪽에 지겟자리를 잡았지. 게다가 까마귀가 울어도 폐, 폐, 폐하고 밭는 침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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