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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대학’이 뜬구름 잡기? 아주 현실적인 프로젝트다!”
“‘공공대학’이 뜬구름 잡기? 아주 현실적인 프로젝트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3.03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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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전국교수대회 앞둔 ‘윤지관’ 전국순회 교수토론회 운영위원장

그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되지 않을까.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정책 방향을 바꾸고 대안을 제시하겠다며 교수단체들이 전국순회 교수토론회에 나섰을 때 이런 우려가 많았다. 교수단체들이 내세우는 ‘대학교육의 공공성 강화’라는 주장은 길게 보면 10여 년 전 ‘국립대 통합 네크워크 구축안’부터 있어왔다.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게다가 이미 대학이 대규모 정원 감축이라는 블랙홀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지적도 많았다.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 방향 전환을 위한 전국교수토론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사해연 회장)를 지난 2월 27일 덕성여대 종로캠퍼스에서 만났다.
하지만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와 함께 전국순회 교수토론회를 조직하고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사학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회 회장·사진)는 “대폭적인 구조조정 국면에 있는 지금이야말로 ‘공공대학(public university)’의 이념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고, 또 이 위기를 진정으로 극복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무슨 뜻일까. 앞으로 구조조정이 되는 과정에서 퇴출되는 대학은 결국 사학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사학이 너무 비대해지면서 부실한 대학이 많기 때문이다. “퇴출되는 사학을 어떤 식으로 처리하느냐고 했을 때 ‘공공대학’이 핵심이다”라고 윤 교수는 강조한다.

“아무리 임시이사를 파견해도 해결 안 되던 비리사학이나 족벌사학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굉장한 위기에 처할 것이다. 도저히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시스템이 무너질 것이다. 그런 사학을 정리해 공영형으로 바꾸면 고등교육 구조가 달라지고 교육현장이 달라질 것이다.”

퇴출 사학을 공공대학으로 바꾸는 방안은 대학 여건에 따라 크게 3가지 형태가 있다고 본다. 우선 퇴출 대학의 교수, 학생을 인근 국공립대로 편입하는 방법이 있다. 원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있으면 도립이나 시립 등 공립으로 전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것도 저것도 안 되는 대학은 이른바 정부 책임형 사립대 혹은 공영형 사립대로 바꾼다. 퇴출되는 이사회 대신 공익적 이사회를 구성하고, 초·중·고등학교처럼 정부가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취지는 좋지만 실현 가능한 방안이 될 수 있을까. 윤 교수는 확신에 차 있다. “설립주체가 누구든 공공성을 갖는다는 의미에서 공공대학이라 부르는데, 지금까지도 안 한 게 아니다. 사학에서 문제가 생기면 임시이사를 파견한다. 그게 그런 형태의 사학이다. 다만 지원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지원을 하지 않아서 임시이사 체제라 부르는 것이지, 지원만 하면 공공형 사학이 되는 것이다. 아주 현실적인 프로젝트다.” 윤 교수는 “공공대학에 대한 구상은 퇴출 이후의 설계인데, 교육부의 구조개혁 방안에는 법인이나 학생에 대한 대책만 들어 있을 뿐 이 설계 자체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새롭게 논의해 볼 여지는 그만큼 충분하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 27일 덕성여대 종로캠퍼스에서 열린 ‘올바른 대학 구조개혁 방향 모색을 위한 서울 수도권 대학 교수대표자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윤지관 전국교수토론회 운영위원장.

문제는 ‘돈’이다. 지방의 부실사학을 공립이나 공영형 사학으로 전환하려면 대학 운영비의 상당부분을 정부에서 보조해야 하기 때문에 고등교육 재정이 확충돼야 한다.

“현 정부도 OECD 평균인 GDP 대비 1.1%까지 증액하겠다고 공약했다. 그것만 확보되면 퇴출 대학을 공공형으로 바꾸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 퇴출 사학의 교수, 학생을 인근 국공립으로 편입시킬 경우 그 재산을 부실한 족벌재단에 돌려줄 게 아니라 기금으로 활용하면 된다. 국가장학금도 다른 방식으로 하게 되면 공립화 기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너무 늦지 않았을까. 교육부는 이미 지난 1월 28일 구조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8월까지 평가지표를 확정하고 곧바로 평가에 들어갈 계획이다. 정원 감축과 연계한 특성화 사업도 이번 달 사전접수를 앞두고 있다.

윤 교수는 “정부 안도 입법화를 거쳐야 한다. 입법화 과정에서 야당의 협조를 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의 동의만 얻게 되면 변경의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1월 21일 부산에서 시작된 전국순회 교수토론회는 청주, 광주, 대구를 거쳐 지난달 27일에는 서울에서 수도권 대학 교수 대표자 회의가 열렸다. 오는 14일에는 국회 교문위와 함께 전국교수대회를 개최한다. 그 동안 토론회에서 제기됐던 의견들을 모아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교육부 구조조정 방안의 방향과 내용을 수정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윤 교수는 “향후 10년에 걸쳐 진행되는 구조개혁은 ‘대학 서열화’와 ‘사학 중심’이라는 한국 고등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그 대책은 공공대학밖에 없다. 교육부 안은 ‘정원 감축’, ‘구조조정’에 불과한 하급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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