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0:50 (금)
과학강국? 과학을 즐기는 사회가 먼저다
과학강국? 과학을 즐기는 사회가 먼저다
  • 이용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박사과정
  • 승인 2014.02.10 1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문후속세대의 시선_ 이용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박사과정

이용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박사과정
지난해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과학기술발전을 주요 국정운영 기조로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했고 과학강국으로의 첫발을 내딛었다. 과학강국의 조건으로 더 좋은 연구환경과 우수한 실적을 꼽을 수 있겠지만 필자가 또한 중요하다고 보는 것은 바로 과학의 대중화 및 생활화, 쉽게 말해 국민 모두가 과학을 즐길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몇몇 사례에서 볼 때 우리 현실은 아직은 안타깝다. 인터넷 과학기사들의 댓글을 보면 의아하게도 상당수가 해당 과학성과를 사회문제와 결부시키거나 정치공학적인 시각으로 보고 평가절하 하는 경우를 보곤 한다. 또한 과학체험 현장에 가보면 누구도 참여대상을 한정하지 않았음에도 으레 청소년들이 주를 이루고 있고 그나마 몇몇 있는 성인들은 자녀들의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나온 듯 행사 내내 겉 돌 뿐이다. 수많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들에서 다양한 음악, 예능, 드라마, 정치/시사 프로그램들을 내보내지만 정작 과학을 다루는 프로그램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나마 있는 과학 프로그램은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듯 보인다. 과학을 바라보는 이런 왜곡된 시각, 성인들의 무관심, 과학 콘텐츠의 부재 등은 아직 우리가 과학을 학자들만의 전유물이자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 정도로만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지 우려된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을 지극히 학문적이고 어렵다고 단정해버리지만, 사실 그 어원을 분석해 보면 우리에게 친숙한 독서나 음악감상, 영화관람 같은 문화생활과 다를 바가 없다. 과학, 즉 Science라는 단어는 고대 자연철학(Natural Philosophy)에 기인하는데, 철학을 뜻하는 Philosophy는 고대 그리스어로 知를 사랑하는 것(love of wisdom)을 의미하므로, 과학은 말 그대로 자연의 원리를 이해하고 사고하는 순결한 즐거움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과학은 태생부터 지적인 능력을 가진 인간-지성인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유희라고 평가할 수 있으며, 과학자들이 정부의 지원 아래 이뤄 놓은 성과들은 온당히 국민 모두가 누려야 할 열매이다.

과학을 즐기는 사회를 위해 우리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좋은 상대로 일본을 들 수 있다. 일본은 지난 1949년을 시작으로 과학 분야에서만 총 14회의 노벨수상자를 배출한 과학강국으로 손꼽힌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우수한 과학 인력이 바탕이었겠지만 그 저변에는 과학의 대중화, 문화화, 생활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평가한다. 양질의 과학 체험시설, 다양한 과학교양서와 방송채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일본 국민들은 과학을 일종의 놀이나 생활문화로 친숙히 받아들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일례로 공학도 출신의 한 작가는 과학을 접목한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를 만들었고 높은 관객 동원 수 및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뿐 아니라 성인들이 즐길 수 있는 과학 잡지/실험놀이 기구가 20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팔리고 있으며,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만든 수많은 과학 테마파크들은 대중성과 오락성을 접목해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일본이 과학을 얼마나 친숙하게 느끼고 충분히 즐기고 있는지를 대변해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실정은 과학문화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미약하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시도와 노력들은 긍정적이고 고무적이다. 비록 인지도와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지만 2008년에 개국한 과학전문채널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고, 2011년부터는 상대적으로 과학소외 대상이라고 여겨지는 20~40대 직장인들을 위한 과학체험 모임이 정부 주도로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작년 나로호 발사 때 보여준 국민들의 성공에 대한 염원과 관심은 우리나라가 과학강국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도를 지속적이고 다양하게 발전시킨다면 과학을 즐기는 사회-과학강국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최근 한국의 드라마와 가요는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에 전파됐으며 우리나라를 문화강국으로 우뚝 서게 했다. 그 기반은 바로 수십 년간 우리가 그러한 문화를 충분히 즐기고 발전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과학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우리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함께 일반인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과 과학의 저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세대를 넘어 국민 모두가 과학을 즐기는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우리정부는 과학에 대한 양질의,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도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용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박사과정
천문학전공으로 우리은하 내 초신성 잔해(Supernova Remnant)에 대한 근적외선 측광/분광 연구를 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