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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의 원형 찾는 학술적 노력 … 創作韓劇 공연에 담아내기도
한국문화의 원형 찾는 학술적 노력 … 創作韓劇 공연에 담아내기도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4.02.24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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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째 이어지고 있는 샤마니카 세미나

한국공연예술원 산하 샤마니카 연구회(위원장 김명자, 안동대 명예교수)가 지난 20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한국 공연예술과 궁중의례’를 주제로 네 번째 샤마니카 세미나를 시작했다. ‘샤마니카 프로젝트Ⅰ-한국, 그리고 아시아의 샤먼 리추얼’,‘ 샤마니카 프로젝트Ⅱ-굿에 담긴 우리 공연예술의 뿌리’, ‘샤마니카 프로젝트Ⅲ-불교의례, 일상과 신안과 공연의 결합’에 이은 네 번째 주제이고, 마지막 주제는 ‘샤마니카 프로젝트Ⅴ-우리 전통 樂·歌·舞’이다.

명나라 의례를 모범 사례 삼은 조선

한국공연예술원이 2012년에 ‘샤만문화’를 통해 한국 문화의 원형 찾기를 시도했고, 연속작업으로 지난해에는 ‘불교의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2014년 프로젝트 주제는 모두 15회에 걸친 ‘한국 공연예술과 궁중의례’로 공연예술의 시각적 차원에서 궁중의례의 원형 ‘한극을 찾아서’를 지속적으로 연구, 실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일에는 첫 강연자로 김문식 단국대 교수(사학과)가「궁중의례란 무엇인가」를 발제했다.

이날 김 교수는 인간의 일생에서 四禮가 흔히 冠婚喪祭로 불리는 관례, 혼례, 상례, 제례를 말하는 데에 비해 궁중의례는 五禮라고 설명했다. 국가 제사로 규모에 따라 대·중·소사로 나뉘는 吉禮, 국가의 喪葬과 관련된 의식인 凶禮, 군대 출정 및 군사 훈련에 관한 軍禮, 외교 의례인 賓禮, 마지막으로 중국 사신으로부터 조서를 받거나 왕실의 혼례, 과거가 있을 때 하던 嘉禮가 그것이다.

또한 김 교수는 역사서에서 볼 때 삼국시대부터 궁중의례를 정리한 서적이 다수 존재했음을 밝히며 우리의 궁중의례에 대한 역사의 유구함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삼국사기』를 비롯해 고려의 의례는『詳定古今例』이나『高麗史』의 「禮志」에서부터 궁중의례에 대한 기록이 확인된다. 김 교수가 이날 밝힌 흥미로운 사실은, 조선의 국왕들이‘時王의 제도’라 불리는 명의 의례를 중시해 대한제국 의례정비에도 모범 사례로 참조했지만, 청의 의례 관련 서적은 좀처럼 인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여진족의 문화가 반영된 청의 의례를 문화국가의 의례로 보기는 어려웠기 때문”일 것으로 그 이유를 추정했다.

이번 세미나를 비롯해 한국공연예술원에서 진행하는 여러 프로젝트에 붙은 ‘샤마니카’의 의미는 무엇일까. 양 이사장이 ‘샤만=무당’이라는 인식 틀을 바꾸기 위해 고안해낸 용어다. “융합하는 학문 태도가 필요했다. 발생, 기원, 발전, 역사, 상황 등 모든 것을 함께 연구하는 단어 어미가 희랍어로 -ika다. 계량학이라면 metrology이지만, 계량학에 관련된 모든 것을 연구하는 것은 metroilogika가 될 수 있듯이, 샤만에 대한 모든 행사나 연구를 통틀어 다룬다는 생각으로 shamanika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학계에서도 ‘무당’이 주는 부정적 인식을 없애는 효과로 인해 ‘샤마니카’가 받아들여지기 시작한다.

한국 공연예술의 뿌리와 정체성을 찾고 세계화하기 위해 샤마니카 연구회가 1997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샤마니카 세미나 프로젝트-韓劇의 원형을 찾아서’는 학계 전공 연구자는 물론 일반인의 교양강좌로 이론과 공연을 겸한 수준 높은 시각예술 세미나 강좌로 자리매김해 오고 있다. 연인원 1천 명이 참석할 정도로 호응도 좋은 편이다.

세미나는 토론을 거쳐 사회 공헌을 위한 도서 발간의 형태로 입체적 연계성을 띈다. 한국 공연예술의 뿌리와 정체성을 찾아 그 원형을 밝혀내는 과정을 추적한 세미나 발표들은 『샤만 문화-굿에 담긴 우리 공연예술의 뿌리』(열화당 刊, 2014.02)라는 성과물로 출간됐다. 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은 “무속을 민속학적 관점, 사회심리학적 관점, 종교학적 관점에서 보던 것을 공연학적인 관점에서 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샤머니즘에 대해 치우쳐있던 시각을 공연예술의 관점에서 새롭게 각인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학문의 입체성’ 위한 다각적 접근

‘샤마니카 프로젝트’가 단순히 학술 연구와 도서간행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학문의입체성’을 표방하는 샤마니카 연구회는 ‘샤마니카 페스티발’을 통해 공연을 하고, 관객과 공연자와의 대담, 질의·응답에도 신경 쓰고 있다. 세미나와 심포지엄에서 나온 학술적 자료들은 예술가들과 공유돼 궁극적으로는 공연을 올린다. 글로벌 시대에 ‘전통의 오늘화’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2010년「짓거리-사이에서 놀다」는 서울연극올림픽에 참가했고, 무속설화「원앙부인 본풀이」를 베이스로 만든「레이디 원앙」(2013)과「피우다」시리즈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한국 공연예술의 뿌리를 찾는 18년의 우직함 속에서 새로운 창작 공연으로 전통의 현대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한국공연예술원.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아 새롭게 해석해내는 과정에 정부와 학계, 시민사회의 지속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윤상민 학술문화부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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